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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Dec 31. 2023

연대란 무엇인가?

연대의 모호성과 의미의 변천

사회적 평등을 통해 모든 이들, 즉 민(民)의 실질적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 지금까지의 논의에 따르면 이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이념이자 목표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왜?'가 빠져있습니다. 민주주의를 그러한 것이라고 동의할지라도, 왜 우리가 이러한 민주주의의 동의해야 하느냐, 왜 민주주의를 옳은 것 또는 선한 것으로 인정해야하는냐라는 물음에 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왜 나만이 아니라, 내 가족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실질적 자유를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주는 것이 민주주의의 또다른 이념인 연대입니다.


연대는 낯설지도 어렵지도 않은 단어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단어 중 하나입니다. 사회연대,  시민연대, 노동자연대와 같은 말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드물지 않게 노출됩니다. 또 시민사회단체의 명칭에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단어도 연대입니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를 가리지 않고 시민사회단체는 연대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익숙함과는 달리 그 설명이 쉽지많은 않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뜻 풀이에 따르면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책임을 짐' 또는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이지만, 이러한 정의가 우리에게 명확한 상을 제시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연대에 대해 설명하려 들 때 느끼는 감정은 곤란함입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우리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를 쓴 독일의 노동사회학자 라이너 촐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책의 서두에서 그 어려움을 표현하기 위해 시간에 관한 아우그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답변을 인용했습니다(라이너 촐, 2008).


"아무도 그것이 무엇이냐고 내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그것을 모른다."


2023년 뉴스를 기반으로 한 '사회 연대'의 언어연관망 분석 by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시스템

 

이렇게 된 바에야 연대의 어원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맨 처음 연대는 이렇게 사회 속에서 흔히 쓰이는 일상 용어가 아닌 법률 용어였습니다. 사람 사이의 채권채무관계를 다루는 민사법 상의 공동책임을 의미했습니다. 로마법의 'in solium'은 전체를 위한 의무, 공동이 지는 책임, 공통된 부채를 뜻했습니다. 부채를 갚지 못 하는 사람에 대해 다른 모든 사람이 책임을 지고, 그 역시 모든 사람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였습니다(장승혁, 2020)


법률 용어였던 '연대'가 일반 사회로 나오게 된 시기는 18세기 프랑스혁명이었습니다. 프랑스혁명을 통해 연대가 발전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이하의 내용은 라이너 촐, 2008, 33-35 참조). 이것은 1789년 프랑스 국민의회에서 행해진 미라보(Comte de Mirabeau)의 발언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적인 믿음과 사적인 믿음 사이에 연대를 .... 형성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중요하다." 여기서의 연대는 경제적 채무의 보증 및 상환을 위해  쓰였던 법적 용어가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매개적 관념으로서의 연대입니다. 그와 함께 도덕이라는 관념이 끼어듭니다. 연대를 지향해야 할 관념으로 본 것입니다. 프랑스 국민의회 의장이였던 조르주 당통(Georges Jacques Danton)의 1793년 선언 역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태도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연대적이다." 여기서의 연대는 공통된 태도에서부터 파생되는 사실적 관념으로서의 연대입니다.


이러한 변천의 결과는 1835년 <프랑스 학술어 사전>에 반영됩니다. 여기서는 연대를 설명하며 법률적 의미와 함께 다음과 같은 설명이 더해집니다.


"어떤 국가나 공동체가 의무를 가진다면 연대는 구성원 모두와 관련이 있다. 그들 사이에 연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연대는 전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명백히 선언되어야 하는 것이다. .... 이 개념은 일상어에서 둘 이상의 다수자 사이에서 성립하는 상호적인 책임에 대해서도 적용되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결합하려는 연대이다. 나는 결코 누군가와 나 사이에 연대가 존재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렇듯 새로 추가된 의미로서의 연대는 결합된 공동체에서 니오는 구성원 간의 상호 책임입니다. 하지만 결합된 사실을 통해 연대가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대는 하나의 의지입니다. 그리고 이 연대를 통해 결합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결합이라는 사실 상태와 연대라는 의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결합된 구성원 간에 상호적인 책임을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참고문헌

라이너 촐. (2008).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최성환 옮김). 한울아카데미.

장승혁. (2020). 사회보험과 사회연대. 경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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