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희로애락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있다. 난 그곳을 향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열심히 나갈 준비를 한다. 그곳에 도착하고 나면,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와야만 그 장소를 빠져나올 수 있다. 그렇게 한 주에 5일씩, 일 년에 52주를 반복하고 나면 어느덧 일 년 한 해가 저문다. 그곳은 나의 직장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일부터 새롭게 뜰 해를 기다리며 내게 주어졌던 보상을 정리해본다. 나의 시간과 영혼을 갈아 넣은 대가 치고는 적은 것 같기도...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입사 첫 해에 확인했던 원천징수 영수증보다는 그래도 조금 많아진 총액에 약간의 기분 좋아짐을 느껴본다. 6년 간의 원천징수 영수증을 확인하며, 앞으로 몇 년간 얼마나 연봉이 오를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 나이 30대 초반, 앞으로 정년퇴직까지 무려 30년 가까이 남았다. 하지만 과연 내가 정년퇴직이 가능할까? 평균적으로 20년간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니, 지금까지 보낸 6년의 직장생활을 두세 번만 더하면 나의 직장생활도 끝날 것이다. 아침마다 치르는 출근전쟁이 언제쯤 종식될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직장생활이 짧게 느껴진다. 한국인 평균 연령이 83세라고 하는데, 과연 내 미래는 괜찮을까?
미래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지금까지 내 생활은 어떠하였는지로 생각이 빠졌다. 학창 시절 취업이 세상의 전부일 것이라 여겼고,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에 취업했다. 그렇데 달콤한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화했고 더욱 복잡해졌다. 눈앞에 놓인 안정감을 느끼며 성실히 직장생활에 임했을 뿐인데,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산업 변화에 발맞추어 더욱 좋은 조건으로 이직한 동료들, 일찍부터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자산규모의 격차를 보여준 친구들, 코인이나 주식으로 엄청난 수익을 실현한 사람들... 난 바보처럼 너무 직장생활에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마치 내게도 주어졌던 기회를 놓친 것 같다는 착각에 휩싸인다.
그러나 사람마다 생긴 게 다른 것처럼, 모두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상기시킨다. 나 또한 타인보다는 조금 일찍 취업의 기쁨과 승진이란 성취감을 느꼈으며, 좋은 동료와 관리자를 만나 즐거운 직장생활을 해왔다. 때때로 내 역량을 한참 뛰어넘는 업무를 맡아 스트레스를 잔뜩 받기도 했지만, 좋은 성과로 연결되어 성취감을 경험하고 커리어 레퍼런스도 쌓았다.
어느덧 나의 인생에도 다양한 스토리가 생겼으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는 '희로애락'이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과연 내 '직장인 희로애락'은 어떻게 시작됐으며, 어떤 사연이 담겼는지 더욱 풀어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