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Routine 이 깨졌다.

by Passion fruit

매년 겨울에는 한국을 간다. 여기 국제학교는 여름방학이 더 길지만, 아내의 사정상 한국에 자주 들어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여름에는 짧게 가족 여행을 다녀오고 대부분을 홍콩에서 지낸다. 그리고 겨울에 가족들은 일 년에 한 번 한국을 방문한다. 나의 부모님, 장인 장모님께는 매년 겨울이 손주들을 볼 수 있는, 너무나 기다려지는 시기다. 다행히 본가 처가가 다 서울에 있어 이동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그래도 어디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분배를 잘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의 일정이 본가에서 2~3일, 처가에서 2~3일, 또 여기저기 다녀야 하니 외부에서 또 하루이틀 묵게 된다. 이번에는 부산에 있는 친척도 4일 방문을 했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날이 갈수록 피곤해진다. 더 젊었을 때에는 어디에서 자도 상관이 없었는데, 서른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설친다. 본가, 처가에 손님방에는 따로 침대가 없어 바닥에서 자는데, 침대에 익숙해져 버린 이 몸은, 이제 바닥에서 자면 허리도 아프고 푹 잠들지 못한다. 그렇게 2주 넘게 다니다 보면 피로가 계속 차올라 그로기 상태가 되어버린다.


홍콩에서 지켜왔던 매일의 루틴, 말씀 읽기와 적절한 식사, 운동이 무너져 버렸다. 매일매일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과식을 했고, 추운 날씨 가운데 외부활동은 자제했다. 홍콩에서는 자가용이 없어 많이 걸어 다니는데, 여기 한국에서는 차를 빌려서 타고 다니니 걷는 양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방문 첫 주에는 글도 쓰고 책도 읽었는데, 2주 차가 되니 더 게을러지고 피곤해졌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다. 당연히 포동포동 살도 쪘다.


그렇게 한국 방문을 마치고 홍콩에 돌아왔다. 외국이어도 내 집이 가장 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에 있는 시간은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시간이 대부분이라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홍콩에 있는 집에 와서야 마음에 휴식을 얻는다. 남기국수와 얌차, 거위바비큐가 먹고 싶어 진다. 이제 다시 운동도 하고 빨리 루틴을 잡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후유증이 있다. 마음이 바로 잡히지 않고 계속 늘어진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한 알람을 맞췄다. 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일단 뛰고 보자 싶어 복싱도장을 갔다. 거의 20일 동안 운동을 쉬었던 후유증일까? 토하기 직전까지 뛰고 집에 와 뻗어버렸다. 매년 새해 첫날에는 아이들과 작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다짐하는 가족 행사를 했는데, 깜빡 잊고 말았다. 일요일 저녁 아이들을 카페로 데려가 후다닥 행사를 진행했다. 그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가 여전히 어려웠다. 그래서 사무실에 나왔다. 그래도 친구들과 대화하고 식사하고 노트북을 확인하는 가운데 점점 정상궤도에 올라선다. 무너진 루틴을 바로 세우는 데에는 역시 일에 대한 긴장감이 최고였다는 것을 새삼 돌이켜 본다. 지금이야 예전 같은 업무 긴장감이 없기에 스스로 일을 찾아본다.


이력서 업데이트...

지인분들 연락...

linkedIn 검색과 프로파일 업데이트...

저녁 약속과 기타 일정들...




사람이란 상황에 쉽게 익숙해지는 존재다. 처음 퇴사통보를 받았을 때가 바로 두 달 전인데, 새벽에도 눈이 번쩍 떠지고 피곤한 줄 모르고 운동하고 여러 일을 찾아 했었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게을러지기 시작한다. 역시 감정이란 믿을게 못된다. 믿을 건 나의 행동이고 습관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점점 정상궤도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오늘도 약간 늦잠을 자긴 했지만, 덕분에 많이 회복되었다. 다시 스스로를 정립하고 달리자. 구직과 관련해 아직 진전된 내용도 없고, 어려운 결정사항도 남아있어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급해할 것도 없다. 살면서 얻은 지혜중 하나가 있다면, 어떤 일들은 조금 더 기다려 보면 풀리는 일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다시 루틴을 세우고,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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