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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Jan 07. 2024

연대는 결합 그 자체가 아니다

연대가 아닌 것(2)

연대와 관련한 연구로 가장 많이 알려진 학자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David-Émile Durkheim)일 것입니다. 물론 뒤르켐의 저서 중 가장 유명하다고 보여지는 것은 <자살론>입니다. 그는 자살을 집단 현상으로 인식하고, 그 원인을 사회에서 찾습니다. 그는 자살을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로 유형화 하는데, 이 중 이기적 자살의 원인을 구성원 간 연대감 약화에서 찾습니다. 낮은 연대감으로 인한 사회 결속력 약화, 이에 따른 과도한 개인화가 자살을 유발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자살론>에서도 연대가 언급되지만, 연대가 책 전체의 주제가 된 것은 <자살론>에 4년 앞서 출간된 <사회분업론>이었습니다. <사회분업론>은 뒤르켐의 박사학위 논문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그는 연대를 기계적 연대와 유기적 연대로 구분하는데, 기계적 연대가 사회 분업이 진행되지 않는 전근대사회에서의 연대라면 사회분업이 이루어진 근대사회의 연대를 유기적 연대라고 지칭합니다. 그가 말하는 전근대사회는 집단성이 강해 개개인의 개성과 고유의식을 제로(0)에 가깝도록 만듭니다(코저, 1984: 라이너 촐, 2008 재인용). 전근대사회에서는 집단과 다른 일탈행위가 신속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계적 연대가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의 인격이 해체됩니다. 참고로 여기서의 '기계적'이라는 표현은 물체의 결속처럼 단단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사진: Unsplash의Filip Andrejevic


뒤르켐이 유형 중 하나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기계적 연대를 과연 연대라고 인식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이러한 연대 의식이 다수자 사이의 상호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기인한 것인지에 관해 의문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상호 책임에 대한 인식보다는 규율 위반시 행해질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 나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이 학계 일반의 공통된 비판은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계적 연대사회에서의 윤리규범이 행위자 간의 높은 상호작용과 포괄적인 개인적 친밀성이 있는 상황에서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 역시 있기 때문입니다(슈미트, 1989: 라이너 촐, 2008 재인용). 하지만 높은 상호작용과 친밀성으로 강력한 처벌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강력한 처벌 규정으로 인해 개인의 행동이 획일화 되었고, 이에 따른 집단성으로 구성원 간의 친밀성을 강화시켰다고 읽어내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쉬운 예로 군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군대가 아무리 예전과는 달리 민주적이고 자율화되었고는 하더라도 이것은 상대 비교에 불과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군대는 규율과 지휘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개개의 개성이 해체된 극도로 단단히 결속된 집단입니다. 군대 내의 엄한 규율이 군인들 사이의 상호작용 및 친밀성에 근거한 것은 아닙니다. 강력한 규율이 선재하고 이에 따른 생활과 훈련을 통해 전우애가 싹튼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전우애라고 할 뿐 연대라고 인식하지 않습니다.  



※ 참고문헌

라이너 촐. (2008).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최성환 옮김). 한울아카데미.

에밀 뒤르케임. (2012). 사회분업론(민문홍 옮김).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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