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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Park Feb 19. 2019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하여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귀찮,『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귀찮 작가님의 책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을 읽다가 얼마 전 읽었던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에세이가 떠올랐다. 두 책이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1

학생 시절, 공부가 내 작은 세상의 전부였을 때 나는 흔히 말하는 '자기 계발서'에 푹 빠져있었다.

하루에 열몇 시간씩 공부한다는 학생의 이야기를 보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채찍질했다.


세상이 열정을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열정이 안 보이면 불성실하다고 여긴다. 이처럼 열정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열정을 가지지 못하면 불리하고 불안하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중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나를 더 열정으로 가득 차게 만들고 오늘도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보기에는 그때 그 열정은 '나는 왜 이 사람처럼 잘하지 못할까' 자책하며 나를 깍아내리는 데에 에너지원으로 사용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자기 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자기 계발서'를 읽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방법으로 '나를 지키는 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있어서 그 방법은 남의 인생에 나를 맞춰 넣지 않는 것이었다.


#2

나는 대학교를 외국으로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고민은 '스스로 계획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학교는 하루에 2~3시간만 가면 되고 개인 활동 시간을 위해 수업이 없는 날도 있었다. 나는 그 시간을 마주하고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시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채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는 나를 다그쳤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만 하고 있는 내가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3

하완,『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재미있다.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을 읽으며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를 떠올린 것은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비슷한 상황에서 그렇나 감정을 느꼈다. 사람의 모습과 삶이 달라도 불안감과 걱정은 그 생김새만 다를 뿐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불안함은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커져버려서
종종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삶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 쉬운 것 같지만 또 가장 어렵다. 특히나 그 변화가 가져오는 결과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 희미한 미래에서 보이는 것은 나를 집어삼키려고 하는 불안뿐이기 때문이다.


그 두려움은 나에게도, 퇴사를 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두 작가에게도 찾아온다.


#4

하지만 불안은 실체가 없다. 불안하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으며 '퇴사'와 같이 변화를 이미 엎질렀다면 다시 주워 담기도 쉽지 않다.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중

그 불안은 오롯이 내가 이겨내야 한다.


나의 경우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그 불안이 극에 달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앞으로 이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걱정에 눈물이 쏟아진 적도 있었다. 학생이란 신분을 벗어나면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종이배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떠한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안정적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했었다.


#5

위의 두 책에서 '퇴사'를 결심하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만 한 가지 더 와 닿았던 것은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었다.


나도 나 스스로가 불안한데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그 한마디 말. 걱정돼서 하는 말이지 하며 가볍게 건넨 말 한마디가 커다란 바위가 되어 다가올 때가 있다. 두 작가들은 그 순간을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3개월 정돈 한 글자도 안 적어도 돼요.
대신 오롯이 하고 싶은 게 뭔지 잘 고민해봐요.


불행해서 행복을 찾아 나섰지만 다시 불행을 마주한 것 같은 그 시간 속에서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음>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이 요구하는 열정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위한 고민일 것이다.

출처 @lazy.drwaing (작가 '귀찮' 인스타그램)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중심에 놓고 세상에서 요구하는 기준대로 살아가다가 뒤를 돌아봤을 때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를 중심에 가져다 놓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랬던 내가 최근 몇 년간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
상황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부정하며 노력하는 대신
지금의 나를 좋아해 주고 인정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삶도 꽤 괜찮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의 삶이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진다면,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이 든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면 위의 두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 책에도 각자의 인생의 해답은 없다 다만,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하며 읽으면 잔잔한 위로를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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