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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Mar 26. 2024

아빠 나는 장애인이에요?

너는 피어나는 꽃이고 아름다운 사람이지. 가능성이고 하늘에 샛별이야


아빠 나는 왜 이렇게 많이 아파? 머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손도 아프고, 왜 이리 많이 아파?
아빠 나는 장애인이에요? 누가 그러는데 나는 장애인이래
.. 그런데 장애인은 정확히 무슨 뜻을 가지고 있어요?
아빠 나 힘들어.. 병원도 가기 싫고, 학교도 안 가고 싶어. 너무 속상해. 정말 너무 힘들어. 친구들은 다 괜찮은데 왜 나만.. 이런 거야?



예상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질문들이 찾아들 거라는 걸,


굳게 마음먹고 있었다.




이 질문이 날아들면 담담하게 말해주되,


아이가 충격받지 않게 긍정적인 면은 부각해 주고


무겁지만 미리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부드럽게


아이의 관점으로 설명해 주겠다고.  


그러나 갑자기 날아든 송곳 같이 예리한 아픈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잃었다.


.


.


.




거짓말이다. 잠시가 아니었다. 한 참 하염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


.



아이에게 너무나 중요한 순간이므로,


아이 마음에 어쩌면 평생 남을지도 모르는 상처가 될 수도 있으므로


그 모진 소리를 어떻게 해야만 하나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수억광년 떨어진 우주 저 끝 미지의 세계를 떠다니는 부유물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영겁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찰나의 순간을 생포해야 했다  


나지막한 음성으로 그 아이가 전혀 듣지 못할 정도로 낮은 데시벨로 간절한 기도를 올려 드렸다.




마침, 오늘은 기독교에서 부활주일 전 고난 주간으로 보내는 그 주간이었다.  아이는 그런 고난주간에 이 땅에 왔다는 사실을 나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 아이도 고난주간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예수의 고통에 자기의 방식대로 참여하는 것이었을까?




도무지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내 성정과 기질은 이미 아이와 함께 한참을 울고 있었다.


그 아이의 붉어진 눈시울을 그 아이가 항상 사용하는 가제 손수건으로 가만히 닦아주고 있는 내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라



그래. 아이와 같이 울면 되는 문제였다. 그의 눈높이로 내려가, 그의 답답한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 되는 문제였던 것이다.




아들아, 아들아  


얼마나 네가 힘들었으면,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렇게 눈도 못 마주치고 고개를 숙인 채 말하니..


아빠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네. 아빠 마음이 지금 너무 아프다.



'내일이면  열 번째 생일인데 아빠가 더 이상은 늦춰선 안 되겠구나.


네가 지금까지 겪어 온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빠가 왜 지난 10년 동안 매일 네게 남겨 줄 글을 써두었는지 설명해 주어야 할 때가 온 것 같구나.




사랑하는 아들아 아빠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마음이 어느 정도 정돈이 될 거야


아빠의 너를 향한 오랜 애끓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거야.


3000개가 넘는 너를 향한 십년의 sns편지가 어떤 의미로 왜 쓰였는지


너를 위해 죽어도 아깝지 않은 이 아빠의 하나뿐인 몸과 마음이 너를 향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깊고 무서운 그 골짜기를 아빠도 너랑 같이 지나왔거든.


네가 두려움에 떨 때도 사실 너를 업고 있었어. 네가 나를 느끼지 못했을지라도 나는 너와 언제나 함께였었어  




기쁨(태명)아 벌써 십 년이 흘렀네.


어느 날 갑자기 네 보금자리가 2평도 채 되지 않는 창살이 있는 침대로 바뀌었을 때, 너도 놀랐었지


돌배기 아이였지만, 온몸으로 느꼈을 거야. 병실의 차가운 공기와 무거운 분위기에 너도 그 스산한 기운을 느꼈을 거야




아빤 그 무렵 앞으로 이십 년 넘는 병원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그저 까마득한 심정으로


병실 한편에 앉아 있었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 채 끝이 없는 독백을 하곤 했었어.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을 지나왔구나. 반을 지나온건가. 세월 생각보다 참 빠르다




아들아. 지금부터 아빠 말 잘 들어. 너는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이야.


네가 아무리 척박한 환경을 걸어왔을지라도 너는 네 이름처럼 기쁨이고, 희망이며, 의미로 가득한 인생이야.


이제부터 아빠가 자세히 기록할 너와 나의 지나온 인생이 어떠한 의미로 채워졌는지 우리 같이 이야기 나눠볼 때가 되었어. 기대반 설렘반이다.




네가 장애인이 무슨 뜻이냐고 했지? 가 장애인이냐고도 했지




장애인이란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들을 의미해. 신체적 장애란 주요 외부 신체기능의 장애, 내부기관의 장애를 말하고, 정신적 장애란 발달장애 또는 정신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하고,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어느 순간엔 장애를 겪고 있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자기 만의 고통을 겪고 있어. 그렇다고 해서 장애인이란 단어로 그 사람을 가둘 순 없는 거야. 인생은 그보다 훨씬 크거든.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말이야




그런데 네가 장애인이냐 아니냐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 장애가 너를 멈추게 하냐 너를 더욱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느냐야. 우리는 앞으로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거고, 너는 분명 그 장애를 극복할 거야. 너는 대단한 사람이야. 너는 위대한 사람이야. 네 인생에 주인공이 될 거고 슈퍼 스타가 될 거야. 기쁨아. 힘들어도 못해낼 거 같아도 할 수 있단다. 아빠가 그래왔던 것처럼 너도 해낼 수 있어.


네 생일에 맞춰 글을 쓰려니 새벽 3시가 되어 버렸네


진심으로 내 아들 생일 축하해. 10년 전에 아빠, 엄마에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 하루 종일 깔깔 거리는 네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여기가 천국 아니면 어디일까 생각하거든.


우리 아들, 정말 잘하고 있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잘 커주었어. 사랑해 정말 너를 사랑해

느려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아 너는 이 세상에 유일한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니까


해피버쓰데이 투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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