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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레밸 Jun 02. 2022

팀장님들은 누가 위로해주나?

직장인의 희로애락

10년 전, 경연프로그램의 시초인 '나는 가수다'가 MBC에서 방영되었다. 이때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순간이 있다. 바로 가수 임재범이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짧게 했던 나레이션이 있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청중을 가리키며) 바로 여러분"


이 순간을 직접 경험했던 관객들은 눈물을 흘렸고, TV를 시청 중인 나에게도 엄청난 여운을 느끼게했다. 나는 이 장면에서 가수 임재범이 힘들었던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가, 자신의 노래를 좋아하고 들어주는 '팬'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즉, 외롭고 힘든 순간에 누군가로부터 힘을 얻어 이겨낼 수 있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타인으로부터 위로받는 행위는 정말 큰 힘이 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라는 유명한 책이 있을 정도로 칭찬의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다. 난 칭찬과 마찬가지로 '위로'도 사람을 춤추게 한다고 생각한다. 힘든 순간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힘든 모든 순간을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결낼 수는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도움은 작은 위로의 한 마디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힘들고 기분이 안좋아 마음의 여유가 없을때, 따뜻한 격려 한 마디로 얼어붙은 마음이 눈 녹듯 녹아버리는 묘한 감정을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힘들때마다 친구나 연인, 부모님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고 위로의 한 마디를 들으며 이겨낸다.


신입사원들은 회사에 출근하고 어떤 선배를 만나냐에 따라, 조직적응 능력이 정말 달라진다. 고충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는 선배를 만난다면 회사에 적응하는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게 된다. 또한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도, 이겨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위로와 격려는 살아가는데 정말 중요하다.


근데 회사에서는 보통 위로나 격려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격려를 기대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 힘듦에 관심 갖고 해결해주고자 한다.

그렇다면 문득 드는 생각이, 윗사람들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까?


학창시절 스타트업에 근무할때, 장기출장에서 막 돌아와 사무실에 들어온 대표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 빨리 다음 미팅 가셔야겠네요."


이때, 대표형은 멋쩍게 웃으며 "힘들게 다녀왔는데, 고생했다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없네."라고 대답했다.


평소에 항상 새로운 일을 찾아 헤메고,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일거리를 주기 좋아했던 사람이어서 일하는데 힘듦이 있을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대표형은 항상 힘든 순간을 스스로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나는 윗사람의 고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물론, 마음이 가는 윗분 한정이다.)


난 (내가 좋아하는)관리자분이 힘들다고 느낄 때면, 티타임이나 맥주 한 잔 하자고 한다. 주제넘게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하지 않지만, 모두 내가 위로해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시게 된다. 직책이 높아질수록 외로움이 커진다고 한다. 직원들이 부담 가질까봐 먼저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고, 자기의견을 따라주지만 상하관계의 이유가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이 힘들 때, 먼저 마음을 건네주는 직원이 있다면 얼마나 큰 힘과 위로가 되겠는가.


이런 생각과 행동은 나에게도 매우 이롭다. 윗사람의 고충을 이해함으로써 내가 속한 조직상황을 더욱 면민히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의 고충도 윗사람에게 전달되어 나의 힘듦도 위로를 받게 된다. 이것은 내가 조직생활을 더욱 원활하게 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까지 연결될 수 있다.


물론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닐테지만, 서로 위로해주는 관계가 된다면 생활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그래서 난 후배들에게 윗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보라고 항상 권하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가 조금은 더 즐거워질 것이라 덧붙인다.


PS. 오늘 힘들어하는 윗분에 맥주 한 잔하자고 먼저 이야기하고, 맥주를 마시며 기분이 좋아진 감정으로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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