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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by 다시봄
어쩌면 이렇게도
내 맘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거지?



누구도 자신이 완벽하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부족한 면이 있게 마련이니까.

그 부족함을 채워줄 누군가가 있다면 그와의 만남이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


당신에게도 부족함을 채워줄 누군가가 있는가?

그와의 만남으로 충족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가?




음악적으로는 완벽했지만 인간적으로는 부족함이 많았던 말년의 베토벤(에드 헤리스 분).

머릿속은 음악으로 가득한데 그걸 끄집어내 제대로 연주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청력 상실로 고약한 노인네가 되어 간다. 그런 그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 분). 그의 마지막 교향곡을 연주용 악보로 카피하기 위해 찾아온 음대생 안나를 만나면서 부족함을 채워가기 시작한다.


내 삶에 새로운 악장이 열리고 있어.
새로운 형태, 새로운 언어지.
바로 이런 때에 그 애가 왔어.
그분이 보낸 걸까?



고독한 영혼에게도 동반자는 필요하다.


조카 칼(조 앤더슨 분)은 베토벤의 바람과 달리 음악가 대신 군인이 되고 싶어 하며 삼촌의 쌈짓돈을 호시탐탐 노려 베토벤을 실망하게 한다.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는 베토벤과 현실적인 조카의 삶이 대비되는 지점이다.


안나는 악보 카피만이 아니라 베토벤의 그런 마음까지도 달래주고 이해하려 노력한다. 천재적인 작곡가의 인간적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여기며.


베토벤은 괴팍하고 신경질적이며 누구도 단번에 믿지 않는 고약한 인간이지만 자신을 도우려 애쓰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안나에게 조금씩 마음을 준다. 작곡가가 되고 싶어 하는 음악 새내기 안나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하며 서로의 필요를 충족해 나간다.


예술가란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지.

나를 카피하고 있군. 제2의 베토벤은 필요 없어. 구조에 얽매여선 안돼.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고!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우린 신의 자식들이 태어나게 하지. 신을 찬양하는 자식들, 그게 음악가야, 안나 홀츠. 그렇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건축가 애인이 있지만 그에게서 충족되지 못한 또 다른 떨림을 경험하는 안나와 마지막 교향곡의 초연을 앞두고 청력을 잃은 상실감마저도 메워지는 경험을 하는 베토벤.

각자의 음악과 삶으로 정신적 교감을 나눈 두 사람은 더 이상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되어 간다.


두 사람이 함께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울려 퍼지는 순간은 역사적인 음악의 탄생을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부족함이 많았던 두 사람의 만남이 얼마나 큰 기적을 이뤄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람의 힘이 신의 뜻에 닿을 수 있다는 현시의 기적!



안나 홀츠, 자네가 내게 어떤 의미인 줄 아나?
난 지난 몇 년간 두려움 속에 살았어.
외롭고 감옥에 갇힌 사람처럼 말이야.
그런데 신이 자네를 보냈지.
내 메모를 악절을 통해 자네에게 풀어놓았어.
자네는 내 해방의 열쇠였어.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카핑 베토벤>은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어떻게 채워주고 채워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2007년 방송작가로 승승장구 아니, 작가의 길을 의심하며 물어뜯고 내팽개칠 위기에 있을 때 이 영화를 만났다. 베토벤이 안나에게 해주는 조언들이 내게 와닿았고 쓰러지기 직전의 나를 다시 일으켜줬다. 영화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합창을 들으며 내면이 치유되는 듯한 전율이 일었다.


나약한 인간에게 찾아온 또 다른 나약한 인간. 나약함이 더해져 더 나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굳세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카핑 베토벤>을 보며 느꼈다.


내게도 나의 부족함을 끄집어내고 단단한 것으로 채워줄 사람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있는지 되짚어보게 되는.


왜 내 곁에 있는 거지?



당신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가?

당신은 누군가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인가?


사람이 사람에게 ‘채워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큰 기쁨이며 신의 축복일 것이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수 : 어른의 Why?

목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금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토 : 어른의 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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