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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Park Feb 14. 2019

과학의 생성, 발전, 소멸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김승섭,『우리 몸이 세계라면』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라는 제목을 처음 듣고 오래전에 읽었던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세계를 100명이 사는 마을에 빗대어 표현한 것처럼 우리 몸을 세계에 빗대어 무언가를 나타내고 싶었던 것인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나갔다.


#1

tvN 알쓸신잡 2 방송화면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과학 박사로 나왔던 장동선 박사의 말이 기억났다.  뉴스의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이라는 말이 붙으면 신뢰도가 상승한다는 결과를 나타낸 논문을 소개하며 뇌과학의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과학'에 대해서 신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는 우리의 몸과 질병을 다루는 '과학'이 역사적 사회적 차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2

남성과 여성의 몸은 생리학적으로 차이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많은 연구와 실험에서 그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사소한 차이라 여길 수 있지만 아래의 이야기를 들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기존의 의학 연구는 성인 남성의 몸을 표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불면증 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던 졸피뎀의 처방용량은 10 mg이었다. 한 연구에서 같은 양의 졸피뎀을 먹고 같은 시간 숙면을 취한 남/여를 비교하였을 때 여성의 몸에 해당 약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결과를 보였다. 수면제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 결론이 발표되기까지는 이 약이 사용되고 20년이 흐른 뒤 었다.

이는 약의 개발 단계의 세포, 동물, 임상 실험에 성별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이 고려하지 않은 차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인간의 몸이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고 그 속에서 재구성되는 것이라면,
짐 크로법처럼 흑인의 삶 전면에 영향을 주었던 차별법이
흑인 여성 유방암 환자의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포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잠 크로법이 존재하던 시대의 미국 (출처 : Getty Images)

크리커 교수의 위와 같은 담대한 가설에서 시작된 실험은 생물학적 질병인 암의 발생 과정에서 사회적 환경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실험의 결과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크리커 교수가 사회에 던지는 의문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몸이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기대수명 데이터에서도 보인다. 소득 수준에 따라 기대수명의 차이를 비교하였을 때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6.59년 (2015년 기준) 더 산다.


개인적인 요인, 유전적인 요인에 비해 사회적 요인이 얼마나 몸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정확한 데이터로 나타낼 수 없지만 비만인 사람이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평생 그 상태를 유지하며 살았을 때 1년 남짓 기대수명이 증가하고, 35세 흡연자가 금연을 하고 이후 지속할 경우 2.3~2.8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사회적 영향에 의해 발생하는 기대수명의 차이가 큰 것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4

과학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반증하는 과정 속에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에게 흡수된 과학은 불변의 법칙이 되어 그것을 바꾸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 (출처  Dr. Rath Health Foundation)

사회적으로 해부학이 허용되지 않던 시대에 몸안의 피에 대한 갈레노스의 이론은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자신의 제자 베살리우스의 피의 순환에 대한 발견이 이에 반하는 것을 보며 자신의 가르침에 충실한 발견이었지만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를 부인했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실비우스의 어리석음이 아닌 한 시대의 상식을 바꾸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고 생각했던 시대의

유럽 전역을 위협했던 흑사병의 원인이 신의 저주라 받아들였던 시대의

어리석음과 무지함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받아 발전했던 '과학'의 진짜 모습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파악해보아야 한다.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우리 몸이 세계라면>이라는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우리 몸에 대한 '과학'은 단순히 외과적인 사실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사회와 역사를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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