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혼, 헌법은 어떻게 보고 있나 (3)
앞서 우리는 동성혼에 관한 헌법적 논쟁을 살폈습니다. 물론 위에 소개하지 않은 다른 논거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녀를 출산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보아 동성혼을 혼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너무나 쉽게 반박됩니다. 출산이 국가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할지라도 시민 관점에서는 출산을 혼인의 본질로 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고에 때르면, 자녀를 낳을 수 없는 부부나 나이가 많은 부부도 결혼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혼인의 목적을 자녀 출산에만 두는 건 옛날 생각에 불과합니다. 이런 관점을 현대 민주국가의 헌법 해석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 논쟁은 정말로 치열하고 팽팽합니다. 하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합니다. 동성혼 문제를 혼인의 자유라는 기본권에 중점을 두어 해석할 것이냐, 혼인이라는 제도에 중점을 두어 해석할 것이냐의 싸움입니다.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혼인이 성립된다는 헌법상 표현을 양성이 결합해야 혼인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혼인을 우선적으로 국가 제도라고 접근하기에 이루어지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혼인은 제도 이전에 생활입니다. 국가에 앞서 사람이 있고 생활이 있습니다. 이것은 기본권과 국가 제도가 충돌했을 경우에 항상 기본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많은 이의, 더 중요한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제도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쉬운 예로 살인을 죄로 규정하고 단죄하는 형사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모든 국가 제도는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성혼의 허용 역시 민주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것을 허용했을 때, 혹은 금지됐을 때 각각 누구의 기본권이 침해될 것인가? 그 침해되는 기본권의 성질과 크기는 어떠한가? 이것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반대론자가 논거로 든 것과 같이 동성혼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이웃이 동성혼을 맺는다고 하여 내 기본권이 침해될 일은 없다는 말입니다. 만일 내가 동성혼 반대론자라면 그 사실에 기분이 나빠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내 기본권이 침해될 일은 없습니다.
그에 반해 동성혼 금지는 찬반 논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성소수자가 가지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반대론자는 '단지 신고만' 못 할 뿐이라고 반박합니다만, 이에 대해서는 '단지 신고만'을 금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혼인의 신고 여부는 하나의 신분입니다. 높고 낮음을 떠나 사회적 인정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동성혼 금지는 성소수자에게 자신이 가지는 성적 지향을 포기하고 신분과 인정을 획득할 것이냐, 혹은 성적 지향을 유지하는 대신 다른 것들을 포기할 것이냐 선택을 강요합니다. 성소수자로 하여금 그가 가진 성적 지향을 나의 것이라고 밝히기 어렵게 만듭니다.
민주주의적 시선에 입각할 때 답은 너무도 간명합니다. 동성혼이 인정될 때 보장되는 개인의 권리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매우 큽니다. 동성혼이 금지될 때 침해되는 개인의 권리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큽니다. 동성혼을 금지하는 제도는 결코 민주적이지 못 하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호주제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 중 일부를 다시 읽어보는 것으로 이 글을 맺습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인간생활의 가장 본원적이고 사적(私的)인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라는 것은 혼인·가족생활에 있어서 개인이 독립적 인격체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관한 개인과 가족의 자율적 결정권을 존중하라는 의미이다."(헌법재판소 2005. 2. 3. 선고 2001헌가9 등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