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나에게는 진짜 왕이다.
사람이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나를 위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건 그만큼 겸손하고 그만큼 사랑으로 가득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필요한 ‘남을 존중하는 마음’.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존중받고자 하는 보통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영화다.
영화는 왕의 대역을 하게 된 거리의 만담꾼 하선(이병헌 분)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그의 행보는 폭군으로 변해버린 왕 광해(이병헌 분)와 백성보다 정치가 우선인 이조판서를 필두로 한 신하들에게 대변혁을 일으킨다.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곤장을 쳐 맞아야 하는 하찮은 평민 하선이 말 한마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왕의 자리에 올랐다. 누구라도 그런 자리에 오르면 이기적인 욕심을 부리고 우러러보기를 바라며 군림하려 들 테지만 왕이 된 하선은 ‘어떤 왕이 되어야 백성을 살릴 수 있는지’를 먼저 고민한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이조판서의 역모 놀음에 보름이라는 짧은 기간 왕으로 살았지만 하선은 왕의 측근인 허균, 조내관, 중전, 도부장, 사월이까지 단숨에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아니 그들은 왕이 된 하선의 따뜻함과 상대를 존중하는 겸손함에 마음이 흔들려 왕의 편에 서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왕은 통치하는 자가 아니라 백성을 위하고 아끼는 자다. 강대국에 아부하고 약소국을 짓밟는 야비하고 줏대 없는 자리가 아니다.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순 없겠지만 누구라도 그를 존중할 수 있도록 먼저 나서서 그 커다란 힘을 보여주는 자리다. 왕이 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하면 백성은 세금만 내고 보호받지 못하는 억울하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된다. 그만큼 중요하고 무거운 자리다.
그토록 단단했던 허균(류승룡 분)조차도 하선의 백성을 위하는 지극함에 온전히 마음을 주게 되고, 진짜 왕인 광해에게 “저는 두 왕을 섬겼습니다.”라고 고백한다. 가짜 왕인 하선에게 허균이 두 손 모아 정중히 인사하는 장면에선 가슴이 절로 뜨거워진다.
부끄러운 줄 아시오!
부끄러움을 안다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아야 가능하기에 겸손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부끄러움을 아는 왕이 필요한 때에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나는 정치가 뭔지 잘 모르고 크게 관심도 두지 않는 보통 사람이지만 누구라도 왕이 된다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아니, 어떤 시대에라도 꼭 필요한 왕이 돼 주었으면 좋겠다. 사리사욕만을 채우고 권력을 휘두르고 백성을 등한시하는 왕이 아니라 누구보다 백성을 우선하고 존중하는 왕이 있다면 참 살 맛 날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왕이다.
우리에게도 하선 같은 왕이 있었으면!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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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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