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희로애락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행복'이란 두글자를 네이버 어학사전에 검색했다.
행복 (幸福)
[명사]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유의어] 기쁨, 다복2, 복12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왔던 무수한 날들이 야속하게도 '행복'의 뜻을 찾아본 것은 처음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행복의 뜻', '행복해지는 방법'과 '행복한 삶'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처럼 '행복'이란 단어를 머리와 가슴 속에 새기며, 조금이라도 행복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요즘 연이어 이런 질문들을 받았다.
"넌 언제 가장 행복하니?"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했던 적이 있니?"
"그래도 일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나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딱히...' 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질문자는 탐정이 되어 내가 '딱히'라고 대답한 이유에 아주 심도깊은 추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내가 행복하지 못해야할 이유를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행복의 기준'을 마치 정답지인 마냥, 나의 '행복 시험지'에 붉은 소나기를 퍼부었다. 머리 위로 퍼붓는 붉은 소나기를 맞으니 얹짢음이 밀려왔지만, 곧 그칠 것을 알기에 한 귀의 강으로 흘려보냈다.
어떤 철학자는 책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불행이다.'라며, '행복'은 성취 불가능한 인간의 욕심이며 클수록 고통스럽다고 했다. 또한 욕심이 부족해도 '권태'가 찾아와 여전히 고통스러우니, 부족하면 채우고 차면 기울여서 버리는 삶의 순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했다. 철학자 니체의 행복론에서도 '현실의 삶에 충실'하라고 했다. 잘은 모르지만 내 마음 어딘가 와닿는 표현들이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주인공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낸다. 이때 여주인공은 하루를 버티기 위해 3초,5초,7초씩 행복한 순간을 모아, 딱 5분만 행복하자고 이야기한다. 여주인공의 조언은 남주인공 뿐만 아니라 내게도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출근길을 나섰는데 하늘이 예뻐서 5초, 신호와 엘리베이터를 안기다려서 3초씩을 모으면서 출근했다. 이러한 찰나의 순간들이 내 얼굴에 미소를 띄게 해주었고,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냈다.
최근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지배당하는 날이 더욱 많았다. 충족되지 않는 삶의 욕구들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어느새 감정에까지 뿌리 깊숙히 자리잡아서 내 입술과 손 끝에서 나오는 모든 표현들을 검고 붉게 물들였었다. 부정적 표현들로 친구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갈 수록, 어느덧 내 자신과 우리들이 처한 상황을 블랙코미디로 만들어 상영하고, 매우 신랄하고 후하지 못한 평점을 매기고 있었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끼고 있다. 삶의 불충분함을 인정하고,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을 다시 한 번 충실히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 무겁게 짓누르던 흙을 밀어내고 싹을 틔우는 새싹처럼, 나를 압박하던 '미래의 행복'을 밀어내 '찰나의 빛'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