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마음을 띄우며,
지금 언니가 있는 곳은 안녕한가요? 제가 머무는 이곳은 엄청난 강풍이 불어옵니다. 밤새 창을 흔들어대는 바람소리에 몇 번이나 뒤척였을 정도니까요. 게다가 미세 먼지도 최악수준이라더군요. 어제까지는 제법 날씨가 좋았는데 말이죠. 그래도 햇살만큼은 따스하고 밝게 빛나서 방 창을 열어두었습니다. 이중창이라 안쪽 문만 열어두면 닫힌 채로 바깥 마당이 보이거든요. 참 평화롭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맞이하는 첫 혼자의 날이기도 합니다. 두 명의 친구가 왔다갔거든요. 두 번째 친구를 아침에 배웅하고 어제 장에서 사온 사과와 달걀, 통밀 식빵으로 요기를 하고 이 편지를 씁니다. 아, 언니가 준 인센스 스틱도 켰어요. 여기는 고양이 두 마리와 커다란 개 한 마리를 키우는데 그 아이들이 방까지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거실에 꽤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언니가 선물로 준 인센스 스틱과 홀더, 라이터가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아마 서울 가기 전에 스틱을 전부 써버릴 것 같아요. 아,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유독 너무 예쁘더라고요. 눈이 푸른 빛이 돌면서 아주 동그란 게 마치 ‘장화 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주인공 같달까요. 사실 동물을 그리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너부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알고보니 해외파더라고요. 사장님 부부가 이집트 여행하면서 빈민촌에서 발견한 아이라고. 거기에서 한국으로 데려왔대요. 처음 오자마자 병원에 갔을 때 수의사가 단번에 진찰하더니 ‘한국 고양이가 아니냐’고 물었대요. 겉모습 뿐 아니라 내부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나봐요. 신기하기도하고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생각났어요. 친구들 덕인지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왠지 고양이는 친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북페어에서 완판은 예상대로 하지 못했어요. 북페어 전날 밤이 되어서야 언니가 남긴 실을 감았는데 역시나 조금 어설퍼서 언니의 능숙한 손놀림이 잠시 그리웠답니다. 어찌나 고마웠는지... 언니의 큰 도움 덕에 페어에서 완성품을 내놓을 수 있었답니다. 그 에세이는 7편 팔았어요. 아직 엄청난 마이너스지만 언젠가는 다 팔게 될 날이 오겠죠?
생각해보면 언니는 언제나 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만 해도 저에게, 또 저희에게 항상 나우어주고 기꺼이 해주는 존재랄까. 가장 어른인 언니라서 자연스레 그런 역할을 맡게된 건지, 원래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언니의 친절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그게 어쩌면 그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조금은 더 나아지게 변화시킬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언니의 베풂이 지치지 않길, 언니의 마음도 누군가의 따스함으로 인해 언제나 풍성하게 차오르길 바랍니다. 그 포근한 손길에 저도 포함된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쁠 것 같고요. 삶은 주는 만큼 꼭 돌려 받는 법칙을 따르진 않지만 그래도 언니가 내어주고 배려한 온기만큼 언니의 생도 보드랍길 바라봅니다. 이곳 제주의 따스한 햇살처럼요. 그 따사로운 볕덕에 바람에도 제법 온기가 돌거든요. 매서운 바람마저 누그러뜨리는 봄볕같은 순간이 함께하길, 서울에서 날 좋은 날 또 만나요.
담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