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승광 Mar 07. 2024

동성애와 동성혼 사이의 간극

가족이라는 틀걸이 (9)

동성애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동성혼까지 확산된 것은 아닙니다. 앞서 본 중앙일보 기사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아홉 명 중 일곱 명이  동성애를 성적 지향으로 존중한다고 했지만, 동성혼을 현행법에서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습니다(중앙일보, 2019).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혼인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은 민법이지만, 실제로 민법에서 동성혼을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법이 규정하는 혼인 무효 사유는 ① 혼인하겠다는 합의가 없는 경우, ② 양 당사자가 직계혈족인 경우입니다(제815조). 민법은 8촌 이내의 혈족인 경우 역시 무효사유로 보고 있었지만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헌법재판소 2022.10.27 선고 2018헌바115 결정). 혼인 취소 사유는 ① 미성년인 당사자가 혼인에 대한 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② 양 당사자가 근친인 경우(8촌 이내 혈족, 6촌 이내의 인척 등), ③ 배우자 있는 자와 혼인한 경우, ④ 혼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유를 혼인 당시 알지 못 한 경우, ⑤ 혼인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했던 경우 등입니다.   


모네풍의 '거대한 간극' by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동성혼이 무효라거나 취소 사유라는 규정도 없는데 동성혼은 왜 금지되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혼인신고의 심사를 정한 민법 제813조에 있습니다. 제813조는 " 혼인의 신고는 ... 기타 법령에 위반함이 없는 때에는 이를 수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행정실무에서는 동성혼이 기타 법령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혼인에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제815조 제1호)을 들어 동성 간에는 혼인의 합의가 있을 수 없다거나, '부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혼인의 효력(제826조부터 제834조까지)과 이혼(제839조의3, 제840조) 규정을 드는데 동성은 부부가 될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부부가 지아비 부(夫)와 며느리 부(婦)의 조어이니 부부가 되려면 남성과 여성이 만나야 된다는 이야기지요.


여기까지 이야기를 풀면 사람에 따라 찬반이 나뉠 것입니다. 이러한 행정실무가 당연하다는 의견과 부부가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의미한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인식에 불과하다는 의견으로 갈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모두 존중받을 만한 것이지만, 존중과 제도 해석의 당부는 결을 달리합니다. 그렇다면 옳은 해석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헌법 조문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법률과 그에 대한 해석은 헌법에 터잡아야 하니까요. 헌법재판관 대다수가 동성혼을 현행 법에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역시 헌법에 기초해 있습니다. 이러한 입장에 서 있는 이들 중에서는 동성혼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법률 이전에 헌법 개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헌법 조문이 명시적으로 동성혼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 역시 헌법에 대한 해석이지요. 그러면 동성혼을 둘러싼 헌법상 논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분량이 적지 않은 탓에 이는 다음 연재로 넘길까 합니다.


※ 참고자료

중앙일보(2019. 4.19. 자). 동성애 존중한다는 헌법재판관 7명, 동성혼 찬성은 1명 왜? 

이전 08화 동성애,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