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영업직무에 입사하고 5년이 채워졌고, 운 좋게 과장으로 특별승진하게 되었다.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잘하니까 계속 영업직무를 해야 한다는 덕담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난 커리어를 잘 쌓아가고 있는 것일까?'란 생각과 '난 영업직무를 계속하고 싶은 걸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지금처럼 계속해도 되는 것일까?
사실 영업사원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야...
근 20년간 영업사원이신 팀장님은 '회사의 꽃은 영업이지!'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영업사원이라 적는 학생은 매우 적다. 나 또한 그랬다. 난 하루 종일 모니터를 쳐다보면 눈이 시린 게 싫어서 활동적인 일을 원했을 뿐이다. 또한 스타트업에서 팀장까지 해보니, 직무가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채용인원이 가장 많은 영업으로 취업을 선택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었지?
지금 생각해 보니, 열정 넘치는 대학생이었다. 타인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기부여가가 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경영학 중 HRD와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경험을 쌓고자 교육 스타트업에서 수년간 일하고, 실제 강사가 되어 수천 명을 만나고, 자격증 취득과 코칭 스터디에 참여하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동기부여가를 위해 굳이 HR직무를 해야 할 필요성은 없음을 알게 되었고, 실제 인사직무와 영업직무의 면접이 겹쳐도 영업직무를 더욱 준비했다. 직무보다 회사를 선택 기준으로 삼았었다. 아주 가끔씩, 그 선택에 대한 아쉬움이 있긴 하다.
쌓아온 경험이 아깝지 않았나?
전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전문지식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경력직과 전문직이 아닌, 일반적인 신입사원 채용이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과 소통했던 경험과 실제로 일을 해본 경험은 나의 가장 큰 경쟁력이었다. 그리고 입사 후, 더욱 빛을 바랐다. 상대방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복잡한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소통능력은 고객과 내부 직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설득력 있는 강의자료를 만들었던 경험은 논리적인 제안서를 만들게 해주었고, 강의 경험은 제안 발표자로서의 역량을 만들어주었다. 물론 신입사원 수준에서 봤을 때다.
영업이 적성에 잘 맞나?
반반이다. 영업직무는 상품, 고객군, 채널 등에 따라 영업방법이 달라진다. 또한 영업부서에도 기획, 컨설팅, 세일즈 등 다양하게 구분된다. 특이하게도 난 모든 유형을 경험한다. 주요 고객은 법인이지만 일반 소비자와 공공기관 대상으로도 일을 하고, 상품도 IT인프라부터 솔루션, 에너지, 미래산업 등 정말 다양하다. 이러다 보니 프로젝트에 따라 직접영업부터 채널관리, 컨설팅, 입찰공모사업 등 정말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된다. 이러한 업무 성격상 새로운 지식을 계속 습득하고 지원 업무에는 많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영업성과 압박은 정말 힘들다.
... 지금처럼 계속해도 되는 것일까?
회사에서 직무변경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은 현장의 영업사원으로 남기로 결정했다. 커리어를 위한 대단한 목표가 있어서는 아니고, 함께 일하는 직원분들이 좋아서 남았다. 그리고 앞으로 1년은 회사 안팎으로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기 위함이다. 이것 또한 대단하고 엄청난 변화를 위해서 하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서 고민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후회와 아쉬움이 적은 30대를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며 나를 되돌아보니, 학창 시절 항상 가슴에 품고 다녔던 한 줄의 문구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