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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May 22. 2024

20화_교환학생_마음 이어질 때_Gateway arch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하면, 아빠 인생에 가장 행복한 날들이었어

미 중부 캔자스주 평원 버팔로(Buffalo)의 고장, 오즈의 마법사 배경이 되었던 캔자스, 도로시가 만들어간 모험 이야기를 여전히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기쁨이(Joy)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와 너를 따르리니 우리 모두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편 23:1-6)


사랑하는 기쁨아 안녕!
재활치료에 화상치료, 학교까지 다니느라
많이 피곤해하는 우리 기쁨이와 엄마
피로가 누적되어 최근 한 달 더 많이 힘들었을 거야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까?

나는 할 수 없는 일이 왜 이리 많을까?

나는 왜 이렇게 일상이 불편할까?

아픈 곳은 또 왜 이리 많을까?

무슨 검사는 때마다 이렇게 자주 할까?

온갖 병원을 다녀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아직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네 모든 마음속 의문들이
두려움, 걱정, 염려, 무서움이라는 이름으로
너를 향해 돌진할 때마다

네 마음 침울해지고
고개 푹 숙이고 속상해하는
너를 볼 때마다
아빠는 사랑이신 예수님께
다시 한번 마음을 드리고,
우선순위를 드리는 것으로  
온전한 삶을 드리려 노력하는 것으로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기도를 드리고 있어

삶이 기도되는 것
삶이 고백되는 것
삶이 기쁜 소식이니까
복음을 기쁘게 전하는 것
   내 삶이 예배되게 하는 것

그래서 아빠를 통해 너와 엄마가
예수님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 되는 것
거기에 아빠 마음을 두고 살게 되었어

다 너와 네 엄마 덕분이야.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더 잘할게
더 사랑해 줄게

아빠가 여호와를 기뻐하고 성경대로 사는 모습을
네게 보여 주는 것으로 내게 주어진 소임을 다 한다면,
이후에는 너도 아빠를 닮아
의와 평강과 희락 가득한
하나님 나라 사람으로 살아갈 거라 믿고 있거든

아빠가 어느 순간 저 천국 열차 타고 먼저 떠나갈지라도
너는 아빠가 남겨 놓은 모든 이야기를 디딤돌 삼아,

아빠 보다 더 하나님 사랑하고 이웃 사랑하는 사람 될 거라
확신하며 지금 이 글 쓰고 있는 거야  



기쁨아 사랑해. 너를 정말 정말 사랑해
아빠가 오늘은 교환학생 시절을 자세히 이야기해 줄 거야
누구나 인생에 가장 행복한 시절이 언제냐 질문받으면 잠시 생각에 잠겨
아빠는 최근 몇 년 간이 가장 행복했어
풍성한 삶을 살고 있거든 힘듦과 기쁨이 공존하는
지금, 여기(here & now)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고백할 거 같아
 
그런데 과거 어느 시절로 돌아가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 물으면
교환학생 시절이라 말할 거야
스무 해 정도 지난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그때 만난 미국, 중국, 남미 친구들과 아직 사귀고 있어
물론 그 횟수는 현격하게 줄었지만, 그 끈을 굳게 붙들고
여전히 서로를 위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관계로,
언제든 만나자 하는 관계로 사귐을 누리고 있어
"사귐은 누림이라"
 이 말 처음 들어보지?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에서 가져온 말이야
 
살아보니 사귐은 누림이 되더라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기쁨이)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더불어 누림이라(요한일서 1:3)






2006년도 초여름, 캔자스 주 공항에 도착했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드디어 기회의 땅, 아메리카에 첫발을 내디뎠다. 총인원 16명, 교환학생 동기 모두 아직 서로를 낯설게 느끼고 있었지만 만면에 미소 가득 머금은 채, 앞으로 있을 예쁜 추억 하나하나를 미리 그려보는 것으로, 모두 그 순간 행복에 젖어 있었다.



공항에서 2시간 떨어진 교환학교에 도착 후 각자 짐을 풀었다. 방이 배정되고 룸메이트가 결정되었다. 그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정말 얼마나 흥분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는지 모를 정도로 행복했다. 신났다! 정말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굉장한 흥분감이 밀려들었다.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소리 없이 들이치던 세찬 밀물보다 훨씬 더 강력한 파도가 미국에 있던 내 마음속으로 계속 들이치고 있었다. 그 파도 소리는 은은하게 들렸고 따스한 햇볕 아래 누워 있던 내 영혼을 말갛게 씻어주었다. 한 해 전만 해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군대에 속박되어 있었는데, 내 몸과 마음이 모두 미국 땅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얼굴을 실제로 꼬집을 정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제껏 지나온 시간과 기울였던 노력 그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치듯 지나갔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 여전히 일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중얼중얼 기도하는 습관이 십 년 넘게 배어 있었기에 미국에 도착한 첫날 기숙사 침대 위에 앉아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이곳에 있는 동안 나를 선한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을 굳게 믿고 나아가고 싶다 고백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사귐을 갖고, 그 시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 기도를 드렸다.


바로 캠퍼스로 나갔다. 기숙사 근처 미국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비치 발리볼을 하고 있었다. 무슨 용기였는지 몇 분 간 지켜보다 미국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호기심이 일었는지 모두 발리볼을 멈추고 내게로 모였다. 각자 소개를 받고 다시 자신들을 차례차례 소개해 주었다. 처음 보는 동양인이, 어중간한 영어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데서 큰 호기심이 일었던 것 같다. 그 계기로 이후 2학기 동안 가장 가깝게 지낼 좋은 친구들을 여럿 사귀었다. 그리고 20년 여 년 지난 현재까지도 그중 한 둘과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까지 더 하면 수십 명의 친구들과 여전히 관계를 맺고 있다. 하나님 주신 사귐이었기에 나는 여전히 그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 나는 그들을 여전히 좋아하고 그들도 내 편에 서 있다


첫 테이프가 예쁘게 끊겼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의 일이지만, 비치 발리볼 하던 친구 한 명이 마침내 서울에 놀러 와 함께 전통시장을 걸어 다녔다.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그녀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고, 그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 엄마를 쏙 빼닮았다.


그녀의 어머니를 나는 지금도 미국 어머니라 부른다. 나를 낳아주시고 지금의 나로 만들어주신 어머니, 군대에서 나를 품어주셨던 두 번째 어머니, 미국에 있는 동안 나를 아껴주셨던 세 번째 어머니. 나는 어머니 부자다


이외에도 지난 20년 동안 미국인 부부 커플이, 또 다른 여섯 명의 미국 가족이, 한 분의 미국인이 한국에 올 때마다 나는 공항에 마중을 나가거나, 그분들을 만나러 수원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또다시 귀국하는 공항에서 만나 이별을 고했다.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교환학생 이후 몇 년 간 한국을 다녀가셨고 그때마다 나는 그분들 모두를 만났다.  


왼쪽 여섯가족과 함께 한 내 아내 , 오른쪽에는 발리볼 친구와 전통시장 투어
기타리스트 리 아저씨 한국 방문
친구네 집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추억, 내 사랑하는 미국 가족들

이 글을 쓰는 중간에, 잠시 미국 어머니와 SNS 대화를 주고받았다. 13~14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지만,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 대화를 주고받는 데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중한 분이시다.


이 모든 사귐이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기쁘고 소중한지 모르겠다. 내 모든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분을 통해 모든 삶을 해석해 왔으니까, 그분 말고는 내 삶은 해석되지 않는다.


I hope you will someday come visit


언젠가 네가 다시 오기를 바라.

(미국 어머니 대화 중 마지막 문장이다)


쿠웨이트 룸메이트

첫 룸메이트는 쿠웨이트 사람이었다. 쿠웨이트 유학생은 기초 영어를 구사했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도는 느린 속도로 말할 수 있었다. 대화 중에 국비 지원을 받아 유학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우리 두 사람에게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었다.

둘 다 정기적인 기도 시간을 중시하는 사람이란 점이었다.


어느 날 오후, 옆 침대를 쓰던 쿠웨이트 친구가 기도 카펫을 바닥에 깔고 특정 방향을 향해 절을 하며 기도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때 나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기도를 한참 하던 중이었는데 아랍어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그간 영어로만 대화했기 때문에 그 친구의 아랍어 음성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한동안 기도를 마치고, 그와 대화를 했다.

이슬람 기도는 하루 5차례, 대략 5~10분 정도 드린다 했다. 그 친구가 물었다.


나는 알라에게 기도하는데, 너는 누구한테 기도하느냐?


듣는 중에도 그 질문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다. 궁금할 만했다. 나는 예수님에게 기도를 드린다 말해주었다. 그러니 예수는 예언자가 아니냐는 말이 되돌아왔다. 그렇게 조금씩 룸메이트와 종교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다름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친구에게 사영리(기독교 복음 소개 책자)를 전하려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나는 그 친구에게 노래를 불러 주기로 마음먹었다. CCM (Contemporary Christian Music) 몇 곡을 기타 반주에 맞춰 불렀다. 첫날에는 방 안에서 조용히 불렀지만 이후 기도 시간에 복도에서도 불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숙사 복도 귀퉁이에서 조용히 기타 연주와 함께 CCM을 부르기도 했다.


그 소리를 듣고 미국, 아랍 친구들이 방문을 열고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노랫소리가 듣기 좋은데 이게 무슨 내용의 음악이냐고 어떤 뜻인지 재차 물어왔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에게 하나님 사랑을 노래로 들려주었다.


아랍인, 미국인, 아시아인 할 것 없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동안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사랑하는 하나님을 공개적으로 찬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그 모든 시절이 너무 아름다운 추억으로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에 찬란한 별과 같던 그 시절을 상기하며 힘들 때마다 여전히 위로받는 나, 지난 10년 재활을 이길 수 있었던 그 모든 힘이 주님께로 왔고, 주님을 향하고 있다. 지난 10년 기타 치는 것 대신 아이를 돌보면서 기타 연주법을 대부분 잊었지만, 다시 시작할 계기가 될 것 같다.


미국, 아랍, 아시아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찬양
나는 기타를, 일본 형님은 작은 드럼을, 그 옆엔 중국인 동생들, 하나님 내게 베푸신 작은 천국 그 곳에서 보낸 시간들


교환학생으로 경영학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그중에서도 프로모션, 광고 관련 수업은 굉장한 흥미를 끌었다. 덕분에 교수님과 가깝게 지낼 수 있었고 그분 댁에도 방문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내가 만난 미국인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진실했으며, 나눠 주기를 아까워하지 않는 진짜 그리스도인들이었다. 그분들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더 명확하게 그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내가 살아온 삶과는 다르지만, 그 결이 비슷했다. 아름다운 사람들 속에서 나는 천국을 사는 것 마냥 매일매일 기쁨에 차 올랐다.

경영학 교수님 댁에서 그 분과 한 컷
정말 흥미로웠던 교수님 수업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 만난 중국인에게 복음을 전했다. 사실 전도는 일상적으로 하던 습관과 같은 것이었다. 그 친구는 스물몇 해 살아왔지만 나를 통해 미국에서 처음 예수님에 대해 자세히 듣게 되었다 말했다. 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었고, 고국에서는 결코 접할 수 없던 그리스도를 미국에서 받아들이고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그 친구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에 살며 예수를 믿는다. 18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의 안부를 묻고 그를 위해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감사하다. 그도 여전히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해주고 있어 행복할 따름이다.


사귐은 누림이 되었다


그리스도 안에 사귐은 반드시 누림이 된다는 걸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미국에 있는 2학기 동안 너무나 많은 기적 같은 일이 있었다.

남은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고자 한다.


교환학교와 본국 대학교 사이에 교환학기 협정은 처음부터 1학기로 유지되어 왔다. 양국 학교 간 협정을 체결하여 공식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1학기 이상 미국에 추가로,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남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교환학생으로서 첫 학기 초반, 두 번째 학기를 이곳에서 남아 공부하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두 번째 학기라는 말이 원래 없던, 성립 불가한 상황이었지만, 새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시는 하나님을 굳게 믿었던 나로서는 반드시 길이 있다고 믿었다. 길이 없다면 하나 뚫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나님이 때가 되면 보여주실 거라 생각했고, 만약에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본국으로 돌아가면 될 일이었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이사야 43:19)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어떻게 두 학교를 설득할 수 있을지 곰곰이 따져 보았다. 어느 학교를 먼저 설득하고 나서, 그다음 학교를 설득해야 할지 기도와 더불어 치밀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 학교를 설득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끝도 없이 계속 한국 학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내가 왜 이곳에 남아 1학기를 더 공부해야 하는지, 그것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니며, 후에 오게 될 교환학생 후배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설득에 설득을 하는 나를 도저히 감당하지 못한 국내 대학교 담당자는 새롭게 협정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미국 대학교의 허락을 먼저 받아 오라 했다. 한국 학교 대외 담당 부서 직원들도 상위 부서로 보고에 보고를 거쳐 결론을 주었으리라.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곧장 미국 교환학교 담당 부서를 찾아갔다.


나는 미래에 리더가 될 사람으로서, 이곳 교환학교에서 한 학기를 더 머물며 공부할 기회를 미국 측에서 주기를 바란다고 설득하기 시작했다. 한미 관계라는 커다란 주제까지 꺼내 앞으로 나 한 사람이 기성세대가 되면 한미 양국에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고려해 보라고 설득을 했다.


몇 번 거절당했지만, 예를 갖추어 다시 담당자를 찾아가기를 반복했고 나중에는 칭찬을 들었다


그렇게 한 학기 내내 몇 달간 각고의 노력을 끝으로, 결국 두 학교로부터 1학기를 추가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는 최종 결정을 받아 냈다. 한 가지 조건이 붙었지만, 그건 감당할 만한 부분이었다.


16명 교환학생 동기들은 그 소식을 듣고 대부분 놀랬다. 내가 남는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나와 친하게 지내던 동생 한 명이 내게 와 말을 걸었다.


형 나도 남고 싶어. 나까지 남을 수 있도록 학교랑 더 이야기해 줘

최종적으로 그렇게 두 명이 남게 일이 맺어졌다. 할렐루야!


그렇게 14명 다른 동기들은 한 학기를 마치고, 저마다 귀국길에 올랐다. 뉴욕이나 L.A 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돌아갔다.


1학기 연장, 그 일을 성취하신 분은 하나님이셨다. 내 작은 머리에서 그런 큰 계획을 직접 실행에 옮기고, 학칙을 수정해서까지 더 남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일을 행하는 여호와, 그것을 지어 성취하는 여호와, 그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자가 이같이 이르노라(예레미아 33:2)


신의 한 수를 두신 분은 언제나 여호와였다. 그런데, 비용이 다시 문제가 되었다. 전혀 예상하지 않던 2번째 학기 비용은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막상 결론이 나고 나니, 비용 마련이 시급해졌다. 그러나 하나님은 여전히 또 다음 계획을 마련하고 계셨다.


당시 유학생으로 함께 있던 어떤 동생의 배려로 자동차 운전 면허증을 취득하게 되고, 교환학교 정비소 세차장 직원으로 취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두 번째 기적은 두 번째 학기 비용을 현지 유학생 기준으로 거의 반값으로 싸게 지불하라는 학교 측의 예상치 않은 고지가 있었다. 커다란 비용이 반토막으로 줄었다. 세 번째 기적은 내 사정을 들은 중국 친구가 선뜻 먼저 다가와 얼마의 돈을 빌려 줄 테니,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만 갚으라는 말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세차장에서 일하고, 이후에 학교 청소부로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일하고 틈을 내어 공부하면서, 2번째 학기 비용을 차근차근 모을 수 있었다.


어느 날, 평상시 자주 가던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던 커뮤니티 센터를 방문했다.

다행히 평일이라 아무도 없었고 주방 옆 구석에서 나 홀로 통곡의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하나님 아직 얼마가 부족해요. 저는 어떻게 해요. 제가 욕심을 부렸나요. 저는 어떻게 하지요.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울며 기도드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두 시간이 더 흘렀을까, 미국 할머니 몇 분이 들어오셔서, 울고 있던 나를 확인하시고는 엉엉 우는 내 뒤에서 가만히 등을 토닥거려 주셨다. 기도제목이 있는 것 같은데, 감추지 말고 말을 해달라 하셨다.  

기도하던 나를 위로해 주셨던 세 할머니

내 소식을 건네들은 미국 교회에서는 개런목사님을 통해 내 등록금의 일부를 나 모르게 직접 대학에 가서 대신 내주셨고, 이미 천국에 가신 돌아가신 어느 미국 집사님은 내게 백지 수표로 마지막으로 모자란 돈을 후원해 주셨다. 그분은 내게 Everything is the Lord's라는 문구를 별도 메모지에 써서 전달해 주셨다. 나는 여전히 그 문구를 가지고 있다.


그랬다. 모든 일을 여호와가 계획하셨고 행하시고 그것을 지어 성취하셨다.


나를 위해 백지수표를 써주셨던 미국 집사님이 몇 년 전 암투병을 하시던 중에, 나와 통화 연결이 되었다. 그동안 투병 때문에 자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었지만, 우리는 둘 다 알고 있었다. 서로를 원한다는 것을. 마지막 사귐을 누리고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한참을 통곡해 가며, 미국과 한국 시차를 건너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대화를 해나갔다. 수화기 속에 그는 울고 계셨고 나도 울고 있었다. 그토록 하나님에게 충성하던 제자를 데려가시는 하나님이 그때도 이해 가지 않았지만, 그분은 끝까지 그 고귀한 신앙을 버리지 않고, 내게 마지막 격려를 해주셨다. 


Tim(팀) 그분은 내 인생에 아버지 같던 분이셨다. 당신을 추억합니다. Tim


존경하고 보고 싶은 팀
Everything is the Lord's by Tim

나를 소중히 아껴 주시던 그 어른이 지금 이 글을 천국에서 보고 계실 거란 생각을 하니 숙연해진다.

그리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살아온 내 인생 속에 숨겨져 있던 이 이야기들을 꺼내게 하시는 그 하나님의 놀라운 뜻을 조용히 묵상한다. 비단 우리 기쁨이만을 위함은 아닐 것이다.


살아계신 하나님, 그분을 찬양하며 조용히 다음을 준비해 가면 되겠지.




기쁨아, 아빠의 미국 생활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어. 그러나 네게 남겨 주고 싶은 핵심은 이거야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면, 그분이 그분의 때에, 그분의 방법대로 일 하신다는 거


눈앞에 현실이 아닌, 그 뒤에 계신 하나님을 끊임없이 갈망하라는 거


아빠가 원하는 것과 다른 결과가 오는 경우가 많았어.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분이 인도하신 방향이 옳았고 언제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우리 기쁨이도 재활하느라, 화상 병원 다니느라, 마음을 나눌 친구가 아직 없어서, 불편한 몸과 잘 따라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오랫동안 많이 힘들었지


그러나 너의 믿음의 전성기가 오면 너는 알게 될 거야.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하신 분이신지 직접 경험하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 느려도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지금 아파해도 나중에 하나님이 그 눈물을 손수 닦아 주실 거야


마음이 따뜻하고 진실한 어른이 되어줘. 예수님의 성품으로 가득한 인생을 살아줘. 아빠가 네게 부탁하고 싶은 건 그것뿐이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 되길 바라. 아빠도 아직 모든 사람을 사랑하진 못해. 노력할 뿐이야. 그래도 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우리 함께 기도하고, 기대하고, 기다려보자


일을 행하시고, 성취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바라보고, 끝까지 인내하는 자에게 주께서 주실 결말을 기대하자


You have heard of Job’s perseverance and have seen what the Lord finally brought about. The Lord is full of compassion and mercy


보라 인내하는 자를 우리가 복되다 하나니 너희가 욥의 인내를 들었고 주께서 주신 결말을 보았거니와 주는 가장 자비하시고 긍휼히 여기는 자시니라 (야고보서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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