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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Sep 16. 2021

열한 번째감사일기

스스로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실수로부터 배운 하루에 감사합니다.

미리 고백하건대, 오늘은 감사마인드가 흩어지는 연기처럼 희미했던 하루였다. 

어제 너무 좋은 책을 읽기 시작해서 오늘 점심까지 맛있게 차려먹었는데도, 미묘하게 나를 짓누르는 업무의 압박과 실수에 대한 자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하루였다. 


해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깊이 느끼지는 못하는 상태였다고 할까. 

달달한 간식거리와 커피를 급히 수혈했지만, 속만 더부룩해져서 하루를 망친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내가 이토록 스스로에게 화가 났던 이유는 정신을 차리면 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실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몇 가지 실수들은 경험에 의해서만 고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몇 가지는 한 번 더 확인했다면 피할 수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마음속에서 나를 향한 질책은 끊이지 않았다. 더욱 문제는 내가 저지른 실수를 넘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스스로의 꾸지람도 이어졌다는 것. 


이 끝도 없는 생각을 멈춰야겠다 싶어서 급히 일을 끝내고 운동을 하러 갔다. 

보통 때라면 이것저것 해보겠지만, 오늘은 잘하던 근력운동도 하기 싫고 머리를 비우기 위해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걷고, 머리를 환기하기 위해 몇 콘텐츠들을 보며 한 시간을 걸은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실수를 해도 다음번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반복을 통해 사람은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어떤 실수는 돌이킬 수 없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한 실수는 여러 번 주의를 기울이면 조금씩 빈도를 줄일 수 있는 종류의 것이고 다음에는 오늘 배운 것을 적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가 이어질 때 그것을 끊어내고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이 아직 힘들긴 하지만. 예전이라면 집에 누워 이것저것 먹거나, 친구를 만나 풀리지 않을 마음에 대해 하소연을 했겠지만, 오늘은 일단 걸었다. 


생각을 가다듬고, 하루를 글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와인 마시고 있는 건 덤)

오늘로부터 나는 나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고, 이전보다 아주 미세하게라도 나아진 스스로에 감사하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하루를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에도 감사하다. 


sometimes you win,

sometimes you learn.


실수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오늘 하루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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