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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Apr 13. 2024

9화_메디컬 다큐 7 요일_의사선생님_꿈

아빠 수술하는 선생님 될래요 그래 마음을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이 되어줘

아빠, 그거 알아? 나는 수술 잘하는 의사 선생님이 될 수 있어~
그럼 그럼, 우리 기쁨 이는 수술 잘하는 의사 선생님이 되고도 남지~
그런데 아빠가 궁금한 게 있어
아직 수술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그건~ 나는 수술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거든~
응? 어떻게?
메디컬 다큐 7 요일에서 이미 다 배웠어~



그랬다 아이는 벌써 4년째 스스로 메디컬 다큐 7 요일이라는 의학 프로그램을 이수해 왔다



전문의는 아직 못되었지만 열정만큼은 여느 전문의 못지않았다




의학 다큐 전공 4년 차로 거의 전 영역의 질병을 탐색했고,

같은 에피소드를 열 번 스무 번씩 반복해서 돌려보는 타입이었다

시간만 나면, 그는 다큐 7 요일 속으로 들어갔다


누군가의 고통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 원인을 탐구하고 관찰하여 결국 해결책을 찾아내는 소위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날 어린이 병원 채혈실에서, 주사를 놓는 간호사 선생님을 향해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지던 그 아이는 다큐 프로그램을 볼 때도 정말 집요할 만큼 모든 환자와 의사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특히 수술하는 장면에선 화면 정지 후 앞뒤로 돌려가며,

자기가 정확히 보고 싶은 수술 장면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단 각오로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자신이 그 순간 실제 집도하는 의사가 된 것처럼

두 눈 부릅뜨고 모든 장면이 이해가 될 때까지 보는 듯했다.


그 순간엔 말을 걸어도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놔둬야 했다


"다큐 7 요일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라는 문구를 기억할지 모르겠다. 메디컬 다큐 7 요일은 EBS에서 2년간 방영했던 의학 전문 다큐 프로그램으로서 죽음을 앞두거나, 심각한 장애와 질병, 사고로 인해 고통받는 우리 이웃들의 병원 생활을 7일 간 자세히 관찰하는 다큐 프로그램이다 주로 유명 연예인들이 내레이션을 맡아 시작부터 끝까지 시청자와 호흡을 맞춰가는 형식이었다



언젠가 아들이 되고 싶다는 의사가 되는 길을 찾아보았다.


본적으로 의예과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펠로우 1~2년(의과대 교수/교수급 의사)으로 진행되는 수순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간단명료한 단순 답이 돌아온다



나는 이미 메디컬 다큐 7 요일을 통해 수술을 자세히 배웠기 때문에 괜찮아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10살 아이, 그 아이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열릴까?


나는 알 길이 없어 밤이면 밤마다 그를 위해 두 손 모으는 것으로 아이의 마음을 가슴에 새겨둔다


아이는 수술하는 의사 선생님이 되어

무엇보다 영혼을 먼저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으로 살아갈 것이다





수년 전 기쁨 이가 처음 수술실에 들어가던 그날 나는 크게 긴장하고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동행할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 앞에서, 그저 두 손을 모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수술이 아니었지만 어린아이 홀로 수술실에 들여보내야 하는 그 상황 속에서,

애처로운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거칠어지는 내 호흡을 거듭 진정시키려 애써야 했다



아이는 예전에 자기 자신이 수술대에 몇 번 올랐고, 앞으로 또 다른 형태의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대학 병원 진료예약일 전날이 되면 언제나 긴장되는 목소리로 정기 진료를 뒤로 미루면 안 되겠냐 간곡한 부탁을 거듭한다. 애처롭고 안 됐으나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뭐라고 한마디 할라 치면, 그는 이렇게 되받는다


아빠는 수술을 안 받아봤잖아. 아빠는 내가 치료받을 때 얼마나 힘들고 아팠는지 잘 모르잖아

그 아이 말이 사실 다 맞았다


나는 오랜 세월 그를 돌봤지만 실제로 재활을 해본 적 없고, 큰 수술은 더더구나 받아본 적 없었다

바늘 하나만 찔려도 아픈 티를 팍팍 내는 걸 스스로 잘 알기에 아이의 말을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를 돌보며 따라오는 육체적인 피곤함은 언제나 따라왔으나, 그 이상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나는 정말 그 고통을 모르는 것이 맞았다


다만 내 아이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그 아픔은 나의 것이었고

협착되어 따라오는 고통은 하등 다를 것 없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전달해 주면 좋을지 그게 관건이었을 뿐이었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그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아이는 아직 모를 수밖에 없는 나이였다

내 아이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저 아이를 안아 주고, 보듬어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걸로 오래오래 내 마음을 대신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면 아이는 수그러들고, 내 몸 쪽으로 파고들어 왔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노력을 계속 기울였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기쁨아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봐


사람은 인생이라는 여정을 통틀어 오래오래 조금씩 성장하며 성숙하는 거란다

처음부터 산너머 풍경까지 다 보일 수는 없는 거야

그러면 얼마나 시시하겠니, 안 보여서 다행인 거고, 안 보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거야


험준한 언덕을 오를 때 정상만 보고 참고 계속 가면, 금방 지친단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오르고, 어떤 사람은 조금 느리게 오를 수 있는 거야

어떤 사람은 중턱에 앉아 쉬었다가 올라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내려오기도 해

산을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산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야


산속 맑은 공기가 주는 청량감도 맛보고

눈앞에 놓인 꽃도 보고, 나비도 보고, 가만히 앉아 네가 밟고 있는 흙의 촉감을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한 거야

산을 재빨리 오르고, 재빨리 내려오는 걸로 인생은 판가름 나지 않는단다

네가 언덕을 넘고, 산 꼭대기에 오르는 과정 중에 만나는 수많은 생명들을 경험하는 게 훨씬 중요한 거야


느려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나면 되고,

조금 더 부지런히 걸으면 되니까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어

밤이 깊어질수록 새벽은 가까워진다


지금 네가 겪는 슬픔과 고난은 결국 모두 지나갈 거야

네가 지금 지나는  터널이 끝없는 터널일 거 같지?


아니, 그렇지 않아


터널이란 그 이름 자체엔 처음과 끝이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지금 네가 겪는 아픔을 지나면서 너는 마음도, 몸도 치료하고 수술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되어 있을 거야.

반드시 그런 날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 앞에 성큼 다가오고 말 거야.


그러니 아무것도 염려하지 마~


우리 내일 메디컬 다큐 7 요일 같이 보자~

아빠도 너와 함께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

아빠한테 수술하는 방법 가르쳐줄 수 있겠?


사랑한다

우리 기쁨이 아주 많이 많이~


I care about you my son, and I believe that God provides healing for you


https://www.youtube.com/watch?v=VHKE7tXOiDQ&list=PLvNzObWMMx6tRLQDik-8S6oupnsyuK4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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