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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Apr 16. 2024

10화_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아빠 어디 가? 어디 안 가 갈 거잖아~ 가려면 데리고 가

(예수님과 어린아이, 기쁨 이는 아빠 콧구멍 속으로) 


분리 불안 장애는 집 또는 애착 대상(아버지나 어머니 등의 양육자)과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불안이 나이에 비해 심해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이며 유병률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4% 정도이며, 7~8세 경에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출처 : 서울아산병원 웹사이트)
아빠 나 무서워
아빠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
나 어디 두고 가는 거 아니지?
혹시 쓰레기통 옆에 나 버리고 가는 거 아니지?
기쁨아, 아빠는 널 혼자 두고 어디 가지 않아

만약에 아빠 손 놓쳐 잠시잠깐 길을 잃어버린다 해도
아빠가 널 찾아낼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찾아낼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아빠 손 꼭 잡고
즐겁게 가던 길 다시 걷자
 
여기 꽃 좀 봐봐~
얼마나 예쁘니~

꼭 너 같다 얘~

히히~
나는 아빠가 너무 좋아
이제 하나도 안 무섭다

(이제 알겠니? 그게 아버지 마음이야)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대체 왜 아이는 가끔씩 나를 놀라게 하는 말을 하는 걸까?


어디에 구멍이 난 것일까?

보이지 않는 틈이 어딘가 있는 게 분명했다


찾아야 했다

찾아내어 해결해야만 했다


아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그 아이 삶이 평화로 가득할 수 있도록 말이다  


분리불안이 아이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에,

발생하는 원인과 그 구체적 이유를 밝혀 내어

문제를 뿌리째 뽑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부터 다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올라간다








첫 번째 재활병원 입원 후 곧 알게 되었다

보호자 한 명 Rule에 대해,

아이는 손이 더 많이 가니까

애들은 24시간 내내 부모 손길을 필요로 하니까

나도 함께 할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병원에는 한 명의 보호자만 밤새 아이 곁을 지킬 수 있었다


퇴근 후 잠시 아이를 보고, 다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집으로 돌아가야 할 때도

출퇴근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내와 아이를 도울 수 없음이 매우 안타까웠다

우리는 그렇게 4년 넘게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했다   


그때 기쁨이 마음은 얼마나 아렸을까. 매일 밤마다 빠빠이~ 하던 그 눈길을 잊을 수 없다


아빠와 매일 떨어지는 그 경험이 아이에게는 나름 큰 상처였던 것 같다

아이는 이해가 가지 않았을 테다

오늘 갔다가 내일 또 올 건데 왜 가는지..

왜 매일 아빠는 어디론가 사라지는 건지..

 

쌓이고 쌓여 마음의 병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라 굳게 믿었다


사랑은 두려움을 이긴다.

두려움은 불안의 또 다른 이름이기에..

더 큰 사랑 빛이 어두운 두려움을 일순간 내어 쫓을 거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병원에는 보이지 않는 감염이란 위험이 항시 존재했다


세균(bacteria)과 진균(fungi) 그리고 바이러스(virus)라는 또 다른 미생물과 늘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공간, 그곳엔 휴전도 없고 종전은 더더구나 허락되지 않는다 언제나 아픈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저마다 자신들의 아픔이 어서 끝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찾고 또다시 찾았다. 그래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그 밖은 밝은 희망이 가득할 거라고 믿고, 묵묵히 자기 속도로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젠간 어떤 식으로든 끝날 것을 알기에 모두 최선을 다해 치료 과정에 임하고 있었다 환자격리, 손 씻기, 접촉 주의만큼 중요한 것이 밀폐된 공간에 함께 거주하는 인원수가 되리라는 생각을 나도 그제야 하게 되었다. MSD 매뉴얼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는 자연스레 그곳에서 감염 위험에 처하며 미국에서는 입원하는 이들 중 약 4~5%가 병원감염에 노출되고 매년 이들 중 약 75,000명이 사망한다는 연구 조사가 발표되었다



일정 시간이 되면 환자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 회진 도는 의사 곁에는 늘 환자 모니터링으로 바삐 움직이는 간호사가 있었고 그들은 나이트 근무를 하면서 아이들 상태를 관찰했다. 그리고 병실 안 여섯 침대 위에는 병원 이름 빼곡하게 새겨진 환자복을 입고 다음 새벽 간호 대상 순번을 기다리는 아픈 환아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부류의 사람들, 바로 환자 보호자들 혹은 간병인이라 불리는 부모들이 있었다.



좁디좁은 침대와 침대 사이,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차가운 공간을 차지하고 밤잠 설쳐 가며 병간호에 매달리는 수많은 부모들이 있었다 숨 막히지 않은가? 이 사실을 간파하는 것만으로도 병원은 태생적으로 365일 돌아가야 하는 쉴 수 없는 수레바퀴라는 사실을, 잠시 잠깐의 휴전도 허락되지 않는 전쟁터라는 또 다른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래서 환자들은 잠시라도 무방비 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생명과 직결되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간병을 하는 가족들은 간병을 하다 병을 얻는다.


이유는 무수히 많다. 제대로 잘 수 없어서, 모두가 잠든 밤 깨어 신음하는 환자들을 숨죽여 돌보고 그러다 자기 몸은 못 돌보고 지나가서, 옆자리 누군가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면 자기도 모르게 오랜 피곤으로 인한 짜증과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쳐서이기도 하다 너무 오랜 시간 자기감정을 억누르며 고된 노동을 결과다.



아이들은 전혀 절제가 안되기에 매일 고통의 날이 반복된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자다 울면 따라 운다. 아이들이 울면 엄마들은 아이들을 진정시키느라 방을 나가서 병원 복도에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서성인다. 그러다 겨우 잠에 들면, 아직도 짜증을 내는 아이 소리가 다시 잠을 깨운다. 소리 있는 총성이다. 누가 먼저 스타트를 끊느냐, 누가 가장 나중에 잠드냐의 촉각을 다투는 전투가 매일 밤마다 벌어진다. 엄마는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자신의 비참한 현실에 눈물 흘리다 겨우 선잠에 든다.



오랜 시간 직접 피부로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미스터리다.



1년 간의 입원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지만, 아내는 지금 10년째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우리 아이는 외래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호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수없이 많은 환아들과 그 가족들은 이 고통 속에 잠겨 있다



입원생활 내내 아내 눈밑 짙은 다크서클 드리워진 날이면 긴급히 연차를 내곤 했다. 그날 밤 어린 기쁨이 곁에서 밤을 지새우곤 했다. 잠에서 깨는 것에 기쁨이라고 예외는 아니었으니까. 다른 아이들이 울면 따라 울 수밖에 없는 지근거리에 있었으니까. 아이가 울면 아이를 토닥이고, 끊임없이 그 아이 등판에 내 기도 눈물을 떨어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병실에 있는 모든 환아들과 어머님들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 이름 모를 30만 명에 달하는 재활하는 환아들을 위해 두 손 모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 누워 있어야 하는 가족을 돌보는 분들은 오직 그 한 사람을 살리는 것만이 사명이 된 채 모든 다른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런 현실을 알고 그저 하나의 뉴스거리로 알고 지나쳐 버린다면, 만일 내가 그런 일을 당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복합 장애


재활을 하는 아이들 중에는 여러 타입이 있다. 뇌병변장애아이면서, 복합장애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많다, 구강으로 섭취가 불가능한 아이들은 위루관 수술을 해야 하고, 산소포화도가 낮은 아이들은 수시로 산소포화도를 측정하고, 산소공급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산다. 경기를 하는 수많은 아이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음식물이라도 먹고 난 뒤라면 또 다른 장애를 입기 전에 속히 아이를 도와줘야 한다. 독한 약을 먹어야 병이 제어되는 아이들은 금세 또 다른 장기에 문제를 안게 된다. 병이 병을 부르고, 또다시 병을 부른다.  


수많은 종류의 장애와 질병이 아이들 몸을 침투하는 동안, 그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마음이 황폐화되어 간다.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기간, 어마어마한 병원비, 국가적인 지원책은 소수 사람들에게만 해당된다. 동시에 일어나는 수많은 보험사와의 갈등, 고부간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 아내의 우울증, 자살충동, 이혼 위기..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니나 , 펭귄클래식코리아 번역)


그 와중에 불행한 가정들이 너무나 많았다. 가장 아프고 시린 계절을 통과하는 동안 두 발이 꽁꽁 얼어버리고, 그 발로 어떻게든 눈밭을 헤쳐 나가야 하는 아픈 현실에 처한 이들이 너무 많았다.


불행한 누군가에게 행복을 나눠 줄 수 있는 내가 되어야 한다.

우리로 모이기 이전에 내가 나 자신이 그 행복을 어떠한 모양으로든 나눠야 한다.




어느 날, 어느 환아 어머니께서 내게 마음을 나눠 주셨다


자기 자신이 간호사 출신이고, 대학병원 간호사라 하셨다. 자기 삶을 열심히 살던 그녀는 어느 날 아픈 아이를 자녀로 만나게 되고 병원 생활을 시작했다. 남편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든 무거운 짐을 아내 탓으로 돌렸다 했다 주중 간병과 주말 가정생활을 동시에 챙기는 동안 불을 지필 불씨마저 모두 사그라져 들었고 이제는 이혼위기 앞까지 왔다 하셨다.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 하셨다. 아내와 나는 그분을 위해 기도드리고, 언제든 마음을 들어 드리는 것 외에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없었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지금 누군가가 분명 겪고 있을 서글픈 현실이었다.  


분. 리. 불. 안


기쁨 이에게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분리 불안을 확대하면 더 많은 재활 가정에서 무수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었다. 모두 다 모양과 정도는 다르지만, 상하고 찢기고, 곪아 터져 당장 소독을 하고 거즈를 대고, 필요하다면 수술 후 붕대라도 감아야 할 상황이었다. 영역을 확장하면 지구상에 수많은 관계 안에 나타나고 있는 현실 문제였다. 서로 사랑해도 아플 시간에 각자가 가진 상처가 다른 이의 상처를 자극하고 더 큰 고통을 불러오는 걸 목격하면서 고민하게 되었다.


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 온전한 사랑이 두려움을 내어 쫓나니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 안에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였느니라(요한일서 4:18)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무엇이든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들 중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마 25: 40)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기쁨이 안녕?

열 살 기쁨 이는 이제 분리 불안 터널 끝 어딘가 즈음에 서 있는 것 같아. 여전히 줄넘기를 찾고 아빠 어디 못 가게 막으려는 충동이 일어나지만, 오랜 시간의 대화와 너를 덮는 사랑이 네 마음을 많이 평온하게 해 준 것 같아.


이젠 좋아하는 삼촌들, 이모들 손을 잡고 한참 동안 놀다 오기도 하잖아. 며칠 전에는 혼자 자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결국 울면서 혼자 잤잖아. 아빤 중간에 방에 올 거라 생각했어 밤마다 깜깜한 거실이 무섭다 했던 네가 무서운 상황 속에서 스스로 나가서 혼자 잤다는 건 엄청나게 큰 변화지.


너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냈어. 그건 어른들도 잘 못하는 건데, 너무 멋있었어. 감격해서 얼마나 감사 기도를 드렸는지 몰라


오래 걸려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아

지금 너는 속도로 아주 잘 가고 있어

방향 수정이 필요할 때면 아빠가 조금씩 도움을 줄 거야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 그러니 무엇 보다 네 마음을 지탱해 주는 사랑을 마음에 품어야 한단다. 그런데 그건 사랑을 받아야 자라.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은 반드시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싶어 지거든.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단다


두려움은 우리를 평생 귀찮을 정도로 따라오게 마련인데, 네가 네 마음에 큰 사랑을 품게 되면, 그만큼 두려움은 줄게 되어 있어. 그리고 말이야


두려움이 없다면 도전 못할 일이 뭐가 있겠니~ 그러니, 우리 사랑을 받아, 사랑을 누리고, 다시 사랑을 나누자


마지막 숨을 거두는 날까지 그렇게 사랑을 배워 나가자.


사랑해 기쁨아 아주 많이 많이~







P.S 개인사정으로 당분간 글은 자정 무렵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상황이 가능하면 그 이전에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몸이 자주 아픈데 마음으로 두 손 모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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