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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Jan 11. 2024

왜 집안일은 아직도 여성의 몫인가

연대는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도덕 원리다 (1)

뒤르켐은 기계적 연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유기적 연대를 이야기합니다. 그는 근대사회의 특징으로 고도화된 분업을 드는데, 이로 인해 개인의 사회의존성이 발달한다는 것입니다. 분업이 발달함에 따라 개인은 자율성과 개성을 크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문성이란 그 결정에 재량을 부여한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그에 반해 자신이 종사하는 업무 이외의 영역으로의 접근성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분업화 된 전문성이란 깊지만 좁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분업화 된 사회에서는 타인에 대한 의존이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적 연대가 일탈에 대한 집단의 억압으로 형성된 것이라면, 유기적 연대는 개인의 필요로부터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근대사회에서의 유기적 연대는 불가피하기는 하지만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연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개인의 분업이 더 활발하게 발현될수록 집단의 통일성도 강화된다는 것이 뒤르켐의 생각입니다.


유기적 연대를 근대사회의 특징이라고 인식한다 하더라도 분업화 된 근대사회, 그것만으로 유기적 연대가 당연히 출현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분업이 각자의 기능에 집중하게 할 수는 있습니다만, 연대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고봉진, 2017). 오히려 분업은 연대를 파괴하는 습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칼 막스 역시 노동소외의 주요한 원인으로 분업을 꼽고 있습니다.


뒤르켐 역시 이를 몰랐던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는 분업을 정상적 분업과 비정상적 분업으로 나눕니다. 정상적 분업은 개인의 자율성을 발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상호의존성도 커집니다. 그러하기에 유기적 연대에서의 결속은 기계적 연대에서의 결속보다 강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못한, 비정상적 분업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정반대의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뒤르켐은 이러한 비정상적 분업을 세 가지로 유형화 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1936) <모던타임즈>


비정상적 분업의 첫번째 유형은 아노미적 분업입니다. 이는 새로운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도덕과 문화가 정착하지 못할 때 생기는 분업입니다. 산업기술의 발달로 물질적 환경의 변화는 있었으나, 사회 제도와 문화가 구습에 머물러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뒤르켐은 그 예로 파산과 노사 간의 대립을 들었습니다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적절해 보이는 것은 성별에 따른 가사노동의 불균형일 것입니다. 


산업화의 발달로 임금 일자리는 육체 노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났습니다. 사회 전체적 교육열과 양성 평등 문화로 인해 성별에 따른 교육 수준 차이 역시 없어졌습니다. 그에 따라 가족 내에서 남성이 경제적 책임을 지고 여성이 가사를 전담하는 가부장적 경제 구조는 해체되었습니다. 맞벌이가 일반화 혹은 보편화 되었다고까지는 말하지 못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연장시킨다면 가족 내 가사 분담도 성적 격차가 없어졌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이는 머리 속 결론에 불과합니다. 조보배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대부분은 남편은 10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유급 노동을, 여성은 8시간 정도의 유급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육아를 포함한 가사 무급 노동 시간은 남성은 1시간, 여성은 3시간 정도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돌봄의 책임이 많은, 즉 어린 자녀가 많은 맞벌이 부부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합니다. 가사와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여성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결정(반일제)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결정하에서는 여성이 가사와 돌봄을 전담하게 됩니다(조보배, 2022). 


사진: Unsplash의Volha Flaxeco

이러한 현실은 여러 요인에서 기인하겠지만 셩별 임금 격차 역시 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OECD 자료(2020년 기준)에 의한다면 OECD 주요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국가는 우리나라였습니다. 성별 임금 격차는 중위기준 남성 임금과 여성임금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인데,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31.5%로 OECD 평균인 11.7%의 세 배에 달합니다. 참고로 주요 회원국의 수치를 살피자면 뉴질랜드 4.6%, 스웨덴 7.4%, 영국 12.3%, 호주 12.3%, 체코 12.4%,  캐나다 16.1%, 미국 17.7%, 일본 22.5% 등이었습니다. 


일자리 시장이 육체 노동 중심에서 탈피되었으며 성별 교육 수준에서도 차이가 없어졌으나 성별 임금 격차는 여전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족 내 유급 노동의 중심 축은 남성에게, 무급 노동의 중심 축은 여성에게 계속 머물러 있다고 분석됩니다. 그로 인해 저학력 여성 취업자의 수는 경력단절 없이 연령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는데 반해, 고학력 여성 취업자의 수는 25~29세 연령층에서 증가하다 30~34세 연령층부터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나게 됩니다(최지혜, 백경호, 김시원, 2023). 


이와 같이 실제 가족 현실은 아직까지 성별 책임 영역이 남성은 경제, 여성은 가사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가부장적적 경제 구조는 해체되었으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체되었다는 믿음이 지배하게 되었으나 우리 사회의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 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의 가족 내 분업은 아노미적 분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결혼 혹은 출생은 여성의 무덤이라는 이전의 사고 역시 아직 유효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특히 여성에게 성적 결합을 통한 가족 형성에의 의지를 약화시킵니다.    



※ 참고문헌

고봉진. (2017). ‘사회와 유기체’에 대한 일고찰 (一考察). 원광법학33(4), 353-373.

에밀 뒤르케임. (2012). 사회분업론(민문홍 옮김). 아카넷.  

조보배. (2022). 어린 자녀가 있는 맞벌이 부부의 시간 배분에 관한 연구. 여성연구, 112(1), 121-146.

최지혜, 백경호, 김시원. (2023).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노동시장구조와 성별 임금격차에 미치는 효과 : 고학력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정책연구, 23(2), 14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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