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과 나눈 대화가 마음에 깊은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기쁨이 안녕
학교에서 1만 2천 봉 아름다운 금강산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까?
아마 아직 자세히 못 들어봤을 거야
아빠도 그곳에 실제로 가기 전까지는 사실 금강산 존재만 알았거든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고, 어떻게 생겼는지는 더더욱 몰랐어
그런데 2007년 늦가을, 아빠에게 북한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
오늘은 그곳에 가서 느낀 감정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거야
자 집중해서 잘 들어봐
금강산은 역사적으로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어
봄에는 금강산(물러나지 않는 진리를 향한 굳은 마음)이라고 불렸고, 여름에는 봉래산(신선이 사는 산), 가을에는 풍악산(단풍 든 큰 산), 겨울에는 개골산(바위 뼈 산)이라 했어
아빠는 풍악산에 다녀온 셈이지 그때는 금강산이 단풍 옷을 아직 입고 있을 때였으니까
추위는 매서웠지만, 여전히 금강의 풍채는 아름다웠어
한 번도 보지 못한 형태의 봉우리들
수려한 장관 앞에 자연을 사랑하는 아빠는 넋을 잃고 뛰어다녔어
기쁨아, 우리나라는 남한과 북한으로 나뉘기 전부터,
한반도라 불리며 수천 년 동안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왔어
지금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休戰, armistice) 상태야. 휴전이라는 의미는 전투 행위는 중단하였으나 더 큰 의미의 전쟁은 계속 지속되고 있다는 걸 뜻해.
남북한 간 협상으로 지난 70년 간 전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거지, 아예 끝난 게 아니야. 언제든 다시 발발할 수 있고, 같은 민족끼리 슬프지만 서슬 퍼런 총끝을 다시 겨눌 수 있어. 너무나 마음 아픈 현실이지
먹고사는 문제가 너무 힘든 이 나라에서, 통일이라는 주제는 언제부터 더 이상 관심 주제가 아닌 게 되어 버렸어.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 버린 거야
아빠가 만난 금강산 지키던 군인들 얼굴은 혹한의 추위로 인해 상할 대로 상해 있었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어
너무 오랫동안 찬 바람을 쐬었기 때문이었어
기쁨이 네가 매일 바르는 그 흔한 로션 하나 없었던 거야
산중턱, 산봉우리 위에 서 있던 북한 주민들은 작고, 가냘펐어. 아빠가 만난 남자들 키는 160cm를 조금 넘었을까? 그러나 동시에 매우 단단하고 남자다워 보였어
그런 모습은 대체로
모든 고난을 스스로 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단다
마음이 아프지만, 그게 사실이야
오늘은 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거야
우리 모두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주제를 조심스럽게 꺼내볼 거야.
기쁨아, 네가 어른이 되고 나면 통일이라는 주제는 어쩌면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 그날을 위해서 아빠가 짧게 경험했던 금강산과 그곳에 사는 북한 거주민에 대해 느꼈던 그대로를 이야기해 볼게.
사랑해 기쁨아
아빠 이야기 늘 경청해 줘서 고마워
군대 다녀왔습네까? 얼마 다녀왔습니까?
저는 2년 조금 넘게 군생활을 했습니다.
그게 군생활입니까? 그는 웃으며 농담조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은 10년 넘게 군생활을 했다 말했다.
대단하시네요. 그 힘든 군생활을 어떻게 10년 넘게 하셨습니까?
하하하, 북한 남성 중에 군인이 되면 다들 그렇게 합니다
아 네~
그쪽은 대학생입니까?
네 저는 대학생입니다
그렇다면 대학생으로 북,남한 통일을 위해 현재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네?
북한 통일을 위해 학생회 활동 같은 거 안 하십니까?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냐 물었습니다
... 저는 특별히 북한을 위해 했던 일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끄럽습니다. 다음에 언젠가 다시 만날 때는 통일을 위해 무언가 하는 사람이 되어 다시 마주치면 좋겠습니다
북한 사람들, 이곳 주민들은 남한 사람들이 얼마나 잘 사는지 압니다
그들의 옷 입는 것만 봐도, 얼굴에 웃음기만 봐도, 북한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게 산다는 걸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힘듭니다
이 추운 산에 있지만, 다들 이 직업을 원합니다. 먹고 살 어느 정도 돈이 되니까요
보통 북한 사람들이 이렇게 안내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네, 몰랐습니다. 기억하고 돌아가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볼게요.
꼭 그러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하나님, 어찌 된 영문인지, 세상은 기아와 전쟁으로 오늘도 아파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고, 남성들은 국가에 부름을 받고 총을 거머쥐고 전쟁터에 나가, 누군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습니다. 전쟁이 없는 땅 역시, 여전히 사회적 갈등과 다툼이 끊임없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고 증오합니다. 어렸을 때 간직했던 동심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채, 다른 사람을 속이고 배척합니다. 우리에게 사랑하라 말씀하셨는데, 믿는 그리스도인들조차도 그리스도인 다움을 잃어버린 채 사회에서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를 불쌍히 여겨 주세요. 주님을 믿는 사람들이 종교인이 아니라, 신앙인으로 살게 해 주세요.
기쁨아, 아빠가 너무나 사랑하는 우리 기쁨이
북한 이야기 듣고 나니 마음이 어때?
평화 통일은 너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업이야.
네가 어른이 되어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되거나,
소외되고 어려운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멋진 U.N 사무총장이 되거나,
평범한 시민으로서 네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이 되거나 중요한 건
그 어떤 모습으로 살지라도, 네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아가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을 보내는 것이야
그게 습관이 되어야 하고, 그게 네 삶의 즐거움이 되어야 해
평화 통일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그 몫을 감당하길 바래
부탁할게
다른 사람들 시선을 두려워할 필요 없어. 너는 너의 일을 하면 돼
그것이 무엇이든 당당하게, 자유롭고, 열정적으로 모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진짜 어른이 되어주길 바랄게
너는 할 수 있어
아빠랑 매일 외치지
나 기쁨이는 할 수 있다. 예수님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아빠는 우리 기쁨이가 정말 자랑스러워
열 살이지만, 열 살 같지 않을 때도 많아
너는 너무나 사랑이 많은 사람이고, 아빠 엄마를 사랑해 주는 부모 같은 아이야
아빠가 힘들면 안 된다고, 아빠 모든 몸을 따뜻한 이불로 덮어 주는 너란 존재는 내게 작은 예수야
엄마가 힘들어 보인다고, 엄마 볼에 뽀뽀해 주는 너란 아이는 작은 천사야
그래서 아빠는 이 힘든 터널을 넉넉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것 같아.
비록 체력적으로 힘들고 자주 지치지만, 예수님이 주신 커다란 소망이 있어.
모든 사람들이 사랑이신 예수님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약속대로 이 글을 쓰고 있단다
사랑해. 아주 많이 사랑해 기쁨아
아빠가 저 천국으로 가더라도 이 모든 글들은 네 마음에 살아 너와 함께 숨 쉬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