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 행복 한 스푼> 10화
요즘 내가 가장 자주 보는 유튜브 콘텐츠는 단연 요리다. 요리 영상 중에서도 먹는 장면보다는 요리를 만드는 장면에 더 눈길이 간다. 칼이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 팬 위에서 재료가 익어가는 소리, 그리고 완성된 음식이 접시에 담기는 순간까지 이 모든 과정이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꽤 재미난 볼거리다.
요리 콘텐츠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과거 텔레비전에 자주 보던 요리 프로그램처럼 정통 레시피를 선보이는 채널이 있는가 하면,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셰프들이 유쾌하게 요리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자취생을 위한 ‘5분 요리’, 한평생 가족의 식탁을 책임져 온 아주머니들의 느긋한 요리 강의, 남녀노소가 함께 하는 가족 요리 브이로그까지, 형태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내 시선을 사로잡는 건 ‘남자가 요리하는 장면’이다. 아마도 내가 남자라서일지도 모르겠다. 남자가 부엌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진심이 느껴질 때면 ‘나도 저런 마음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자주 보는 채널은 남편이 아내를 위해,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 잘 만든 음식보다 더 감동적인 건, 그 속에 담긴 마음이다. 요리의 완성도보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한다’는 태도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래서인지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먹방 대신 쿡방이 가득하다. ‘먹방', '쿡방'이라는 단어가 다소 낡은 표현처럼 느껴질 만큼, 요리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여전히 꾸준히 소비된다. 만드는 과정의 정성과 재료의 조화, 레시피의 개성 등이 콘텐츠를 보게 만드는 힘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요리 과정을 ‘보는’ 즐거움이 ‘먹는’ 즐거움보다 크다.
최근에는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는 채널이나, 정승제 선생님, 어남선생 같은 셀럽의 인기 레시피를 실습하는 쇼츠도 많아졌다. 인기 유튜버 침착맨조차 요리 실습 쇼츠를 올리는 시대다.
나는 이 흐름을 ‘먹방에서 쿡방으로의 진화’라고 부르고 싶다. 외식 물가 상승 같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이제 잘 만들어진 고급요리만큼 ‘내 손으로 만든 요리’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 끼가, 값비싼 레스토랑의 코스보다 더 특별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정성껏 차린 한 상을 내밀 때 그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 영상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그렇게 완성된 '사랑의 레시피'가 맛있어 보이면, 나는 조용히 ‘나만의 레시피 방’에 공유 버튼을 누른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조미료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믿는다.
요리가 더 이상 '엄마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 그 변화가 반갑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요리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리를 잘 못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을 봐도 이제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자신이 요리를 못 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재미를 주는 영상들도 꽤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얼마 전 포르투갈 여행 중에도 나는 부엌을 찾았다. 현지 식당에서 맛본 '뽈보'(문어)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근 마트에서 문어와 소고기,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사고, 스테이크와 연어, 닭고기를 직접 조리해 먹었다. 식당 음식이 비쌌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 좋은 재료를 내 손으로 요리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다. 현지의 신선한 재료와 훌륭한 맛 덕에, 그 경험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여행의 핵심적인 기억으로 남았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뽈보 요리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심 뿌듯해하기도 했다.
올겨울이 가기 전에는 김치, 무말랭이, 젓갈 같은 발효 음식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직접 담가두고 싶다. 아니면 달콤한 과일로 담금주나 샹그리아를 만들어볼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잔을 부딪히는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요리 자격증에도 도전해볼까 싶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여, 요리를 배우자! 그리고 맛있는 행복을 전하자.
P.S 나에게 이런 로망을 전해 준 유튜버를 한 명 소개한다.
www.youtube.com/@nymilnym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