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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Mar 10. 2024

결혼은 남녀의 결합일까

동성혼, 헌법은 어떻게 보고 있나 (1)

동성혼에 관한 헌법상 논쟁은 마치 창과 방패 같습니다. 우리 현행 헌법상으로도 동성혼이 가능하다는 입장이 날카로운 창이라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철벽 같은 방패입니다. 이 논쟁을 지켜보자면 마치 검투사의 싸움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이 논쟁을 확인해보고자 합니다(이하의 내용은 김선화, 2015; 이동훈, 2019; 조홍석, 2023).


제1라운드는 헌법상 동성혼을 금지하는 조항은 있는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동성혼 찬성론자가 첫번째 창을 휘두릅니다. 헌법상 동성혼을 금지하는 조항도 없는데, 민법에도 동성혼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는데 행정 실무가 앞에 들었던 논거로 동성혼 신고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동성혼이 지금의 헌법과 민법으로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동성혼 반대론자는 헌법 제36조 제1항을 방패로 들이댑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헌법에는 분명히 혼인은 양성의 평등들 기초로 성립된다고 나와 있다는 것입니다. 양성이란 남성과 여성을 말하니, 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혼인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와 법원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취하고 있는 견해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 민법 제809조 제1항 위헌제청 사건에서 “혼인이 1남 1녀의 정신 적․육체적 결합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헌재 1997.7.16. 95헌가6 결정)고 결정했습니다. 


성별정정사건에 관한 대법원의 두 가지 판단을 보면 이에 관한 입장이 더 명확해집니다. 첫번째 판단은 2011년 혼인 중 부부의 일방이 성전환을 하여 성별정정을 신청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현재 혼인 중에 있는 성전환자에 대하여 성별정정을 허용할 경우 법이 허용하지 않는 동성혼의 외관을 현출시켜 결과적으로 동성혼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이유로 성별 정정을 불허했습니다(대법원 2011. 9. 2. 2000스117; 2015. 2. 26. 2014므4734). 두 번째 판단은 2022년 자녀와 함께 사는 싱글 남성이 성별정정을 신청한 사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별정정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2022. 11. 24. 2020스616). 


남-여 커플, 남-남자 커플 두 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리는 그림 by ChatGPT4


여기서 물러설 찬성론자가 아닙니다. 방금까지 방패였던 헌법 제36조 제1항을 다시 공격 무기로 활용합니다. 규정 해석을 잘 하자고 합니다.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된다고 유지된다는 말은 혼인을 이성혼에 한정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합니다. 혼인과 가족 관계에 있어서 종래의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질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존엄과 평등한 관계를 강조하는 의미라고 합니다. 건국헌법 제정 당시에 축첩제도와 가부장적 남존여비 사상이 만연했기에 양성평등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가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반대론자는 이에 대해 헌법 해석의 한계라는 방패를 들이댑니다. 헌법 제36조 제1항에 대한 역사적 검토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동성혼을 인정하자는 것은 헌법 규정상의 '양성의 평등'을 '성 평등'으로 바꿔 읽자는 주장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해석을 통해 헌법을 개정하자는 이야기로 헌법 해석의 한계를 넘어서는, 국민만이 헌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국민주권주의에 위반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참고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개헌안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성립요건을 양성평등에서 평등으로 바꾸어 동성혼을 인정하려고 했었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 2017). 


※ 참고문헌

국가인권위원회. (2017). 기본권보장강화 헌법개정안(연구포럼안) 설명자료.

김선화. (2015). 동성혼의 법제화에 관한 고찰. 이화젠더법학, 7(3), 31-63.

이동훈. (2019). 동성혼의 헌법적 쟁점-헌법해석의 한계. 공법학연구, 20(2), 155-182.

조홍석. (2023). 현행 헌법상 동성혼인. 공법학연구, 24(4), 15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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