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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형 Dec 15. 2020

Until darkness comes.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찾는 여행자 같은 존재



한남대교 아래에서



녹사평역에서 시작된 발걸음은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에 다다라서야 멈췄다. 축축이 젖은 마스크 틈새로 입김이 새어 나온다. 찰랑거림의 소리도 없이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 물결은 무無가 무엇인지 일러주는 것만 같다. 그러던 중 고요한 정적을 깨고 강물에 찌를 던지는 한 남성이 보였다.



남성은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이리저리 왔다 가며 추위를 달랜다. 둥글게 털이 달린 모자를 푹 뒤집어쓴 걸 보니, 꽤 오랜 시간 물고기와 실랑이를 벌인 모양이다. 낚시는 기다림의 미덕이라던데. 남성의 기다림에는 추위라는 이자도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그 모습을 담으려는 내 주위에도 어느덧 이자가 불어난다.


글 사진/ 김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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