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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May 25. 2024

21화_여보_나는 언제나 당신 편입니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사랑하는 기쁨이 안녕!
근래 우리 가정에 찾아오는 기적 같은 만남 가운데 아빠는 매번 놀라워하면서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이 만남 가운데 어떤 숨겨진 뜻이 있을지 기대하며 그 의미를 해석하는 중이야
그 안에 선하신 주님 뜻이 있을 거라 믿고 기다리며 기도 중이야
그 만남들을 가능하게 한 데에는 네 엄마의 아빠를 향한 변함없는 신뢰가 있었어

아빠가 누구를 만나든
믿고 신뢰해 줬거든
걱정될 수 있었을 텐데, 엄마는 아빠의 말과 삶을 있는 그대로 믿어 줬어
그래서 지금 그 모든 기적이 가능한 거야

이제는 너와 엄마도 그 만남들에 함께 참여하고 있지
더 신나는 일들이 엄마와 너를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 크게 기대해도 좋아


오랜 시간, 오늘 이 주제를 쓰고 싶었어
가장 아빠에게 중요한 주제라고 해둘게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부분,
기쁨이 네 미래에 마주할 연애와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떨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제 시작해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해서 들어주라
기쁨 이가 올해 생일 전날 아빠에게 나는 누구예요?라고 질문 했던 기억나니?
너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고 살아야 하는지
처음으로 네 정체성에 대해 아빠에게 질문했을 때,
아빠가 이런 생각을 했었어
언젠가 이런 질문들이 찾아 들어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고,
너는 피어나는 꽃이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놀라운 가능성이며, 저 하늘 깜깜한 어둠 속 찬란하게 빛나는 샛별과 같다고!
맞아
너는 그런 존재야
너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생명을 내어주고 그 대가로
영원을 선물 받은 그런 소중한 존재야  
칠흑같이 어둡고, 습하고, 아픈
수수께끼 같던 네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 삶이 어떻게 시작되고,
지금의 네가 어떻게 자라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설령 다 이해되지 않더라도
지나온 인생을 함께 되짚어가면서 네가 얻는 지혜가 많을 거야

아빠는 오늘 그 시간의 처음을 네게 나눌 거야
받은 복을 세어 보는 삶
우리는 이것을 "감사(Gratitude)"라고 불러
하나님 앞에 내 삶을 허락하신
당신 뜻을 신뢰하고
지나간 과거와 현재(here & now), 이제 다가올 미래 모든 삶까지
책임지시는 하나님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삶,
 
바로 아빠가 말하고 싶은 감사의 삶이야
기쁨아
지난 14년 가까운 날들
네가 찾아오지 않아 가슴 졸이던 시간들,
태어났지만 장애, 재활, 수술, 화상, 온갖 종류 아픔이 계속 따라왔지만,
우리는 비로소 여기까지 와 있어

우리 기쁨이 그 예쁜 입술로 날마다 아빠 따라
감사 고백하는 연습 하고 있을 만큼
네가 많이 자랐고
너도 이제 십 대에 접어들었어
잘 따라와 준 네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해 수고했어. 정말 애썼어
 
이해되지 않는 삶 속에서 깊은 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나온 삶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지혜와 집중력이 필요해

기쁨아!
오늘의 주제는 네 엄마야.
아빠가 여보라고 부르는
더 자주, 신부~ 하고 부르는
아빠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네 곁에 있어

바로 네 엄마
아니 내 아내  
기쁨아 엄마 글씨 정성이 가득 담겨 있는 책 속 서두를 알리는 글씨, 그것도 벌써 3번 책이야
오늘은 내 아내에 대해 알려 줄 거야
네 엄마를 만나
뜨거운 연애를 하고, 정말 사랑해서, 예쁜 결혼까지 어떻게 이르게 되었는지
4년 가까운 시절 너를 기다리며 우리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네가 태어난 이후 10년 재활 가운데
얼마나 서로를 불쌍히 여기며 사랑을 함께 배워 왔는지
자세히 말해줄 거야
마음 편하게 갖고 들어도 좋아
다 좋은 이야기들이니까
 지금부터 기쁜 마음으로 잘 따라와~
재밌을 거야










스물한 살, 교회 청년부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첫 만남부터 예쁜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미소가 정말 온화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다른 감정은 아직 아니었다.


참 좋은 인상과 품격 있고 우아한 목소리, 그녀는 생기 있고 발랄한 여성이었다.


차분한 성격에 예쁜 얼굴, 예쁜 목소리마저 가졌다. 처음으로 우아함의 뜻이 무엇인지 그녀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그러나 당시 온갖 풀리지 않는 인생의 의문들 앞에서 나는 그녀를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만 여겼던 것 같다. 온갖 사건과 상황 속에 얽혀 , 온통 다른 곳에 내 마음을 뺏기고 있었다.

 

그녀는 알면 알수록 깊은 우물과 같았다


굉장한 깊이를 가진 사람이었다.

배려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고, 친절하고 따뜻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교회 앞에 어느 가난한 사람이 도움을 요청해 2000년 초반 못 받을 걸 미리 예상하면서도 20만 원을 내 준 선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첫 만남부터 금세 친해졌다.

몇 마디를 나누자마자 알아챘다. 가깝게 지내면 배울 점이 많을 사람이라 여겨졌고 실제 그러했다.

그녀에게는 이미 남자 친구가 있었다. 20대 내내 많은 남자가 그녀에게 대시했다는 사실을 이후에 들었다.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사람이었으니까.


군부대에 있던 때였다.

지옥 같은 시간을 겪는 동안 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공중전화를 통해 콜렉트콜 전화를 걸곤 했다. 그녀를 포함해서 말이다.


부대에 있을 때 그녀는 나를 세심하게 챙겨주었다. 사심 있어서가 아니라, 친한 형제에게 베푸는 일종의 친절이었다. 편지 쓰는 걸 좋아하는 내게 그녀는 몇 번이나 100장짜리 우표를 사서 동봉하여 보내주었다. 군시절을 힘들게 보내고 있을 어느 형제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였고 평소 다른 사람에게 하던 그대로 내게 했던 거였다. 더구나 특별한 기억이 하나 있는데, 입대 하루 전 날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님은 참으로 세세하게 우리 둘의 인생에 관여하고 계셨다.

그날 그녀는 보쌈을 사줬다. 잘 먹고 군대 가야 힘든 훈련 잘 버틴다며, 그래야 살찌고 건강해져서 다시 볼 수 있지 않겠느냐 격려해 주었다.

 

이후 나는 나대로, 그녀는 그녀대로 각자 인생을 열심히 살았다. 제대 후에는 미국에 갈 준비 하느라 바빴고, 미국에 가서는 두 학기를 있으려고 또 바빴다. 꽤 오랜 시간 그녀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 사이 그녀는 그녀대로 연애를 했고, 나는 나대로 다른 사람과 연애를 했다.


십 대 후반부터 배우자를 놓고 기도를 시작했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배우자 기도를 시작했으니 벌써 10년 이상 기도를 이어가던 때였다. 내 개인의 삶 속에서, 부부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많았기 때문에 배우자 기도는 내게 그 어떤 기도제목 보다 중요한 제목이었다. 


누구를 만나기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느냐는 더 중요한 주제였고 십 대 후반부터 빠져든 기독 서적 속에서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부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그 과정을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하는지 공부할 수 있었다.


당시 무엇보다 나를 감화시킨 작가 몇 명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아 생략한다.


그녀를 만나기 이전, 어느 한 여성과 아주 깊은 사랑을 오래 경험했다.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만큼 그 사람에게 사랑을 주었고 헌신했지만,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온몸이 찢어지는 고통을 당했을 때 느꼈던 고통과 비할 바 아니지만, 너무 아픈 사랑을 했다. 이후 오랜 기도 시간 속에서 나는 마음을 정리했고, 더 이상 뒤 돌아보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장고에 돌입했다. 하나님께 배우자에 대해 간절히 기도드렸다. 혹시 내 주위에 있다면 그녀를 기도 가운데 떠오르게 해달라고 기도드렸고, 없다면 그녀를 찾을 때까지 제 자신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게 해 달라 간구드렸다. 교환학기를 다 마칠 즈음 미국에서 기도하는데, 지금 내 아내가 퍼뜩 떠 올랐다. 갑자기 그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오랫 만에 국제 전화를 걸었다. 잘 있었는지 안부를 물었다. 대화 말미에, 혹시 누구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한국에 가면 언제 만나서 밥 먹자 했다. 귀국 후 편한 마음으로 자주 대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많이 좋아한다고, 사귀고 싶다 속내를 내 비쳤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헤어 지기 전 그녀는 만나 보자 했다. 너무 쉽게 일이 풀렸기에 오히려 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만나자 했다. 며칠 후 어느 카페에서 그녀에게 통지를 받았다. 내게 이성으로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했다. 알겠다 했다. 사람 마음을 억지로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렇게 헤어지니 슬픔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배 때면 부끄러울 만큼 통곡에 통곡을 했다. 내 기도 자체가 그녀에겐 큰 부담이었다. 어느 날 주위 선배 도움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날부터는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고 내 할 일을 준비하기로 했다.


2년 정도 아무 말 없이 기다려 보고 응답이 없으면, 깨끗이 포기해야겠다 맘먹었다. 그 사이 취업도 하고, 자리를 잡아 놓자 결심했다. 그렇게 100일, 4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현재야, 잘 지내고 있니?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때 시간 되니?
그럼, 되지. 그때 만나자


그렇게 약속하고 만난 그날 아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동안 혼자 많은 시간 기도를 드리고 확신을 얻어 전화를 하게 되었다 했다. 헤어진 그날부터 내가 계속 생각났다 했다. 그리고 3년 동안 나는 잡은 그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많이 사랑해 주었다. 그리고 많이 사랑받았다. 항상 노래하듯 서로에게 말을 걸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우리는 스펀지처럼 서로에게 흡수되는 듯,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힘든 직장 생활로 몸이 망가져 가고 있었고, 더 이상 나는 그 사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곳을 그만두게 했다.


결혼과 동시에 그녀에게 물었다.

여보 이제 일 하고 싶어요? 아니면 일 안 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줘요

아내는 빨리 아이를 갖고 싶다 했다. 그렇게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그 후 아내는 일을 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만,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뭐든 지 해주고 싶었다.


직장에서 일하다 몸이 망가진 내 가엾은 아내는 큰 타격을 입었고 거기에 너무 오랜 간호로 지금은 금방 몸이 피곤하고 힘들어한다. 특히 다크서클이 어두울 때 마음이 쓰리다. 그런 그녀에게 기쁨이가 찾아올 때까지 우리는 병원많이 다녔다. 동시에 많은 이들이 우리를 위해 중보해 주고 계셨다.


결국 기쁨이가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났고, 아무 이상 없어 다행이다 생각했다. 이젠 행복한 상상만 하며 밝은 미래 그려나가자 아내에게 말해주었다. 그렇게 서로의 예쁜 얼굴 마주 보며 부푼 꿈에 부풀어 올랐다. 구름 위를 나는 순간이었다



3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는 직장 없이 취업준비생으로 2년 가까이 공부만 했던 나를 지극 정성으로 섬겼다.

옷을 사주고, 가방과 신발을 사주고, 매번 맛집에 데리고 갔다. 나는 취업 준비에만 매달리고 있었을 때라 그때마다 그 모든 시간을 가슴에 아로새겼다. 결혼 이후 내 아내 눈물은 감동과 기쁨의 눈물만 흐르게 하겠다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그녀는 나를 귀한 손님으로 항상 대접해 주었고, 나는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그녀와 사귀었다.


결혼 이야기가 오갈 무렵, 그녀에게 받은 1년 넘는 모든 문자 내역을 컴퓨터 워드 파일로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핸드폰 용량이 차면 휘발되어 버리는 기억 용량이 애석해서, 우리의 추억이 지워지는 게 싫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더 놀랐던 건 그녀 역시 내게 줄 책을 하나 만들어 동시에 건네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두 권의 책을 서로 교환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기에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과 연애하며 느낀 감정과 그 모든 서사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가장 좋은 방편으로 만들었지만, 그녀 역시 그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눈치채지 못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정중하게 고맙다 표현했다


그 책을 선물 받고 기도 시간에 홀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나 감사해서, 이렇게 소중한 사람이 내 아내가 된다는 그 사실이 벅차서 주님 앞에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결혼 후 3년 넘게 아이가 찾아오지 않았다. 의학의 도움을 받고 간절한 기도의 결실로 마침내 하나님이 기쁨이를 보내 주셨다. 아이 엄마는 너무 기뻐서 망설임 없이 기쁨이라고 태명을 지었고 우리는 그때부터 기쁨이를 "기쁨이"라고 불렀다.


기쁨이가 태어나는 데까지 4년을 기다렸다. 아내는 자신의 삶에 4년을 간절함으로 보냈다. 매번 실패될 때마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눈망울이 큰 사슴 같던 예쁜 아내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질 때면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생명은 하나님께 달려 있는 걸 알았기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오랜 기도와 기다림, 노력, 그것뿐이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걸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기쁨이가 오고 이후 10년 차 재활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는 십 년째 재활과 수술, 수많은 의사 선생님, 물리, 작업, 음악, 미술, 언어, 감통 재활 치료사 분들을 만났다. 그 아이가 얼마나 피곤한 시간을 보내왔는지 겪어 본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다. 정말 커다란 체력을 요하는 시간이었다. 그간 아내의 몸이 많이 상했다. 자신도 아픈데 아들까지 돌보느라 너무 쉽사리 지친다 마음이 아려온다


그 모든 시간 가운데, 우리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기쁨이는 아직까지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14년 동안 우리는 아픔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배워 가며, 서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바빴다. 그리고 오늘도 섬기는 법을 여전히 배워 가고 있다. 서로를 긍휼히 여기며 불쌍히 여기는 걸 기쁨으로 삼고 있다.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에베소서 5:25)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8)


그녀와 나는 이제껏 서로 돕는 배필이었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다. 남편으로서 나는 아내 사랑하기를 예수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남김없이 내어 주심 같이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내 입술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고, 내 마음을 그녀에게 확정하고 싶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약속했으니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아내를 존경한다. 묵묵히 자기를 희생하고 아들을 위해 온전히 자기 삶을 바쳐온 그녀를 존경한다. 4년 가까이 기쁨이를 기다리고, 아이가 태어나던 그날, 그 옆에 서 있었다. 출산을 앞두고 두려움이 아닌 기대된다는 말을 하던 그녀,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없었을 것 같다. 그녀는 출산을 하기까지 오직 아이만을 생각했다. 기쁨이, 그녀 인생에 첫 번째 왕자님. 그리고 그 왕자님을 지금까지 지극 정성으로 섬기고 있다.


이제까지 나는 기쁨 이에게 3등이었다. 사랑하는 엄마, 사랑하는 외할머니, 그다음에 아빠를 사랑하나! 라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장난치던 끝에 말해주던 삼등 아빠. 그러던 그가 요새 내게 바뀐 순위를 말해준다. 이제 아빠, 엄마 공동 1등이란다.




가정 사역자가 되기를 꿈꾼다. 아빠와 아내와 아이가 다 함께 사역하는 그날을 꿈꾼다. 글 쓰고, 강연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삶 이야기하는 날들을 꿈꾼다.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양지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삶,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차가워진 손이 다시 따뜻해질 수 있도록 예수님을 소개하는 삶을 꿈꾼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신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키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 (시편 51:10-12)


기쁨아 오늘 네가 아닌 엄마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겨 너는 옆에서 잘 따라오기를 바라~


우리 기쁨이 많이 많이 사랑해  




여보, 나는 언제나 당신 편입니다. 그거 잘 알고 있죠?

화상 치료와 재활 병원, 학교 생활까지 모두 챙기느라 온몸에 피로가 누적되어 가엾은 내 짝꿍

나는 당신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픕니다.


하나님이 내게 당신을 향한 사랑을 많이 주셨지만, 더 많이 달라고 계속 기도하고 있어요

당신을 더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도 된다고 주님이 말씀하셨으니까요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내어 주신 예수님의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 사랑에 최대한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당신이 기뻐하는 그곳에 내 기쁨이 있으면 좋겠고, 당신이 아파할 때 함께 아파하기를 원합니다.


이 세상에 모든 부부가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누구보다 기쁨 엄마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14년 전, 하나님과 하객 앞에 약속했던 것처럼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당신을 애정하며, 당신을 격려하며, 재밌게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기쁨이 치료가 아직 10년이 남았다 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우리 주님께 맡기고 갑시다.  

이제는 당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과 마음가짐을 배우게 되었으니 큰 걱정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결혼 생활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그러나, 나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짝 지워주신 배우자와의 결혼생활은 기쁨으로 가는 여정이라고요


때로는 자갈밭도 걷고, 때로는 가시밭길도 걷겠지만, 그 좁은 길 우리 두 손 꼭 잡고 걷다 보면 비로소 예쁜 꽃으로 가득한 꽃길 나타날 거라 믿습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우리 잡은 두 손 평생 꼭 붙잡고 가요.  결혼 전에, 아무것도 없던 내게 와줘서 고마웠어요 많이 부족한 사람을 계속 기다려줘서 그간 감사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내가 많이 성장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을 꼭 안아주고 있는 걸 우연히 지나가던 기쁨이가 보고 한 이야기가 있죠


"아빠 하던 거 계속해" 그리고 그 아이가 그대로 지나갔죠


그때가 기쁨이 여덟 살이었는데,

그날 우리는 정말 박장대소하며 웃었습니다.


우리 기쁨이 오래오래 많이 사랑해 주도록 건강을 위해 몸을 아껴 주세요.  아내가 되어 주어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세 사람의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님 저희 가정을 선한 길로 계속 인도해 주세요. 그리고 이 모든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동일한 복을 내려 주세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시니라 (잠언 16: 9)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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