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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그렇게 구겨지고 갇힌 채 살 것인가?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by 다시봄
해방되고 싶어요.
어디에 갇혔는진 모르겠는데 꼭 갇힌 것 같아요.
속 시원한 게 하나도 없어요.
갑갑하고 답답하고 뚫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당신도 그런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어떤 어려움도 없는데 행복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것도 아니고 빚더미에 앉은 것도 아닌데 불행한 것 같은가?

그렇다면 <나의 해방일지> 박해영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잠시라도 해방의 기쁨을 누려보자.




염미정(김지원 분)은 회사에서 팀장에게 구박당하는 계약직 사원이며 출퇴근 시간만 전철로 3시간이 걸리는 경기도민이고 전 남자 친구의 빚을 갚느라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찍소리 못하고 살아 속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어디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알코올중독자 구 씨(손석구 분)를 만나면서 텅 빈 속을 조금씩 채워가기 시작한다.


난 한 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구 씨에게 추앙해 달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미정이 구 씨를 추앙한다. 구 씨에게 찌질하게 매달리지도 만나달라고 애원하지도 왜 그렇게 사냐고 구박하지도 않는다.


잘 돼서 날아갈 거 같으면 기쁘게 날려 보내 주고,
바닥을 긴다고 해도 쪽팔려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만 하는 그런 사람.


그렇게 채워지고 추앙하며 구겨지고 갇힌 삶에서 해방으로 향해가는 건 미정만이 아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골에서 매일 지겹도록 사건이 터지는 직장을 다니던 염창희(이민기 분)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며 해방으로 나아가고

마흔을 목전에 둔 노처녀 염기정(이엘 분)은 자신이 욕하고 무시했던 애 딸린 홀아비 조태훈(이기우 분)을 만나면서 반성하고 미안해하는 삶을 살아가며

호스트바를 관리하며 부를 누리고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았던 구 씨는 시골 처녀 미정을 추앙하면서 자신의 이름 구자경을 찾아간다.


그들은 그것이 해방인지 아닌지 몰랐겠지만


서서히 나아지는 삶, 나아지다가도 다시 고꾸라지지만 또 나아갈 힘을 얻는 삶, 그게 해방이 아닐까?


자신을 일으킬 힘만 남아 있다면 거대한 해방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해방? 좋다아.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돼 있는 거?


구 씨에게 추앙을 권하며, 한 번도 안 해봤던 걸 하고 나면 그 전하고는 다른 사람이 돼 있더라는 미정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나의 아저씨>에서 아저씨를 만나 해방을 맞은 지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나의 해방일지>에서 대놓고 해방이 뭔지 보여준 박해영 작가가 다음엔 어떤 해방 이야기로 찾아올지 궁금하다.


나에게 해방은 무엇인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해방되고 싶다면 뭘 해야 할지

묻게 해 준 드라마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구겨지고 갇힌 삶을 펴고 나아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뚫고 나갈 거야.
저기로!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수 : 어른의 Why?

목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금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토 : 어른의 Why?

일 : 잘, 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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