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기 프로젝트 : 돈과 인생에 대한 관점
나는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 가족 구성원을 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이다. )
첫 번째는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의 사업 집착증으로 온 가족을 생존의 바닥으로 몰아간 아버지다. 아버지는 대단한 능력을 발휘한 분이셨지만, 성장한 뒤에야 아버지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게 됐다.
아버지는 돈이 먼저고, 행복은 나중이었다. 돈이 있어야 행복한 것이지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고 자신을 그렇게 몰아갔다. 돈이 없다면, 돈이 없어도 가능한 여유롭고 행복한 순간을 절대로 즐기지를 못하는 사람이다. 이것은 자기 인생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말이 되어 나오고 결국 자신과 자기 주변 사람들을 불행과 파멸로 몰아간다.
좋을 때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순조로운 시기에는 이런 부정적이고 돈에 대한 맹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어느 정도 묻혀서 그것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나도 아버지가 떵떵거리며 친구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돈을 뿌릴 때에는 아버지의 진짜 성격을 알지 못했다. 모두가 아버지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정말 인자하고 덕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니만큼 아버지의 지인들도 대단한 자산가가 많았다.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부끄럽다며 친구들과의 인연도 끊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특이할만한 사실은 아버지는 돈을 '더럽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지폐를 더럽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돈을 잘 벌던 시절에도 비서에게 월급을 현찰로 세서 봉투에 넣어 받아 오셨다. 아버지 스스로도 어떻게 해서든 본인이 절대로 지폐를 직접 만지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직과 결벽증이 유일한 자산이던 아버지는 남들이 볼 때 지나치게 올바르게 처신하여 과연 저 사람이 사업을 할만한 능력이 있을까 걱정까지 사셨던 분이다. 자신이 부당한 수단으로 돈을 번 것도 아닌데도 자신은 최대한 돈을 만지려고 하지 않았고 여러 사람이 만진 돈은 더럽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아버지의 돈에 대한 태도로 인해 돈이 아버지에게서 떠나갔다. 그렇게 돈이 떠나가자 아버지의 천성이 드러났다. 아버지는 그렇게나 돈이 더럽다고 말해놓고 돈이 없이는 단 한순간도 행복할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성격으로 인해 우리 가족들은 순간순간 불행했다.
지금은 나와 동생들이 성장하여 나이가 들고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과 태도에 맞설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지만, 당시에는 이제 막 고3 졸업 후 스무 살이 되자마자 갑자기 집안이 망해 돌아가며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도 못했는데 아버지가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몰아붙여 나와 동생들 누구도 감당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완전히 망하기 10년, 다시 일어서기 10년'을 돌이켜 볼 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생각대로 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생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돈 자체보다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은 행복을 위한 거름이지 행복 자체를 대체할 수 없다.
아버지는 80년대 한 달 수입이 3천만 원에 달했지만 진짜 부자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해외에서 열리는 부유한 사업가들의 파티에 초대될 정도로 돈을 벌었지만 진짜 부자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돈을 감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돈을 더럽다고 여겼고,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돈으로 매겼다. 그래서 돈이 사라지자 그런 자신의 비참한 모습을 한시도 못 견디고 가족들을 괴롭혔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 인간적으로 실망감을 느낀 적도 많았다.
이런 아버지만 있었다면 정말 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과 매일을 한 지붕에서 산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다. 만약 당신의 힘이 부족하고 이런 사람이 가족 중에 있다면 일단 인연을 끊고 나의 삶을 먼저 보존한 뒤 부자가 돼서 힘을 갖고 다시 그 가족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와 동생들은 나이가 어린 데다 어린 시절 너무 풍족하게만 자라서 이런 생각을 하지를 못한 채 모든 풍랑을 온몸으로 맞았다. 경제적인 파산보다도 부정적인 아버지를 견디는 게 몇백 배는 더 힘이 들었다. 차라리 일찌감치 아버지와 인연을 끊고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다가 자리를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면 오히려 더 빨리 집안을 일으킬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이런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붙어살아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떨어져 살기를 택했다면 아마 망하기 10년, 일어서기 10년이라는 도합 2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부모님으로서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가족의 인생이라는 측면에서 명확히 말한다. 부정적인 사람과 절대로 가까이하지 말고, 만약 그가 어쩔 수 없는 가족이라면 최대한 멀리 해야 나도 지키고 가족도 지킬 수 있다. 이 점은 빠르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처럼 재기하는데 20년이라는 세월이 걸릴 수 있다.
지금도 아버지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
전 재산이 다 사라지고 작은 전셋집을 구해 겨우 마음의 안정을 찾은 가족들이 TV를 보고 웃을 때 아버지는 어떻게 집이 망했는데 웃고 떠들 수 있냐고 윽박질러 공포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런 태도로는 돈이 들어올 수가 없는데 아버지는 돈을 핑계로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갔다.
지금도 아버지의 연세가 80이 되었어도 부정적인 관점이 근본적으로는 고쳐지지 않았다.
며칠 전 소갈비찜을 사 와 가족들이 모두 맛있게 먹었다. 부모님 모두 고령이 되니 힘이 없는 것 같아 나는 특별히 비싼 소갈비찜을 주문해서 가져온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 먹고 난 아버지가 하는 말이 이런 것이었다.
"역시 돼지고기가 나아. 돼지고기를 먹는 게 낫겠어."
가족들 모두 또다시 황당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기 스스로 맛있는 소갈비를 먹게 되어도 그 순간을 즐거워하고 감사하는 게 아니라 엉뚱한 불평을 하는 것이다.
아버지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경치가 좋은 곳에 가도 가장 좋은 평이 "그저 그렇다"는 정도다. 식당에 가면 "맛없다, 별로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모든 것이 좋지 않고 감흥도 없다.
한 번은 내가 참다못해 분노에 겨워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사업 다 망하고 자식들 빚더미에 앉히고 그래도 자식들이 원망 한마디 안하고 돈 벌어서 이 정도 살게 됐으면 됐지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아!"라고 소리친 적이 있을 정도다.
아버지는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몇 번이나 가족들에게 약속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도 여전한 아버지의 부정적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제는 분노하지 않고 이렇게 받아들인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처럼 돈을 더럽다고 생각하는 가짜 부자가 되지 않습니다. 나는 돈을 세는 것이 좋고, 돈을 귀하게 생각하는 진짜 부자입니다. 아버지는 제게 무엇이 가짜 부자인지 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남은 인생을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편안하게 생각하고 사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가족이라도 누군가를 바꿀 수는 없다. 어쩌면 아버지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핍과 좌절, 열등감을 경험해서 이런 성격이 된 것일 수도 있다. 오직 신만이 아버지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이런 부정적인 존재가 내 옆에 있다고 해도 나를 뒤흔들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강하고 단단해졌다. 그 점에 대해서도 아버지에게 감사한다.
내 자신이 진짜 부자가 되어 가족들을, 부정적인 가족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