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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Mar 03. 2024

동성애, 이제는 우리 삶의 일부

가족이라는 틀걸이 (8)

아내의 우려처럼 동성애가 아직까지 많은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전에 비한다면 많이 나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언제부턴가 드라마 속에서 동성애는 이슈가 되지 않으며 그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드라마 <런온>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준(김동영 분)과 영화(강태오 분)는 오랜 친구 사이입니다. 그와 동시에 예준은 영화를 혼자서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걸 눈치채는 사람은 예준의 여동생 예찬(김시은 분)과 영화와 연인으로 발전하는 단아(최수영 분)에 불과합니다. 이 두 명이 그러한 예준을 대하는 방식은 상당히 다릅니다만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예찬입니다. 예친은 흔히 말하는 츤데레 스타일입니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신경을 씁니다. 오빠인 예준과 매일 싸우면서도 그의 성적 지향이 어떤지, 누구를 좋아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영화가 단아와 사귀는 것을 알았을 때 예준에게 넌 괜찮냐며 모른 체하며 묻습니다. 영화의 부탁으로 단아의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고 나서는 예준에게 "지 연애나 잘할 것이지!"라며 속 터져합니다. 예준이 성적 지향을 가족에게 들키고 나서 집 밖에서 울고 있을 때, 예찬은 휴지를 건네준 후 무심한 듯 이야기합니다. "나도 남자 좋아해. 남자 좋아하는 거 뭐 그렇게 유세라고." 예찬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 인식, 그로 인한 당사자의 위축을 이해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단아는 사회가 갖고 있는 성소수자 혐오에 동참하지는 않음면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단아는 결혼하라는 압박을 피할 목적으로 가짜 커밍아웃을 합니다. 결혼으로 인해 경영권 쟁탈전에서 탈락되느니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혐오를 견뎌내겠다는 선택이었습니다. 한편, 단아는 예준을 애정관계의 라이벌로 인식하고 경계합니다. 예준에게 영화를 좋아하는지 직접적으로 묻습니다. 그리고는 예준에게 말합니다. "내가 쥔 게 아무리 많아도 친구가 라이벌이면 불리하잖아요. 우정 손에 쥐고 협박이라도 하면 그 학생이 날 놓지 우정을 놓겠어요?" 단아가 사랑과 우정을 동일 선상에 놓는 오류는 범했습니다만, 동성애 또한 이성애와 동일하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는 미디어 콘텐츠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었기에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미디어 콘텐츠에 재현된 것들은 일반적으로 사회 통념을 반영할 뿐 아니라 그 가치를 재생산하고 강화하거든요(이동욱, 2010).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는 법조계에서도 나타납니다. 2019년 중앙일보는 현법재판관의 청문회 답변과 서면답변서를 분석해 동성애에 관한 입장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중앙일보, 2019). 이 기사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동성애를 성적 지향으로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으며,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2명에 불과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대체로 사회 변화를 쫓아가는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결과는 놀라운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동성애 비판론은 목소리 큰 소수의 입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수가 내는 비판적 목소리가 크고 강하다 보니, 우리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참고자료

이동옥. (2010). 한국의 장애인 돌봄제도와 모성담론에 관한 연구. 미디어, 젠더 & 문화, (14), 111-139.

중앙일보(2019. 4.19. 자). 동성애 존중한다는 헌법재판관 7명, 동성혼 찬성은 1명 왜? 

JTBC 드라마 <런온>. (2020).

커버사진 : by ChatGP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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