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4일, 55번째 글
집에서 운동을 해온 지도 약 한 달 남짓 되었습니다. 어차피 집에서 하는 거라 거창하게 하지 못해서 비교적 간단한 푸시업이나 턱걸이 그리고 맨몸 스쿼트 정도에 유산소를 하기는 싫으니 이른바 악마의 운동이라는 버피와, 줄넘기만 해왔습니다. 5분 만에 끝내도 좋으니, 짧게라도 어쨌거나 가급적 매일 하려고 했습니다. "체력을 늘려보자! 기왕이면 몸도 좋아지면 좋겠지만." 정도의 마음가짐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옷을 입었을 때 크게 티가 나지는 않은 게 아쉽지만 매일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할 때마다 여러모로 뿌듯할 때가 있습니다. 괜히 욕심이 나서 보충제도 구입했고 운동에 들이는 시간도 늘어서 요즘은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가기도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진 감도 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숙달'이 됩니다. 푸시업만 하더라도 20개까지는 거뜬히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정체가 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턱걸이도 7개~8개 정도는 하긴 하는데 그 이상은 잘 늘지 않고요. 강도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싶던 차에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턱걸이 자세에 관한 영상이었죠, 설사 턱걸이 갯수가 줄어들더라도, 단 하나를 제대로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뜩 뜨이는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제대로 하고 있었나? 개수를 늘리는데만 급급해서 자세는 신경 쓰지 않고 엉터리는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자세를 고쳐 잡자마자 한 번 올라가기도 힘들어지더군요. 대체 나는 지금껏 뭘 해왔던 걸까. 허탈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승부욕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해나가면 결과가 달라지겠구나. 개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테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몸의 변화도 생기겠지요. 한 달동안 유지해온 버릇을 하루아침에 버리기는 힘들겠지만, 지금부터 또 한 달 해나가면 분명히 바뀌기는 하겠지요. 앞으로의 한 달은 또 지난한 싸움이 되긴 하겠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운동 자체가 편해지는 순간 운동을 지속하는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요.
결국 뭐든 '제대로'입니다. 운동을 하더라도 적은 개수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어설프게 수십 번하는 것보다 나을 겁니다. 아, 물론 운동은 횟수가 많아지면 어떻게든 결과가 나오긴 합니다만. 다만 문제가 일어날 확률도 늘어나겠죠. 어딘가를 다친다거나, 원하는 모양의 근육이 잡히지는 않는다거나, 정체가 온다거나. 등등. 옛말에도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충고가 괜히 있는 게 아니겠지요. 고급 기술이나 괜한 꼼수를 부리기보다 차라리 확실하게 기본을 지키는 쪽이 더 나을 수도 있지요. 적어도 운동에서는 그렇게 보입니다.
제대로 하는 건 말은 쉬워도 행동으로 옮기긴 어렵습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점검해야 합니다. 인간은 편해지고 싶어 하니까요. '이쯤 이면 됐겠지!'싶은 순간은 매번 찾아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순간에 큰 실수를 저지르거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설령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단 하나를 제대로 하는 태도를 지니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겁니다. 그러면 오늘 글을 '제대로' 썼는지부터 따져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