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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엄마

-작가로 일하면서 아이도 키우는 법

by 최혜정
20220831_121104.jpg 프리랜서 작가 겸 최소한의 엄마로 살아가는 법, 함께 해봐요!


Plologue


저에게는 두 가지 직업이 있어요. 하나는 프리랜서 작가, 또 다른 하나는 엄마입니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에요.

프리랜서 작가는 일이 없을 땐 백수나 마찬가지거든요. 어디선가 일 의뢰가 들어오면 기획도 하고, 편집도 하고, 취재나 인터뷰도 하고, 글도 쓰지만, 평소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아요. 그냥 때 되면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가고, 잠을 잡니다. 머릿속엔 온갖 잡념이 돌아다니지만, 괜찮아요. 잡념은 저 혼자 분주할 뿐 아무도 해치지 않으니까요. 일 모드일 때와 백수 모드일 때를 잘 구분하기만 하면, 프리랜서 작가는 할 만한 직업입니다. 간혹 클라이언트의 별의별 압박과 마감 독촉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때만 잘 넘기면 됩니다. 거의 25년 가까이 이 일을 하고 있고, 프리랜서가 된 지도 15년 차에 접어드는 지라, 스트레스는 저에게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단순한 성격인 데다 오래 그리고 깊이 생각하는 걸 싫어하거든요. 워낙 잘 잊어버리기도 하고요. 또 아주 뒤늦게 깨달은 거지만, 남의 말은 그냥 남의 말일뿐이니까요.


그런데 엄마는 다릅니다. 엄마는 24시간 모드에 출퇴근이 없어요. 모든 촉과 안테나가 아이에게로 향하고요. 아주 피곤한 직업이죠. 게다가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곱씹고 되새겨 잘잘못을 판단하고 평가합니다. 내가 나에게 가장 엄격해지는 직업이랄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좋은 엄마라는 건 아닙니다. 아이와의 관계는 아주 섬세하고 예민하고 까다롭거든요. 남편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되는데, 아이는 그게 잘 안 돼요. 아이가 살이 빠지면 내가 제때 끼니를 못 챙겨 먹여서 그런 것 같고, 아이가 기분이 다운돼 있으면 뭔 일 때문에 그러나,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없나 되짚어보게 되고... 수시로 죄책감과 자괴감에 휩싸이게 되죠. 그래서 아이도 저도 꽤나 오랫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하지만 이젠 다릅니다. 드디어 방법을 터득했거든요. 그리고 지금부터 그 방법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보려 합니다. 두 가지 직업, 즉 프리랜서 작가이면서 엄마로 살아가는 법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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