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연군 Oct 07. 2020

비행기도 정면충돌을 할까?

항공 역사를 바꾼 열두 가지 사건 사고. 첫 번째 이야기

도로 위에서 자동차 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차선을 변경하다가 옆에 가던 차를 들이 박기도하고, 때로는 신호위반하는 차가 마주오는 차를 덮치기도 한다. 이런 수많은 사고에서 차량에 탑승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동차 산업은 100년이 넘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에어백이나 첨단 충돌 방지장치가 도입되었고, 이제는 테슬라로 대표되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비행기의 역사도 1903년 라이트 형제를 기점으로 따져보면 100년이 훌쩍 넘었다. 자동차의 역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비행기 정면충돌사고'나 '비행기 신호위반 사고'를 뉴스에서 본 일은 없다. 비행기 사고는 자동차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인명이 죽거나 다치기 때문에 엄청난 기사거리로 뉴스가 외면할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를 반대로 생각하면 비행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사고가 없다는 말이 된다. 정말 그럴까?


우리가 모르는 비행기가 다니는 길

대부분의 사람의 이동은 2차원의 성격을 띤다. 높은 건물을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경우 3차원 이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지표면 위를 달리는 것으로 2차원적 이동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차원의 개념을 들이대니 말이 조금 어렵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전/후/좌/우 이동은 가능하지만 위나 아래로의 이동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항공기 간격 분리 / 출처: 미주 중앙일보>

하지만 비행기는 다르다. 전/후/좌/우는 물론 위/아래/대각선까지 모든 방향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래서 자동차가 다니는 길 안내는 방향만으로 충분하지만 비행기는 높이까지 설정해 줘야 된다. 비행기가 다니는 길은 대략 2,000ft 단위로 구분해서 사용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가 'A'라는 노선에서 2,000~4,000ft 구역으로 날아간다면 부산에서 서울로 오는 비행기는 4,000~6,000ft로 날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위치에서 비행기가 마주 오더라도 정면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비행기도 방향을 튼다

비행기가 이동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다 짠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말이다. 인천에서 파리로 간다고 하면 '한국을 출발해서 중국을 거처 러시아를 지나는 항로를 따라 시속 850km의 속도로 고도는 20,000ft에서 35,000ft로 그리고 다시 42,000ft로 올렸다가 착륙 전에 15,000ft를 유지한다' 같이 디테일하게 짜인다.

대부분의 비행은 이 계획대로 움직이는데, 때로는 비행기의 방향을 틀어야 할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예로 앞에 큰 구름이 보일 때다. 거대한 비구름이나 태풍이 있다면 여기를 통과하기보다는 우회해서 돌아간다. 어쩔 수 없다면 통과해야겠지만 이때는 객실이 크게 요동치는 Turbulence로 사람들이 다치거나, 구름 안에서 우박이나 번개를 맞아 비행기가 손상될 수도 있어 우회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상에서라면 좌우로 비켜가지만, 공중에서는 위아래로 비켜서 갈 수도 있다. 예정에 없던 방향을 틀거나 고도를 변경하게 되면 다른 항공기가 지나는 길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관제탑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악의 항공 사고: 위버링겐 공중 충돌

모든 비행기에는 T-CAS(티캐스)라 불리는 공중 충돌 예방 장치가 부착되어 있다. 이 장치가 하는 일을 비행기가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올 때 자동으로 한쪽의 비행기엔 고도를 낮추도록, 다른 비행기에는 고도를 높이도록 지시한다. 충돌 방지를 위한 많은 절차에도 불구하고 관제사나 기장도 인간이라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최후의 안전장치로써 T-CAS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위버링겐 공중 출동 사건에서는 T-CAS는 작동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비행기가 공중 충돌하여 역사상 최악의 항공사고로 기록되었다. 원인은 인적 요인이었다.


<위버링겐 공중 충돌 사고 재연 / 출처: 항공사고수사대 채널 영상>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DHL 화물기와 러시아 여객기가 같은 고도에서 서로 마주 보고 달려오자 관제사는 여객기에 고도를 낮추도록 지시했다. 여기서 끝났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두 항공기가 접근하자 T-CAS는 DHL 화물기에 고도를 낮추도록 하고, 여객기에는 고도를 높이도록 자동 지시를 내렸다. 여객기 기장은 관제탑 지시를 따랐고, 화물기는 T-CAS 지시를 따라서 모두 고도를 낮추는 바람에 두 비행기가 공중에서 충돌해서 탑승객 모두가 사망하는 끔찍한 사고가 나고야 말았다.


동일한 참사를 막기 위해 T-CAS와 관제탑 지시가 상이한 경우 무조건 T-CAS 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원칙이 세워졌고, 이때 이후 지금까지 항공기 공중 충돌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