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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Feb 11. 2024

외로움의 해결 방안이 가족은 아니다

가족이라는 틀걸이 (2)

외로움을 사회문제라고 인식한다면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가족 형성의 지원일 수 있습니다. 민법 제779조는 가족의 범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가족은 일차적으로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를 의미하고, 이차적으로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의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포함합니다. 민법에 따른 가족이 되려면 혈연 상태에 있거나 혼인을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혈연 및 혼인에 기반한 가족이 외로움을 없애 줄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드라마 <런온> 에는 두 가족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먼저 선겸(임시완 분)의 가족입니다. 드라마의 마지막에는 변화의 모습이 보입니다만, 중반까지는 이들의 관계가 과연 가족일까 싶습니다. 집에 가족이 모이는 날이라고는 미디어에 가족 사진이 찍혀야 하는 기념일에 불과합니다. 평소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 선겸이 사는 곳 역시 할아버지가 소유한 호텔입니다. 선겸의 차 내비게이션에 등록된 곳이라고는 호텔과 선수촌 뿐입니다. 그렇기에 선겸은 미주(신세경 분)에게 돌아갈 집이 없다고 말합니다.  


<런온> 제3화


그 다음  단아(최수영 분)의 가족입니다. 단아의 가족은 한 집에 모여 삽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여 사는 이유는 차기 경영권 획득에 있습니다. 서로를 견제할 뿐 아니라 못 잡아먹어서 안달입니다. 태웅(최재현 분)이 누나는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냐고, 내가 잘못한게 뭐냐고 물었을 때 단아가 대답합니다. "왜 하필 이 집구석에서 태어났어?"  또 단아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계획했던 자선마라톤행사를 명민(이신기 분)에게 빼앗겼을 때 내뱉은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족같은 소리를 하고 계시네요." 


이렇게 보면 화목한 가족,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주는 가족이라는 것은 하나의 지향점에 불과합니다. 혹자는 이러한 생각이 드라마 하나로 성급하게 일반화시킨 것이 아닌지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가족이라는 곤고한 틀이 지옥인 경우도 많습니다. 여성가족부에서 행한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배우자나 파트너로부터 신체적, 성적, 경제적, 정서적 폭력 중 하나라도 경험한 비율이 7.6%(여성 9.4%, 남성 5.8%)였습니다(여성가족부, 2023).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로 신고접수된 건은 46,103건,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7,971건이었습니다. 전체 학대행위자 중 부모의 비중은 82.7%였으며, 학대장소도 가정이 81.3%였습니다(보건복지부, 2023).


거기에 더해 김순남은 원가족과의 불화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독립을 언급합니다. 그는 이러한 독립의 경우 생존에 대한 경제적 위기를 넘어 가난하고 외로운 생존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김순남, 2022). 그렇게 본다면 외로움이란 사회문제에 대해 가족이라 답하는 것은 오답에 불과합니다. 



※ 참고자료

김순남. (2022). 가족을 구성할 권리. 오월의봄

보건복지부, <2022년 아동학대 중 가정 내 발생 81.3%, 부모가 행위자인 경우 82.7%> 보도자료(2023. 8. 31. 자).

여성가족부, <'2022년 가정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보도자료(2023. 7. 5.자).

JTBC 드라마 <런온>.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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