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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오 Jun 14. 2019

Epilogue

제가 한국에 돌아온 이유는요

나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라 호주 이민자라도 공감을 얻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어떤 친구들은 한국보다 호주의 삶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한국에 돌아올 계획은 없다고 했다.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간 어떤 친구들은 늘 호주가 그립다고 했다. 


이전에 여행하며 5개월을 지냈고, 대학에 편입하여 2년 6개월을 보냈고, 다시 6개월 동안 인턴쉽을 했던 곳이었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한국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던, 내가 원해서 간 정착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돌아왔다. 


나는 호주를 사랑하고 또 미워한다, 애증의 대상. 그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또 나를 많이 아프게 했던.


엄마가 뇌혈관 수술을 했을 때 언젠가 돌아오기로 결심했다.

아빠의 위암 수술을 알았을 때 서둘러 돌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함께 보낼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어쩌면 나는 결국 돌아올 것을 희미하게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상하게도 호주에서는 집이 '집'처럼 느껴졌던 적이 없었다. 마치 해외로 출장 온 사람이 장기투숙 중인 호텔로 들어가는 기분. 그래서 나를 짓누르던 가장 큰 감정은 언제나 '그리움'이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호주 이민을 결심하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었다. 

어디나 사는 것은 비슷하다고. 

어디에서 사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당신이 어디를 선택하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라고, 행복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이 매일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눈으로 보면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다. 


창밖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귀요미 막내 조카의 '할머이!'

매일 저녁 배드민턴 치자고 조르는 토실이 큰 조카.

문밖 거실에서 별일 아닌 일로 투닥투닥하는 귀여운 엄마, 아빠의 목소리. 


이제야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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