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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Feb 29. 2024

동성애, 사회적 수용의 전쟁터

가족이라는 틀걸이 (7)

가족 제도를 민주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볼 때 놓칠 수 없는 것이 동성혼의 문제입니다. 동성혼은 동성애와 구분되어서 논해져야 합니다. 연애와 결혼은 별개니까요. 동성혼을 논하기 이전에 동성애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성애를 대하는 태도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종교적, 개인적 배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지지, 비판, 중립적 시선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지적 태도는 인권과 평등의 관점을 견지합니다.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들과 마찬가지로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사랑과 결혼, 가족을 이루는 데 있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는 성적 지향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을 증진시킨다는 믿음을 갖습니다.


비판적 태도는 개인이 가진 종교적 또는 도덕적 신념 체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동성애를 부자연스럽거나 죄로 여깁니다. 비단 죄로 인식하지는 않더라도 동성애를 전통적인 가족 구조나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립적 태도는 동성애를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성적 지향이 개인의 사생활에 속한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만 여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다른 사람의 일로만 보아 찬반의 입장을 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치열한 전쟁터 by ChatGPT4


하지만 완전한 중립적 태도가 있을까요? 가장 정치적인 것이 가장 개인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 문제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두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번째 사례, 2021년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에서 퀴어 축제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차별 반대와 개인의 인권 존중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를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곽 지역에서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퀴어 축제를 예로 들며 “퀴어 축제를 광화문에서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 않느냐”고 답한 바 있습니다(한겨레, 2021). 이 태도는 과연 중립적일까요? 평등과 인권에 있어 거부할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만일 거부할 권리가 인정되는 사안이라고 한다면 보편적 인권이라고 이야기 될 수 없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성소수자 문제를 인권의 영역이 아니라 대등한 가치 충돌의 영역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축제 장소를 외곽으로 옮기는게 바람직하다는 그의 결론은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 서 있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두번째 사례,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책을 읽다가 아내에게 사귀는 것이 뭐냐고 묻습니다. 아내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하는 것이라 답합니다. 거기서 제가 끼어들었습니다. "그건 이성애적 관점에 불과해. 남자끼리도, 그리고 여자끼리도 사귈수 있어." 저는 우리 딸의 사고가 편협해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랬기에 아내의 답변을 바로잡으려 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아내는 이에 지지 않습니다. "내가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나중에는 당연히 알게 될테지만 지금은 몰랐으면 해. 성소수자들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지 않아?" 아내가 맨처음에 그렇게 답했던 것은 이성애적 관점이 옳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동성에가 잘못된 것이 아니며, 그들의 지향 역시 인정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와는 별도로 내 딸이 그렇게 힘든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 태도는 저를 동성애에 대한 비판이 아닌 지지적 입장으로 바라봅니다. 모두를 위해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면서도 내 딸이 서 있는 자리에 재난이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니까요. 내 자식이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부모가 가진 마음이니까요.        


※ 참고자료

한겨레(2021. 2. 19.자). 안철수 ‘퀴어 축제 거부할 권리’ 주장…‘혐오 조장’ 논란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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