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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놀기 위해 콘드로이친을 먹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by 다시봄

부모님을 모시고 매주 어디론가 여행을 가는 것은 아주 가까운, 고작 30분 거리의 카페에 가는 일이라고 해도 피곤하고 귀찮을 때가 있다.

부모님에 비하면 젊지만, 나도 이제 어엿한 중년이다. 곧 쉰을 바라보는 나이다.

많이 걸으면 무릎이 쑤시고, 콘드로이친 광고가 눈에 들어오는 나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부모님과 꽃구경을 갔다.

매년 코스모스 군락을 이루던 근교 하천 옆 은행나무길에 올해는 백일홍이 피었다.

엄마가 꽃을 좋아하는 걸 아는 지인이 사진을 보내며 “꼭 가보세요.” 했고, 엄마는 며칠 전 통화 중에 넌지시 말했다.

“거기 예쁘더라.”

나는 그 말을 바로 캐치해 이번 주말에 가자고 약속했다.


며칠째 이어진 비에 몸은 무겁고 마음도 눅눅했다.

부모님이 ‘비 오기 전부터 아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나도 이제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번 주는 그냥 점심만 먹고 말까? 비 오면 여행은 취소되겠지?’

솔직히, 그 주엔 비가 오길 조금 바랐다.


하지만 주말 날씨는 맑았다.

엄마는 “다행히 맑네!” 하며 들떠서 전화를 하셨다. 그 얼굴을 떠올리니 피곤하던 마음도 풀렸다.

‘그래, 이번 주도 가보자.’


하천 옆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저 멀리 알록달록한 백일홍이 보였다. 가을빛으로 물든 댑싸리도 있었다.

엄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와!” 하며 감탄했고, 그때부터 나는 꽃보다 엄마 발을 더 자주 봐야 했다.


길은 잘 닦여 있었지만, 군데군데 웅덩이가 패여 있었다. 엄마가 꽃만 보며 걷다가 그걸 못 보고 넘어질까 봐 나는 시선을 엄마의 발끝에 고정했다. 하지만 엄마는 능숙하게 웅덩이를 피해 걸으며, 아빠와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하셨다.


꽃길을 한 시간쯤 걸었을 때 아빠가 “다 봤으니까 이제 커피나 마시러 가자.”며 갈길을 재촉했다.

결국 우리는 꽃길의 여운을 뒤로하고 근처 카페로 향했다.

나는 한 시간 만에 지쳤는데, 두 분은 카페에서 찍어온 사진을 넘겨보며 내내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운동을 하고 건강을 챙겨야겠구나. 중년의 딸이 먼저 아파서, 노년의 부모님과 놀아주지 못하면 안 되니까.



콘드로이친 먹고 부모님과 오래오래 여행할 수 있길!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드리자 오후 3시.

엄마는 내가 피곤해 보였는지 얼른 가서 쉬라며 주중에 담근 김치와 반찬을 챙겨주셨다. 아빠 옆에 앉아 종아리를 주무르던 내게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관절 수술해서 안 먹어도 되니까, 집에 있는 콘드로이친 갖다 먹어.”

“나도 먹어요, 엄마. 요즘 꾸준히 먹는 중이에요.”

“그래, 먹으면 훨씬 좋다더라. 계속 먹어.”


나도 이제 부모님과 관절약 이야기를 나누는 나이가 됐다. 부모님과 함께 나이가 들어간다.

나를 키우느라 닳은 관절 때문에 고생하신 부모님을 이제는 내가 모시고 다니며 같이 먹을 약을 공유하게 되었다.


부모님과 오래 놀기 위해서라도

콘드로이친을 더 열심히 챙겨 먹어야겠다.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목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토 [이 사람 어때? AI에게 물었다]

일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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