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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호랑이 Apr 15. 2019

[생후8-21일] 두 사람에서 세 사람으로

슬기로운 조리원 생활








/생후8일/

돌도미가 태어나기 한참 전 일이다.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아내가 종이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뭐 적어?"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갑자기 악상이 떠오른 천재 음악가 같았다.

다 적었는지 나에게 종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읽어봐" 


'喜穩' 뜻 모를 한자가 적혀있었고, 한자를 모르는 나를 위해 밑에 한글이 적혀 있었다. 

'기쁠 희, 평온할 온' 적혀있는 대로 읽어봤다.

"희온"


"어때? 아기 이름이야" 아내의 얼굴을 보니 이미 희온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며칠간 아내와 함께 고민했던 아기의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응, 좋다. 김희온"


오늘 퇴근 후에 주민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했다.

이것저것 적을게 많았던 출생신고서에 '희온'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돌도미는 이렇게 희온이가 됐다.














/생후9일/

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니 어느새 나도 덩달아 웃고 있다.

큰일 났다. 이미 딸바보다.
















/생후10일/

하루하루 성장하는 네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대견하다.

그런데 희온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수유 콜에 엄마는 조금씩 미ㅊ.. 아니 지쳐가는 것 같아.

나중에 크면 엄마한테 잘하렴.















/생후11일/

볼살이 통통하게 차오르는 네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빵떡이 같은 네 모습도 사랑스럽다.














/생후12일/

요즘 조리원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

조리원 근처에 회사가 있어서 천천히 걸어도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출근도 금방 하고 퇴근도 금방 해서 좋은데 뭔가 이상하게 불편한 느낌이 든다.

그냥 기분 탓이겠지.














/생후13일/

희온이 사진을 보는 사람마다 놀란다.

머리숱이 왜 이렇게 많냐고.

그런 사람들에게 말한다.

"등에도 털이 엄청 많아요. 원숭이를 낳았나 봐요."















/생후14일/

조리원 선생님들이 희온이는 참 순하다고 한다.

밤에 친구들이 울어도 잘잔다고. 많이 보채지도 않고 참 순하단다.


희온아.

넌 누굴 닮은 거니?

엄마 아빠 둘 다 한 고집 하기에 걱정 많이 했는데. 고마워 :)

(집에서도 이렇게 순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














/생후15일/

볼 때마다 자더니

오랜만이야! 눈 뜬 희온아















/생후16일/

요즘 네가 그렇게 잘 먹는다면서?

엄마 팔목에 핏줄 보니깐 알겠다 야.














/생후17일/

어느새 늠름해진 눈빛.

잘생겼다. 우리 딸.














/생후18일/

왕엄지발가락을 보니 내 딸이구나 싶다.

유전자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생후19일/

방귀 뀔 때면 신생아가 아닌 것 같다.

방귀 소리도 어른처럼 우렁차고,

안 뀐척하는 네 모습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서

사실 다 알고 있는 거지?














/생후20일/

집에 가기 이틀 전.

겁이 나지만 이제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

'희온아 준비됐니?'

(조리원 선생님들 말에 따르면.. 희온이가 요새 좀 보챈다고 한다.. 집에 갈 때 돼서 왜 그러니.. TT)














/생후21일/

"잘할 수 있겠지?"

서로에게 물었다.


두 사람이 살던 집은 한 명의 식구가 늘어서 세 사람이 사는 집이 되었다.

갓난아기 한 명이 늘었을 뿐인데 짐은 배로 늘었다.

안 그래도 좁은 집이 희온이 짐으로 가득 찼다. 


조리원보다 우리 집이 편할 거라는 생각은 1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오래 집을 비워둬서 공기가 차가운지 집에 오자마자 무한 딸꾹질을 시작했고,

아빠의 유리멘탈은 산산조각 나 버렸다. 


어디 돌까지 키워주는 조리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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