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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유 Apr 03. 2024

장염을 치료하러 갔던 우리 집 개가 말기 암이라고?

갑자기 말기암 환축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2024년. 나는 스물 여섯, 개는 열 다섯이 되었다. 워낙 건강체로 태어났던 김모모(15)는 대학 입학도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주변으로부터 흔하게 받는 강아지였다. 모모를 기르는 나와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고, 어쩌면 모모도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2024년에 접어들자, 모모는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무른 변이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강아지를 기르다보면 변이 물러지는 일은 상당히 다양했으니까. 동물병원에서 일 한 경험이 있는 나는 변은 물러지는 것 보다는 색이 변하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변이 좀 물러지는 것 정도는 나쁜 일이 아니다. 모모가 심하게 행동이 처지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잠이 좀 늘기는 했으나, 전 해와 비교해보았을 때 심하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고 나이가 좀 있는 편이니 잠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간간히 속을 달랠 수 있는 음식을 먹였다. 괜찮아 질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괜찮아졌다가 조금 물렀다가를 반복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색이 이상하진 않았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있었다. 보통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변이 물러지고 있다면, 이렇게 오래 설사를 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모모는 단순히 설사를 오래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모모의  변 상태는 점점 나빠졌다.  형태를 잡힌 변을 싸는 날이 거의 없었고, 물총 같이 변을 말 그대로 쌌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굴러가기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집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기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부 보호자인 엄마와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유산균을 먹여보기를 바랬고, 유산균을 샀다. 유산균을 팔던 수의 테크니션은 이렇게 말했다. 


" 아무래도 유산균으로 될 게 아닌 것 같은데, 병원 꼭 데려가보세요."


엄마에게 전화로 유산균을 샀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이야기를 건넸다. 모모가 다니던 병원은 야간진료를 하는 곳이었다. 지금 고양시에서 수업을 마치고 퇴근을 하면 야간진료 전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는 모모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에 동의했다. 모모를 가방형 케이지에 넣고 택시를 탔다. 




원래 진료를 보던 수의사님이 안 계셔서 우리는 그 당시 당직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별똥별(가명)선생님께 진료를 보았다. 모모의 혈액 검사를 좀 하고, 복부 초음파를 좀 찍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췌장에 이상이 있는지를 검사해보는 키트를 같이 사용했다. 모모는 어렸을 적 췌장염으로 말 그대로 삼도천 하류를  찍고 올라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우리 모두 수의사는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해설을 덧붙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모는 오금림프절이 약간 부어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담낭 내부에 약간의 부유물 같은 것이 떠다니는 중이었다. 그리고 적혈구 수치가 정상보다 약간 낮은 빈혈 상태였다. 이 둘은 이 사태에는 연관이 없었으므로 넘어가겠다.


이 사태에 연관이 있는 데이터는 위장관의 복부초음파 결과이다. 정상적인 장의 모양의 경우 일자로 쭉 뻗어있어야 하는데, 모모의 장은 굉장히 꼬불꼬불해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위장관과 관련된 림프절에서도 부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는 문제의 원인이 장에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혈액검사 상, 모모의 췌장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심각한 수준의 장염, 이 모모의 진단명이 되었다. 모모는 단기간동안 입원을 하고, 장염을 잡는 치료를 하기로 했다. 장염 같은 경우에는 약간의 수액과 주사제로도 좋아지기 때문에, 입원을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날이었나, 전담 수의사님에게 전화가 왔다. 


"보호자님, 모모 관련해서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어요."


수의사님과 진료를 보면서, 하루에 한 번씩 모모의 복부초음파를 촬영하는 것으로 합의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복부초음파를 봐야 모모의 장이 제대로 된 모양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별똥별 선생님은 모모의 장이 다소 개선되었음을 알려주시면서, 모모의 장 모양이 이상해서 가리고 있었던 종양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아니, 종양이라뇨. 저희 집 개 장염 치료하러 간 거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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