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의 관계 (1)
앞선 편지에서 우리는 자유와 평등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잠시 정리해 보기로 합시다. 자유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최대화의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노예제가 없어진 것도, 여성의 지위가 남성과 동등해진 것도 그러합니다. 신분제는 없어졌으며, 가업이 아닌 이상 직업의 규율화 된 세습 역시 없어졌습니다. 모두가 자유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유는 질서적 성격을 띠게 됩니다. 모두가 자유롭기 위해 질서가 필요한 거죠. 이러한 점에서 자유의 제한은 제한이 목적일 수 없습니다. 자유에 제한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자유의 최대화입니다.
이에 반해 평등은 최대화라는 지향점 자체가 있을 수 없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전제로 하는 것이 평등이기 때문입니다. 평등에는 어떤 평등이 더 적절한지에 관한 논쟁만 있을 뿐입니다.
이렇게 별개일 것만 같은 두 이념은 민주주의 하에서 서로 결합하게 됩니다. 먼저 자유의 질서적 성격은 본체론적 평등에서 도출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귀하다는 생각은 모든 사람의 자유가 동등하다는 결과를 도출합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재산이 많든 적든, 부모가 누구든, 모든 사람의 자유는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합니다. 본체론적 평등으로 인해 자유는 ‘내가’ 자유로울 것을 넘어 ‘모두가’ 자유로울 것을 요구합니다.
2020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런온>에서 보호종료아동 출신이었던 오미주는 육상 국가대표 기선겸의 통역을 맡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선겸의 아버지인 기정도는 오미주에게 통역료와는 별도로 용돈을 쥐어 줍니다. 통역이 끝난 후 기선겸이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선겸이 오미주에게 묻죠. 돈은 왜 받았냐고, 그 돈에 무슨 발목이 잡힐 줄 알고. 그다음에 나오는 오미주의 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발목은 이미 잡혔죠. 그 사람들은 내 발목을 잡은 상태에서 돈을 주니까. 기선겸 씨는 돈이 많아서 모르겠지만 난 어릴 때부터 많이 받아 봤거든요. 나한테 돈 주는 사람들은 내가 그 돈을 받아야지만 합의했다고 생각해요. 안 받으면 그 사람들 얘기 쌩까겠다는 소리니까.”
오미주에게는 돈을 받을 수 없는 자유마저도 없었던 겁니다. 불평등한 관계에서 자유가 박탈되어 버린 거죠. 이처럼 자유와 평등은 목적과 수단의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모두가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게 하기 위해 평등을 구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 참고자료
JTBC 드라마 <런온>. (2020). 제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