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참여하는 고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74만 원이고, 소득 5 분위 가구의 학원비 지출이 114만 3천 원이라는 통계치의 숫자는 왜 부모가 더 힘들어진 것인지 우리에게 힌트를 줍니다. 만일 전국이 아니라 서울로만 한정한다면 사교육 참여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62만 1천 원, 중학생 76만 원, 고등학생 98만 8천 원으로 올라갑니다. 저희 집 역시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니 월 사교육비 지출이 80만 원대로 늘어났습니다. 매일 보내는 곳은 피아노와 태권도이며 영어학원은 주 1회에 불과하지만, 사교육비는 주택자금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앞질러버렸습니다.
하지만 제 주위 선배들은 이 비용이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는 기하급수로 늘어날 것이라며 겁을 줍니다. 심지어는 고등학생이 학원비를 100만 원만 쓴다면 그건 장학금을 받는 것과 다름없는 효자라는 말까지 합니다. 이를 반영하듯 사교육비를 다루는 연구는 사교육비가 가족의 부양부담을 가중시키고, 더 나아가 저출산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결론을 내립니다(박종서, 2015).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왜 사교육에 목을 맬까요?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낄까요? 이에 대해 수능 영어 강사인 정승익은 부모의 불안이라고 답을 내립니다(정승익, 2023). 괜찮은 4년제 대학이라고 평가받는 소위 '인서울 명문대', 즉 서울에 소재하고 있으면서 입학 성적 기준으로 상위 10위권의 대학들에 자녀들을 입학시키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대학 졸업 후에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실업 상태인 서울대 졸업자가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서울 명문대를 졸업한다면 다른 대학 졸업자들보다는 괜찮은 일터를 잡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이는 막연한 감각적 확률이 아닙니다. 지방사립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최종렬 교수는 지방사립대를 배경으로 삼은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에 빠져든 계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웹툰 <복학왕> 표지
(웹툰 내 1종 보통 원동기 면허 합격 축하 현수막을 본 후)
"우하하핫!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웃다가 문득, 9급 공무원 합격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린 교정이 떠올랐다. 이내 <복학왕> 속으로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최종렬, 2018)
인서울 명문대에서는 5급 행정고시 합격에 붙는 축하 현수막이 지방사립대에서는 9급 공무원 합격에 쓰인다는 겁니다. 혹자는 이러한 태도를 꼰대적 사고라고 비판하겠습니다만, 제가 인용한 이유는 학부모의 욕망과 불안이 허황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오해를 방지하고자 첨언하자면 최종렬 교수의 책은 온 나라를 휩쓸고 간 청년담론에서 지방대생이 소외되었음을 전제로 지방대생의 입장에서 지방대생을 연구하기 위해 써졌다. 위 인용문은 인트로에 불과하다.).
정승익 역시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라는 도발적인 책 제목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이러한 불안과 욕망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인정합니다. 그가 사교육을 줄이라고 하는 이유는 인서울 명문대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첫째는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해 부모의 노후 준비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사교육비를 들이붓는다고 해도 인서울 명문대에 가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와 관련해서 그는 이렇게 묻습니다. 인서울 명문대의 입학 정원은 전체 수험생의 7%에 불과한데, 그러면 당신은 사교육비를 전국 상위 7% 수준으로 지출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 참고문헌
박종서. (2015). 학업자녀가 있는 가구의 소비지출 구조와 교육비 부담. 보건복지 Issue & Focus, 29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