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팜플렛, 그 옛날의 추억
첫 번째로 선택한 영화 팜플렛은 '피라미드의 공포'라는 1985년도 영화이다. 원제는 Young Sherlock Holmes 인데, 우리나라 개봉은 '피라미드의 공포'라는 제목으로 했다. 영화를 표현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제목이었다고 생각된다.
'피라미드의 공포'는 스필버그 제작을 내세운 영화였는데, 특이하게도 출연진들은 당시에도 지금에도 무명이었지만, 제작진은 이후에 훌륭한 작품을 많이 만든 유명한 사람들이다.
대한 극장, 70mm 스크린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극장인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대한극장은 아마도 가장 큰 스크린을 가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70mm 스크린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대한 스크린을 내세우고자 영화 광고에 항상 그 표시를 했다. 그래서인지 당시에 블록버스터라고 할 만한 규모가 큰 대작 영화는 대한극장에서 개봉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대화면의 감동을 느낀 후에는 작은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극장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의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나무 의자이고 좌석 간격도 다닥다닥 붙어있었지만 거대한 스크린의 감동은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다. 당시에 단성사, 피카디리 등의 유명 극장이 있었지만, 대한극장이 원탑이었다고 생각된다.
영화 팜플렛
대한극장에서 구입했던 '피라미드의 공포' 팜플렛은 지금 보면 상당히 촌스럽다. 크기는 요즘의 A4 사이즈 정도이지만, 책꽂이에 꽂기는 애매해서 보관이 난감하다. 이 당시 영화 팜플렛이 거의 모두 이런 크기였는데, 조금 더 작은 사이즈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쉽다. 사진이 크게 확대된 페이지는 원본 사진을 쓴 것이 아닌지 퀄리티가 떨어져서 그다지 보기 좋지 않고, 설명이 들어간 페이지도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엉성하다. 그런데도 큰 사이즈의 팜플렛을 만들어 판 이유는 무엇일까?
피라미드의 공포 팜플렛은 번쩍이는 유광 표지를 가지고 있다. 표지에는 사진을 겹쳐서 피라미드의 공포라는 한국 제목을 빨갛게 넣었는데, 유치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표지 사진은 괜찮은데, 사진이 2개가 되면서 이상해졌다. 게다가 파란빛 보라색의 배경이라니.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내부의 구성도 특별함은 없다. 영화 줄거리와 출연진 소개, 제작진 소개, 그리고 스틸컷 등이 들어있다. 텍스트를 배치하는 구성이나 폰트도 촌스럽고, 사진들의 배치도 별다른 디자인 없이 마구잡이로 넣은 듯한 모양새다. 별다른 특이한 내용이나 제작 비화 등은 없고, 평이한 내용으로 채우고 있는데, 아마도 주연 배우들이 모두 알려지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대신에 팜플렛 곳곳에 주연도 감독도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이름이 보인다.
스티븐 스필버그
팜플렛 내용에서 조금 특이하다고 할만한 것은 감독이나 주인공들에 대한 내용보다 스필버그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독이나 주연배우가 당시 무명이었기도 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 당시 최고의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이름일 정도로 유명했기에 그가 기획에 참여한 정도임에도 스필버그 이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당시에 스필버그가 참여한 영화는 모두 스필버그가 강조되었는데, 아마 전에도 후에도 이런 감독은 없었을 거라 생각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감독이기도 했었고.
주연 배우들은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유명해지지 않았지만, 제작진들은 지금 보면 상당히 화려하다. 제작 총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 그와 항상 함께 제작에 참여하던 프랭크 마샬과 캐슬린 케네디 등은 지금까지도 좋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대가들이다. 거의 40년을 정상에 있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감독은 베리 레빈슨이었는데 이후에 레인맨과 굿모닝 베트남 등의 명작을 만든 감독이다. 각본이 특이하게도 크리스 콜럼버스이다. 나중에 감독으로서 나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파이어, 해리포터 등의 당시 최고의 화제작들을 만들었는데 이 영화에는 각본으로 참여했었다.
생각해보면 주연들이 유명해지지 않은 것도 신기하다. 당시 최고의 제작자와 감독, 각본가와 작품을 했는데 이후에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니. 배우의 역량이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당시 이들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영화를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피라미드의 공포
피라미드의 공포는 홈즈와 왓슨이 어린 시절 만나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가족영화 스타일의 모험물이다. 적당히 재미있고, 여러 가지 기발한 장치도 보인다. 흥행을 얼마나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박도 쪽박도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아마 손익분기점을 넘는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당시에는 '피라미드의 공포'가 제목이라고 믿었었는데 (조금 유치하단 생각도)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붙인 제목이었다. 당시에 이런 식으로 정체불명의 제목을 만들어 붙인 경우가 많긴 했지만 '피라미드의 공포'라는 평범하면서도 유치한 호러 느낌이 나는 제목 대신 원제를 살린 제목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셜록홈즈 팬들이라도 더 오지 않았을까? 무언가 스릴러/추리/모험 느낌이 더 강해지지 않았을까? 그때 당시에 셜록홈즈의 인기는 대단했었으니까 말이다. 하긴 영 셜록홈즈라는 제목도 끌리지 않기는 마찬가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