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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May 29. 2024

22화_가수 션_푸르메 재활병원_잘 될거야 대한민국!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함이 없느니라

 푸르메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

통합 재활 의료서비스(Integrated Rehabilitation Medical Services)를 통해 어린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가족과 사회에 희망을 주는 최고의 어린이재활병원

어린이가 행복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 30만 전국 장애 어린이를 위해 개원된 최고의 시설과 의료진을 갖춘 전문소아재활병원
* 의료, 사회, 직업 재활 중심 병원
* 2016년 4월 28일 개원
* 사업기간 22개월 (2014.3~2015.12월 준공)
* 연면적 : 18,571.52㎡ (지상 7층, 지하 3층)
* 국내 최초 최고 시설을 갖춘 어린이 종합 재활 병원 탄생
* 약 7년 만의 아름다운 결실로 만들어진 병원
* 션 개인 6억 원 기부, 넥슨 기업, 수많은 개인 모금 통한 440억 재활 병원 조성
* 션 개인 3년 동안 3만 km 달리기 통한 모금 활동
사랑하는 기쁨이 안녕! 오늘은 가수 션 아저씨와 아빠, 엄마와의 만남에 대해,

푸르메 재활병원뿐만 아니라 이 땅 곳곳에 흩어져 있는 얼마 안 되는 소중한 어린이 재활의학과 병원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성스럽게 이 글을 쓰려해
그 안에는 소아 재활의학과 의사 선생님들
소아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정신의학과, 내과, 외과, 성형외과, 그 밖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든 과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담겨 있어

특별히 치료사 선생님들 (물리, 작업, 감통, 언어, 행동치료(인지, 음악, 미술), 삼킴 치료, 보조기 치료, 보툴리눔(보톡스) 치료, 보바스, 보이타 치료)을 향한 감사도 듬뿍 담겨 있어

이 분들이 치료사 전공을 택하고 온종일 아동을 치료하는 일을 선택한 것은 의사 선생님과 버금가는 훌륭한 선택이었고 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생각해왔어

아빠 10년 관찰 결과야. 무엇보다 기쁨이 치료사 선생님들께 특별히 감사해

근골격계, 신경계, 유전적 질환으로 인해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옳지 못한 자세로 인한 오랜 통증과 신체적인 기능 장애를 가진 너를 포함한 수많은 아이들..
우리가 관심 갖고 보살펴야 하는 소중한 이들이지


아빠가 왜 가수 션 아저씨를 만나러 두 달 동안 러닝을 준비하고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가수 션 아저씨를 만나 왜 네 이야기를 꺼냈는지, 아저씨가 이미 81.5 km 뛴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례를 무릅쓰고 아빠가 네 이야기를 그분에게 들려준 이유를 네게 알려줄 거야

결론적으로 감사(Gratitude) 한 마음을 우리말(Word), 행동(Action), 삶(Life)으로 직접 표현해야 하는 그 이유(why)를 모두에게 알려 줄 거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


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요한일서 3:17-18)
자 이제 아빠와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볼까?
 
집중해서 따라와 오늘도 소중한 이야기로 네 마음속에 남게 될 거야
 아빠가 약속할 테니 기대하고 따라와~

잘 될 거야 대한민국!
잘 될 거야 내 아들 딸들 기쁨이와 이 세상 모든 친구들!


션 형님 옆 따라 뛰던 나는 잠시 물러서서 그분의 넓고 피곤한 등을 추억으로 남겼습니다 감사합니다 션님
션 형님에게 푸르메 재활병원 건립 감사 인사를 직접 드리고 기쁨이 소개 후 달리며 찍은 사진. 션님을 직접 아시는 분은 이 글을 그 분께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처음 본 모든 러너분에게 "사진 찍기 원하는 분 모두 다 여기 모이세요!" 외치자 마자 구름떼처럼 달려 들어온 분들 (코로나 시절)
잘 될거야 팀! 전체 기념사진 속 션님 (등 번호 1945, 광복절 1945년)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9:23)



한국 헤비타트 주관으로 2020년부터 매년 8.15 광복절 기간을 전후로 버추얼 기부런이 이어져 왔다. 나는 2021년도 버츄얼 815런에 참여하여 그간 장애 어린이 아버지로서 가수 션 비전(vision)을 통해 건축된 푸르메 재단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 및 여러 기타 활동을 응원하고 우리와 비슷한 형편에 놓이거나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8.15 한강변에 집결하여 수백 명 가까운 하얀 천사 러너들이 모두 비를 맞아가며 함께 달렸다. 독립 유공자 집 짓기를 목표로, 수 억 원의 모금 활동에 모두가 기쁨과 감사한 마음으로 동참했다.



오랜 재활과 바쁜 업무 속에서 많이 지쳐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기부런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면 일석이조라 생각했다. 가수 션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될지, 아니면 수많은 인파에 쌓여 달리기만 하다 그냥 돌아올지 알 수 없었지만,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그 말씀 하나를 붙잡고 오랜 기도와 함께 약 2달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군대에서 10 km 구보를 강제적으로 했던 훈련 시기를 제외하고는 제대 후 꾸준히 달리기를 지속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400m 운동장을 기준으로 25 바퀴를 돌아야 10 키로를 뛸 수 있다는 뜻인데, 8킬로 정도 뛰는 것이었으니 20~25 바퀴 달리는 게 문제가 되지 않아야 했다. 가뿐하게 뛸 수 있으려면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기부런 행사 참여를 준비해야 하는 것인가? 먼저 주님과 깊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몇 만 원 참가비를 내고 기부런에 참여하면 모자, 티셔츠, 각종 굳즈를 주는 통에 사실 기부라기보다는 참여였지만, 어쨌든 개인이 기부하고, 기업이 다시 개인에게 굳즈를 제공하는 선순환이 일어나는 운동이었다.


사랑하는 엄마 옆에 기쁨이 모두 100점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을 향해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나이다 (시편 18:29)



여기서 적군이란 내 삶을 방해하는 요소들, 즉 앞으로 나가는 성장, 성숙을 방해하는 그 어떤 형태의 모습들이다. 나는 적군에 대항하며 살아왔고, 기부런을 방해하는 피곤이라는 적군을 향해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먹었다.



기쁨이가 재활을 시작하기 오래전부터 주를 의뢰해 왔기 때문에 주를 의지하는 습관이 되어 있었던 게 참 다행이었다. 어느 날 청천벽력과 같이 갑작스럽게 기쁨이에게 사형 선고 같은 무거운 재활 선고가 떨어졌다. 형량이라 부를 수 없지만, 20년이란 긴 시간을 갇혀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우리 가족은 해외 이주 계획을 계획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였다. 미국 유학을 가서 MBA 나 타전공을 찾아 깊이 공부하며 직장도 미국에서 갖고 싶었던 내게, 실리콘밸리와 같은 보다 큰 세상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던 내게, 더 이상은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다. 재활 치료 덕분이었다.



최소 20년, 그 이후는 그때 가서 호전 정도를 확인한 이후 치료 지속 여부를 알 수 있을 거라 했다. 우리 세 사람은 그렇게 그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르되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로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 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하고 (욥기 1:21)



하지만, 두려워 떨며 그대로 멈춰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아버지였고 아버지는 가정을 보호하고, 책임지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를 감당하고 있었다. 적군을 향해 달린다는 것은 하나님이 내게 맡겨 주신 가정을 깨트리는 어떠한 형태, 두려움, 장애, 방해물을 정면 돌파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예수님을 의지하여 결국 담을 뛰어넘겠다고 스스로에게 선포 했다



나는 그 삶을 선택했고 오늘도 계속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뚫리지 않는 단단한 벽을 뚫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결국 뚫을 것이고 돌파해 낼 것이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주신 힘으로,




장애 재활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어 나갔다. 치료 방법, 의의, 효과, 치료 역사 등 닥치는 대로 방법을 찾아 헤맸다. 그러는 중에 보이타, 보바스 치료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보바스 병원이라는 이름의 병원이 있었다. 보바스 치료는 성인, 소아, 영·유아 할 것 없이 신경이 손상된 환자를 대상으로 적절한 치료 및 재활을 위해 창안한 치료법이라 했다. 보바스 치료는 꾸준한 치료를 통한 비정상적인 행동 발현 억제와 일반인이 자연적으로 행동하는 정상적인 활동을 꾸준히 가르침으로서 재활 치료가 성공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보이타 치료 방법도 있었다. 이는 스스로 뒤집기, 기는 동작을 할 수 없는 아동에게 치료사를 통해 그 동작을 직접 가르치고 몸에 어느 부위에 그 동작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유발점을 직접 눌러 반사적으로 원하는 그 움직임이 나오도록 함으로써 결국 아동 스스로가 뒤집기 및 기는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각인 치료다. 기쁨이는 이 모든 치료를 경험하며 기고 앉는 법을 배워 갔다.



아이 언어 치료 방법을 영문 자료로 찾기도 했고, 시중 서점에 나가 언어 발화 촉진 방법 등 특별히 재활 아동과 연관된 내용을 찾아 읽고 제대로 숙지할 때까지 이해하려 노력했다. 지난 10년 아이는 재활과 수술 치료를 번갈아 가며 받아야 했고 그때마다 기쁨이 엄마는 수많은 시간을 아파하며 아이를 안고 숨죽여 울었다. 오직 내 앞에서만 흐느꼈다.



지난 10년 수많은 대학 병원을 다녀야 했고, 매번 새로운 선생님에게 새로운 치료 방법을 다시 제안받았다. 의사 선생님 각각 가진 의견이 비슷할 줄 알았는데, 같은 상태를 두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 해결책이 제시되었기에 혼란스러웠다.



결국은 치료의 방향성을 부모 스스로 선택해야 했고, 우리 부부는 끊임없는 토의를 거쳐 지금까지 기쁨이를 치료하는 데 함께 해왔다. 아내를 존경한다는 의미는 단순한 말에 그치는 떠도는 먼지 같은 단어가 아니었다.



아이를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그녀에게 계속 나타났기 때문이었고, 그 힘든 시간 동안 묵묵히 자기 몫을 감당하는 그 가엾은 아내를 향한 애끓는 사랑이 내 안에 부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예수님과 그가 보내 주신 아내를 존경한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내 마음이 으스러지듯 깨져갔다. 사랑하는 만큼 아팠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팠다. 주님을 사랑하고 의지했기 때문에 울며 버틸 수 있었다. 울어야 산다는 말을 체험할 수 있었다. 주님 앞에 흐느껴 울고, 펑펑 울면 비로소 살 힘이 생겼다. 인생은 신비로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아이가 걷지 못할 수 있다는 말, 앞을 제대로 못 볼 수 있고, 평생 몸을 제대로 못 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그에 덧붙여 심한 두통과 많은 종류의 약을 먹으면서 살 수 있다 들었으니, 배 아파 낳은 엄마는 얼마나 오래 미안하고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았을까?


남편으로서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조용히 안아 주고 등을 쓰다듬고 토닥여 주는 것뿐이었다. 어린이 병원 수술대에 올라 수술실 들어가는 그날도, 아이 재우기 전에 전신 마취제를 쓴 그때도, 쌔근쌔근 잠들어 그 추운 수술실 홀로 들어가는 아이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몇 시간 안 되는 수술이었지만 수술용 칼과 이후 복잡한 작업이 이뤄질 텐데 , 주여 아이를 보호하소서 라는 말 밖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내 심장이 거세게 요동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 때마다 그녀 손을 더 굳게 잡아 주었다



지금도 기쁨인 일 년에 가까이 병원에 다닌다. 내가 동행할 때마다 어린이 병원 수많은 아이들 곁을 지나치며 나와 눈이 마주치는 어린이들을 향해 기껏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따뜻한 말 몇 마디 걸어주고 아이 컨택 하며 싱긋 웃어 주는 것뿐이었다. 혹여 어떤 사정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을 아이에게 함부로 괜한 말 걸 수 없었다.



어린이 병원에 가는 날이면 언제나 마음속으로 중얼중얼거리던 나, 기도 밖에 할 수 없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기쁨이가 처음 병원에 입원하던 날, 맘 속으로 앞으로 20년 병원생활을 어찌 해낼 수 있을까? 질문을 던졌다. 수없이 많은 질문을 오래도록 나 자신에게 던졌다. 너는 할 수 있어야 해. 너는 해내야 해. 주님이 네게 맡겨 주신 소중한 아들이잖아. 그러니까 너는 단단해져야 해. 그러기 위해선 주님 밖에 방법이 없어. 그 사실을 깊이 받아들여. 믿으려면 확실히 믿어.

기쁨아 이 날 너는 무얼두고 기도를 드렸을까?

결국은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을 향해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는 방법, 이 말씀이 가르쳐준 그 방법 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 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했고 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했다. 덕분에 지난 10년 힘듦 가운데서도 천국으로 가는 길 위에 서서 많이 웃을 수 있었다.



기쁨이를 보호하고, 기쁨이 안전을 저해하는 어떤 형태의 위험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그렇게 10년을 보내왔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처음 장애인으로 분류되던 그날은 단지 시작이었을 뿐, 수많은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치료하는 과정 속에서 여러 사람과 숱한 의견 차이를 극복해 가며 오늘 여기까지 왔다.



속상한 일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매번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내 속상함을 토로하고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그 나머지는 주께 맡기는 것으로 언덕을 넘고 산을 넘어왔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어른들은 잘못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지지 않을까?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세상이 평화로워질까?



여전히 빚진 마음이 있다. 우리 기쁨이는 결국 걸었지만, 여전히 걷지 못하는 소중한 아이들이 주위에 많다. 병원에는 말 할 것도 없고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있다. 다 큰 아이를 업고 다니시는 어머님들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은 못하지만 잠시 잠깐 슬픔 속에 잠긴다. 콧줄을 끼고 있는 아이들, 위루관을 달아야 먹을 수 있는 아이들, 고통으로 잠들지 못해 곁에서 다독여줘야 잠에 드는 아동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보다 성숙해져 그늘진 곳, 아무도 모르게 고통당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행정적으로, 사무적으로, 어떤 일을 무심하게 처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아들이었다면, 내 딸이었다면, 내 손주였다면 했을 그 행동을 타인에게 하려는 마음가짐을 배우기를 바란다. 특별히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사람들이라면 정직하게 자기 자신에게 자문하기를 바란다.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다. 남은 날의 첫 날이니까



기쁨이는 감사하게도 푸르메 재활 병원에 들어갈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면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진다. 병원도 시험과 비슷하게 기회가 와야 내 것이 된다. 그랬다. 마포구 상암에 위치한 푸르메 재활 병원은 지금까지 입원해 왔던 병원과는 규모적으로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훌륭한 병원이었다.



다만 아빠인 내게는 하루 3시간 반~4시간 출퇴근 길이 더블로 늘어나는 셈이 되었지만,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마포구 병원을 들려 아내와 아이 얼굴을 보고 강북 쪽 집으로 올라가던 그 길은 기도하는 길이였고 그저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일 뿐이었다. 넓은 침대, 깨끗한 환경, 아이들이 맘껏 기고 놀 수 있는 보드라운 작은 병원 실내 놀이터,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돌봐주시던 간호사 선생님들, 병실 방원 어머니들, 그 모든 분들이 아름다웠고 소중하기 이를 데 없었고 그런 환경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어머니들과 재활 치료와 자녀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1년은 재활 병원에 상주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님들 수고를 마음에 각인될 만큼 매일 보고 또 볼 수 있었다. 아픈 아이들은 대체로 밤에 잠을 잘  잔다.



하고 싶어도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아이들이 너무나 많고, 그걸 다 소리로 표현하거나 아예 오줌을 싸서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게 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을 통해 엄마들은 직감적으로 그 상황을 예감하고, 불면에 시달리며 밤새 아이들을 보고, 주간에 아이들을 다시 보살폈다. 



그렇게 5년 10년 20년 병원생활을 해온 어머님들을 보며 나는 혼자 참 많이 울었다. 그분들 앞에서 울 수 없어 잠시 잠깐 화장실에 들어가 흐느껴 울었다. 내 아이, 남의 아이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과 엄마들이 고통 속에 있었다. 간간히 병원을 오시는 아빠들 뒷모습 속에서도 아련한 슬픔이 보였다.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평생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아가야 하는 아빠들, 나의 입장과 비슷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허락을 하는 상황이면 가능한 많은 아빠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만난 인도 가족과 지난 7년 가족같이 깊은 교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현재 미국으로 이민을 갔지만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그에 대해 나눌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생략하기로 한다.


수많은 치료사 선생님들과 아이 치료를 두고 상담을 하면서, 정말 엄청난 양의 질문을 했다. 최근 5년은 일에 매여 병원에 거의 갈 수 없었지만 초반 5년 동안 재활 치료를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었다.



푸르메 재활 병원이 어느 날 완공되었다. 3-6개월 동안 아이들은 호텔과 비슷한 푸르메 병원에 있다 다시 좁고 다니기 불편한 다른 소규모 병원으로 떠나가야 했지만 그곳에 있는 동안은 그래도 여건이 나았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서로 번호를 주고받고 돌아다니는 병원마다 언니, 동생 관계를 맺는 어머니들, 모두 다 자녀를 향한 사랑의 발로였다.



기댈 곳은 우리들 서로 밖에 없어서 모든 정보를 그렇게 주고받고 더 나은 치료 방법, 새로 개원한 병원 소식, 실력 있는 치료사 선생님들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을 보고 또 봤다. 그 모든 이야기를 듣던 시간들이 여전히 생생한 필름처럼 내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그분들 모두 잘 지내시고 계시기를..


푸르메 병원 건립을 시작한 가수 션을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푸르메에 머무는 동안 했다.


건축에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돌이 있다. 이름하여 모퉁이돌, 그 역할을 해 주신 분을 직접 만나, 그 혜택을 입은 사람으로서 감사한 말씀을 전하고, 언젠가 우리 이야기 듣는 모든 사람들이 말과 혀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그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가야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모퉁이돌이란 말은 사전적으로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두 개의 벽이 직각으로 마주치는 곳에 놓여 그 벽을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는 큰 돌을 뜻한다. 푸르메 건립에 모퉁이돌 되어 준 가수 션을 직접 만날 기회를 엿보다, 2021년 8.15 런을 통해 그를 직접 만나, 기쁨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는 결심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이르시되 보라 내가 한 돌을 시온에 두어 기초를 삼았노니 곧 시험한 돌이요 귀하고 견고한 기초 돌이라 그것을 믿는 이는 다급하게 되지 아니하리로다 (이사야 28:16)


무엇이 땅을 버티는 기둥을 잡고 있느냐? 누가 땅의 주춧돌을 놓았느냐? (욥 38:6)



8.15런에 등록을 하고 기쁨이가 병원에서 집에 오면 아이를 데리고 동네 부속 고등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분리 불안이 심한 아이를 타이르고 또 타일러서, 안아주고 위로해 줘 가면서 아빠는 어디 도망가지 않으니 지금부터 아빠가 왜 달리기를 시작하는지 그 이유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기쁨이를 커다란 운동장 구령대 위에 앉혔다. 입이 심심하지 않게 먹을거리와 찬양 소리가 흘러나오는 핸드폰 하나, 돗자리 위에 쿠션 그렇게 그 아이를 앉혔다.


그 아래 운동장 지름이 대략 400 m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굉장히 넓은 고등학교 운동장이었으니까. 끝에서 끝을 보면 정말 멀다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기쁨이 무서워할까 봐 그 아이 손에 핸드폰을 꼭 쥐어주고 항상 찬양을 크게 틀어주었다.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고, 아빠가 어디 없어지는 거 아니니까, 위에서 아빠를 내려다보라 안심 시켜 주었다. 무서우면 소리 질러 부르라고 했다. 사실 큰 소용은 없었다. 아이는 나를 계속 불렀으니까. 그러나 계속 그렇게 반복 했고 나는 대략 두 달 정도 러닝 준비를 마쳤다. 하루 20-30바퀴씩 돌았으니까 10km 달리기는 준비한 셈이었다.

비가 어느정도 내렸지만 81.5km를 뛰고 온 이후 8.15키로 시작을 앞둔 우리를 격려해 주시던 션님

8.15 당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대형을 갖추고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본부 측에서 우비를 나눠주었다. 하얀 우비를 입고 모자를 쓴 러너(Runner) 그룹이 우비 모자를 벗어 젖히고 신나게 앞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각자 취향대로 콧노래를 부르거나, 손을 흔들며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기 시작 전 한참 비가 많이 왔다. 결국 예정 코스와 다른 코스로 달리게 되는 결정을 전달받았다. 길이도 8.15 km에 약간 못 미치는 길이였지만 안전사고를 대비한 지혜로운 의사결정이었다.


가수 션이 선두에 섰다. 수백 명 러너들이 그 뒤를 따라붙었다. 제일 앞에서 몇 줄 뒤에 서 있던 나는 어서 션 곁으로 가야만 했다. 한 번 뿐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피치를 올려 달리기 전에 션 옆에 다가가야만 했다. 달리기 초반 속도를 높이기 전 워밍업을 하던 그 짧은 시간, 그분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션님
저는 푸르메 재활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아온 기쁨이 아빠 현재라고 합니다. 언젠가 직접 얼굴을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 올해 8.15런 참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덕분에 이렇게 기쁨이 충만한 아이가 되어 지금도 재활 치료를 잘 받고 있고, 저도 기부런에 참여해서 행사 취지에 맞게 독립 유공자 어르신들께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 드리고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기억 못 하시겠지만, 제 아내는 션님과 둘이 푸르메에서 사진도 찍었습니다.

저희 가정이 션님 덕분에 좋은 시설과 의료진을 만나 뵐 수 있었고 지금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지만 소중한 추억 하나를 갖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잘 살아가겠습니다.
 
벌써 81.5 km을 새벽 5시부터 뛰고 오셔서 힘드실 테니 저는 더 이상 말 걸지 않겠습니다. 8.15 km 뛰시면서 페이스 조절 잘하시고, 다치시는 일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해요. 8시간 가까이 이미 달렸더니 지금 피곤이 몰려오기는 하네요.
기쁨이,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많은 사람이 모여서 문 앞까지도 들어설 자리가 없게 되었는데 예수께서 그들에게 도를 말씀하시더니 사람들이 한 중풍병자를 네 사람에게 메워 가지고 예수께로 올새,

무리들 때문에 예수께 데려갈 수 없으므로 그 계신 곳의 지붕을 뜯어 구멍을 내고 중풍병자가 누운 상을 달아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2:2~5)


지붕을 뚫는 믿음으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수 션님과 결국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작은 예수로 살아가는 분, 거의 10년 차이가 나는 나이에도, 처음 나눈 그 분과의 대화가 편안했다.


여전히 환한 청년 같은 미소를 짓고 계시던 분.. 그분 앞에 서서 나는 속으로 조용히 기도드렸다.



예수님 저도 제 삶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노력하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가가, 션 형님처럼 빛과 소금(鹽光, 염광)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나중에 제가 작가로 강연가로, 사업가로, 상담가 혹은 가정 사역자가 되어 다시 션을 만날 때 반가운 재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언젠가 당신이 허락하신 다면 그 일이 일어날 줄 믿습니다. 



너무나 피곤해 보이던 션님에게 더 이상 말을 거는 건 실례라 느껴졌다. 다만 내 가슴속에 지난 몇 년 간 품고 있던 감사를 표현하는 2분이란 시간은 충분히 주어졌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그리고 그를 보내 드렸다. 다시 한번 후회 없는 순간이 지나갔다.



지붕을 뚫고 한 병자를 예수님 앞에 데려다준 그 친구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 병을 치료해 주신 예수님처럼, 나도 기쁨이 친구가 되어 션을 만나, 감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내 몫을 감당했다.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만드시는 하나님을 따라 나아갔더니 만남이 이뤄졌고 내 오랜 계획은 성취 되었다.



그날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내 모든 기도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는구나. 간절한 자녀를 향한 기도에 오랜 시간이 흘러 응답하시는 좋으신 아버지시구나. 힘들고 마음 아파 울고 있을 때 나 혼자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은 그가 엎드려 흐느끼고 있는 나를 살포시 덮고, 자신의 따뜻한 체온으로 내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버리지 않게 지켜 주셨던 것이구나


눈물을 흘렸다. 하염없는 감사와 함께 혼자 오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우리의 짧은 만남은 종지부를 찍었다.




사랑하는 기쁨아,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위에 적어 두었어


네게 마지막으로 남겨 주고 싶은 말은 바로 이것이야


내가 주를 의뢰하고 적군을 향해 달리며 내 하나님을 의지하고 담을 뛰어넘나이다 (시편 18:29)


너도 적군을 향해 달려가서, 막힌 담을 뛰어넘어버려.


너는 할 수 있어. 너는 예수님을 믿으니까, 그분이 그것을 의로 여겨 주실테니까! 사랑해.


말씀이 가득하면 성령으로 가득해지고, 그러면 결국 예수님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게 될 거야.


아빠가 계속 먼저 앞서 가며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볼게 네가 아빠를 이젠 도와줘


늘 말하지, 우리 기쁨이, 엄마 아주 많이 많이 사랑해. 그리고 너를 아주 많이 축복한단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 하시니 (마가복음 9:23)


찬양기도 시간에 갑자기 앞으로 나가 엎드린 네 모습, 아빠가 제일 자랑스러워 하는 네 모습 몇년 전인데 정확한 년도를 아직 못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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