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어때?

입사동기와의 대화

by Passion fruit

[깨톡!] Y야, 잘 지냈어? 새해 복 많이 받기를. 나는 회사에서 큰 변화가 있었어. Regional Office가 문을 닫았어.


[깨톡!] 형님, 오랜만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셨군요. 요즘회사들 추세가 그런 것 같아요. 저희도 여러 변화가 있네요. 그럼 아직 홍콩에는 계신 건가요?


[깨톡!] 응. 3월까지. 바빠? 통화 가능?


첫 회사를 수시로 입사했다. 그 회사는 정시가 없었고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소수의 인원을 뽑았다. 입사한 인원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기수를 부여하고 입사교육을 실시했다. Y는 그때 만난, 나보다 한 살 어린 입사 동기다. 처음 영업을 하며 둘은 쉽게 비교되곤 했지만, 정작 우리 둘이는 서로를 비교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힘든 지역만 맡아 영문도 모르고 고생만 하던 시절, 늘 서로에게 힘이 되곤 했다. 휴가 때에는 Y의 고향집에 방문하기도 했었다. 정작 Y는 없었고, 어머니와 동생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었다. 그러던 중, 내가 먼저 회사를 떠났다. Y는 MKT으로 이동했고 몇 년 뒤 희망퇴직 프로그램이 있던 때 퇴직을 선택했다. 그리고 몇 개월을 쉬었다. 다시 입사를 했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재회했다.

몇 년 뒤 Y는 회사를 그만두고 싱가포르로 훌쩍 떠났다. 아내가 싱가포르에서 MBA과정을 밟고 있었고 Y는 현지에서 직장을 구했다. 이때에도 바로 구한 것은 아니고 몇 개월의 공백기간을 가졌었다. 후에 들었지만, 가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일단 가서 직장을 구하다 보니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기존에 누렸던 직급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직급을 낮춰 시작했고, 그렇게 힘들게 자리를 잡았다. Y와는 일 년에 두어 번정도는 연락하며, 또 특별한 일이 있으면 서로 소식을 나누며 그렇게 지냈다. 작년, 싱가포르에 출장을 갔을 때에는 정말 몇 년 만에 만나기도 했었다. Y는 퇴직에 대해서는 나보다 경험 많은 선배다.


내 상황을 얘기하니 Y로부터 술술 싱가포르 상황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조만간 조정이 있을 것 같아요. 지난 몇 년 간, 홍콩 시위와 코로나로 싱가포르에 회사와 사람들이 엄청 몰렸는데, 지금은 물가와 비용이 너무 높아졌어요. 그래서 다시 빠지는 추세로 돌아서는 것 같아요. 요즘 말레이시아로 옮겨가는 추세예요. 미국회사들이 뭐 사람, 인재 그런 거 보나요, 비용 보지요. 인건비가 3배나 싸고 영어도 중국어도 다 되는데 왜 안 옮기겠어요."


"그래도 Job posting이 많이 뜨는 건 싱가포르던데?"

"여기 LinkedIn job posting 뜨는 거 내부 채용인 경우도 많아요. 자리도 많지만 사람도 많아서 외국에서 뽑을 생각 거의 안 해요. 오히려 외국인 글로자들에 대해서 더 엄격해지고 있어요. Working visa도 잘 내주지 않고요."


Y는 싱가포르에서 산지 5년이 넘었다. 모든 얘기가 다 맞지는 않겠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반영해 주는 것 같다. 얼마 전 같은 회사의 싱가포르인인 동료가 해준 얘기가 떠올랐다. 그녀는 대만 지점에 director로 갔는데 1년 정도가 되어서 사장과의 불화로 퇴사를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다시 일을 구하고 있었다.


"(내가 싱가포르 사람인데도) 싱가포르 밖에서는 싱가포르에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일단 들어가서 자리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


Y가 묻는다

"지금 형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고 계세요?"


사실 딱히 방향을 정한 게 없다. 어떤 특정 회사나 직급에 목메고 자리 구해야지라고 정해지거나 한 마음이 아직 없다.


"지금이야 다 알아보고 있지. 어디도 상황이 쉽지는 않더라고. 70% 정도는 한국에 돌아가지 싶어. 정해진 게 없으면, 일단 돌아가야지 어쩌겠어."


사실 머릿속은 더 복잡하다. 아이 학교 졸업문제, 구직 문제... 솔직한 심정은 단순한 구직이 아닌 업()을 정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다.


Y는 퇴직 선배답게 좋은 조언도 해 준다.


"형님, 회사원에게는 누구에게나 오는 상황이에요. 일찍 오냐 늦게 오냐의 차이일 뿐, 다 겪게 되는 겁니다. 오히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예요. 저는 더 젊을 때 2번이나 당했는데, 그러고 나도 더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그때 주변에서도 만나는 분들이 겪고 나면 더 단단해질 거라고 그런 얘기를 해 줬었는데, 그때는 와닿지 않았거든요. 지나고 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고,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세요. 형님 그동안 그런 시간 없었잖아요. 몇달 지나도 괜찮아요. 업무 역량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이 그동안 쌓아 온 거 어디 안 가요. 그리고 형님이 홍콩에서 경험한 거 대단한 거예요. 작게 보지 마세요."


그러면서 Y는 지금도 이미 다른 사업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사실이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싱가포르에서는 직장에 다니면서 개인 법인을 내고 다른 일을 하는 것도 흔해서 좀 구체적인 구상까지 했다고. Y의 말에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다.


그러면 다시 돌아 돌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이 다시 해 본다.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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