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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레밸 Jun 22. 2022

우울감까지 날리는 맑게 갠 봄날

직장인 희로애락

가만히 앉아있으면 많은 생각이 머릿 속에서 춤을 춘다.

그렇게 모여 춤추는 생각들은 대부분 즐거운 추억보다는, 불안과 초조한 감정이 대부분이다. 특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삼켜지는 순간에는 우울감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깊게 자리 잡는다. 이것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은 하루하루 오늘을 더욱 충실하게 보내는 것이며, 활동적인 움직임으로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더욱 느끼고자 한다. 운동을 통해 몸을 움직이고,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다양한 취미를 만든다. 이렇게 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해소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꽤나 다운 된 기분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초에 당찬 계획을 세웠지만, 직장과 건강이란 변수가 내 계획을 방해했다. 갑자기 대형 입찰사업에 제안발표자와 PM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타지역으로 출퇴근하게 되며 야근과 휴일근로를 1개월 이상 지속하게 됐다. 회사 - 집, 회사 -집을 반복했기 때문에 연초에 혈기로 1년 등록한 헬스장은 몇 번 가보지도 못한채 일시정지를 했으며, 작년부터 꾸준히 연습해오던 골프연습장도 재등록을 안하게 됐다. 개인 시간이 없었을 뿐더러, 취미생활과 운동까지 못하게 되니 회사업무에 대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못한채 온전히 내 마음과 머리를 지배하게 됐다.


그래도 입찰사업의 참여기간은 정해져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좋은 결과로 끝이 났다.

이제 다시 내 삶을 더욱 활기차고 의미있게 보내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내 몸은 그 동안 쉬지못했던 지난 날들을 보상받으려 하는듯, 피곤함과 게으름을 이겨내지 않았다. 그렇게 나와의 싸움을 2주 동안 지속해서 난 승리를 거머쥐고, 출근 전 헬스장에 갈 수 있었다. 몸 푸는 정도로만 운동을 했을 뿐인데도, 갑자기 온 몸에 활기가 돌았다. 다시 연초에 세운 계획들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당찬 마음을 먹은 직후, 코로나에 걸렸다.

주변 사람들은 아프지 않아서 격리기간 동안 잘 쉬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기간 동안 못했던 내 계획들을 다시 실행하고 싶었다. 이것은 아주 잘못 된 생각이었다.

완벽한 오판.

코로나에 걸린 내 몸은 정말 최악이었다. 검사 전날부터 발열과 오한으로 밤새 잠을 설쳤고, 확진판정을 받은 날부터 격리해제까지 침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5일차까지 반복되는 발열로 온 몸에 기운이 없었고, 격리해제 당일까지 극심한 인후통으로 침도 삼키지 못했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났고, 침대에만 누워있으면서 이렇게 흘러가는 내 시간이 아까워 다시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격리해제 후에도 쉴새없이 나오는 기침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1월부터 3월까지 우울감에 잠식되어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중 우울감이 한 번에 해소되는 순간이 있었다.

점심시간에 잠깐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이다. 마치 내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것처럼 따사로운 하늘빛과 솜사탕 같은 하얀 구름이 가득찬 맑개 겐 하늘. 그러다 문득 작년 이맘때가 생각났다. 그때도 맑게 갠 봄하늘을 보면서 감정이 홀가분해지는 기분을 경험했었다. 활력을 되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눈 앞에 놓여있는 문제만 바라보다가도, 하루일과에서 유의미함을 생각하다가도, 언제나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는데... 난 그러지 않았다. 물론 오늘처럼 구름 가득하고 먼지 없는, 정말 예쁜 봄 하늘이 매일 연속되는 것이 아니지만, 이런 풍경을 기대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즐기는 것은 매일 가능하다.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던 나의 하루하루에 마음 편안한 여유를 만들어주는 봄 하늘을 만끽하러 주말에는 더욱 움직여봐야겠다.


ps. 뜨거운 햇빛에 여름이 왔음을 깨닫고, 황급히 서랍에서 봄의 사색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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