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한 마음 (전중환)』
- Think you have good taste? You don't deserve the credit. Thank your genes, germs, and your environment.
(취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자신이 멋진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당신이 칭찬받을 일이 아니다. 당신의 몸속의 유전자와 몸속 미생물 그리고 환경에 감사하라.)
National Geographic 9월 호에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이 실렸다.
(번역본의 표현보다 원문의 표현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함께 적었다.)
의과대학의 약리학 및 미생물학 교수인 빌 설리번 (Bill Sullivan)은 자신의 연구를 언급하며 이 글을 시작한다.
I observed how the single-celled T.gondii parasite can change the behavior of the host it infects. It can make a rates unafraid of cats, and some studies show that it may cause personality changes in humans.
(단세포 기생충인 톡소포자충이 어떻게 자신이 감염시킨 숙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지 관찰했다. 톡소포자충은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만들 수 있으며 몇몇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성격의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
위의 연구를 통해 교수는 인간의 행동과 결정의 과정에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우리의 행동과 우리가 선호하는 대상은 우리의 유전자 구성, 우리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 우리의 몸속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을 통해 우리의 신체로 들어온 외부 유전자들에 의해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번째 의문부터 해결해 보자.
I wasn't choosing to hate these vegetables, so I set out to learn what could explain my aversion. Luckily, science was on the case. Researchers have found that about 25 percent of people might hate broccoli for the same reason I do. These people are called supertasters. We have variations in genes that build our taste bud receptor. One of those genes, TAS2R38, recognizes bitter chemicals like thioureas, which are plentiful in broccoli.
(나는 무의식적으로 채소를 싫어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느끼는 혐오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운 좋게도 이에 대한 과학 연구가 있었다. 연구원들은 인구의 약 25%가 나와 같은 이유로 브로콜리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초미각자라고 불린다. 우리는 맛봉우리의 미각 수용체를 만드는 유전자에 변이를 지니고 있다. 그런 유전자의 하나인 TAS2R38은 브로콜리 내 풍부한 싸이오요소처럼 쓴 화학물질을 잘 감지한다.)
교수는 자신의 예를 들어 인간의 취향 즉 호불호를 결정하는 것의 출발점이 어디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이 브로콜리를 싫어하는 것은 단순히 내가 채소를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 유전적으로 채소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쓰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확대하여 생각할 수 있다.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의 차이에서부터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까지 우리가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모든 것이 그 근본 차이의 시작이 유전자와, 유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 그리고 우리 몸속의 미생물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면 자연스레 두 번째 질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DNA에 끌려다니는 노예일 뿐일 것일까.
이 질문을 곱씹으면서 최근 읽었던『진화한 마음 (전중환)』과 그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슨)』의 내용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 유전자'라는 문구가 다음 세대에 복제본을 남기려는 이기적인 의도를 실제로 지닌 유전자가 인간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극단적인 유전자 결정론을 암시한다고 받아들였다.
(중략) 이는 다 오해다. 도킨슨은 책에서 '이기적 유전자'가 하나의 은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수없이 강조했다. 이은유의 참뜻은 이렇다. 자연선택에 의해 그 복제 성공도가 최대화되는─그래서 우리가 '이기적'이라고 은유할 수 있는─ 단위는 개체도 집단도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이다.
『진화한 마음 (전중환)』책에서 처음 '진화 심리학 (Evolutionary Psychology)'라는 개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진화 심리학의 핵심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진화심리학은 마음의 복잡한 구조를 진화의 시각에서 파악하려는 시도다. (중략)
즉, 마음은 인류가 진화한 먼 과거의 환경에서 조상들이 직면했던 적응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된' 심리 기제들의 묶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화 심리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표현은 다르더라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진화 심리학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라 느껴졌다. 그래서 그러한 표현이 나올 때마다 마치 작가가 '워후! 저희 그런 사람 아닙니다!'라고 책 속에서 외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웃음).
오직 유전자만이 형질 발현을 전적으로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 (Genetic Determinism)'을 주장하는 과학자는 오늘날 그 어디에도 없다. 극단적인 유전자 결정론자나 극단적인 환경 결정론자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허수아비일 뿐이다.
진화에 관한 한, 자연선택의 단위는 집단도 개체도 아니며 유전자라는 '유전자 선택론 (Gene Selectionism)'이 정답이다.
사람들이 진화 심리학에 낯선 이유 중 하나가 아직까지 학문적으로 창조론과 진화론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도 내리지 못한 결론에 대해서 내가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창조론을 전적으로 믿는 사람들에게 진화 심리학이 틀린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인류의 그 먼 시작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우리가 물에서 육지로 올라온 존재인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인정해야 할 부분은 우리는 이미 우리가 숫자로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그 수많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생존하는 법을 습득하고, 환경을 맞닫들이고, 나와 닮은 인류를 이어나가기 위한 무수한 노력을 하며 2019년 현재 인간이라는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그 수억 년의 시간들이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남아있어 현재의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나에게는 당연한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내가 진화 생물학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생물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나라는 존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우리 몸에 일어나는 호르몬 적인 변화와 신체적 반응에 대해서 살펴본다거나, 위의 진화 생물학에서 연구하는 것 같이 어떠한 선택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나의 기분 상태에 따른 무질서 함이 아니라 우리의 DNA에 있는 유전적인 정보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
이 것이 나의 날뛰는 감정을 조금은 평온한 상태로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