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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레밸 Nov 24. 2022

요즘 애들은 노력 없이 바라기만 해

직장인 희로애락

항상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이지만 쌀쌀해진 날씨가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실감 나게 해준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 팀은 월요일 아침이면 티타임을 갖기 위해 카페를 향한다. 오늘 침대에서 눈을 뜨고는 어제 먹다 남은 달콤한 도넛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었지만, 출근해서 카페 갈 것을 염려해 꾹 참아냈다. 팀원들과 함께 카페로 이동하고 카페 테이블 세팅까지 변경하며 티타임 준비를 마쳤다. 아침에 먹지 못한 달콤한 도넛을 대신하듯, 커피와 함께 받은 초콜릿으로 입 안을 달콤하게 만들었다. 이제 따뜻하고 고소한 커피를 입에 머금고 달콤함과 씁쓸한 커피가 자아내는 하모니를 느끼려던 찰나, 옆에 앉은 차장님의 한 마디가 불협화음을 자아낸다.


A선배 : "요즘 애들은 노력 없이 바라기만 한다니까!!! 완전 모순덩어리야!"


팀원 중 유일한 요즘 애들인 나는 뜨끔하며 무슨 이야기인지 귀를 기울였다. 팀원 중 한 분이 요즘은 '스라벨'이라는 단어도 생겼다며 최근에 본 뉴스 기사를 이야기했는데, 그것에 반응하여 차장님이 외친 한 마디였다.


B선배: "스터디 앤 라이프 밸런스 (Study & Life balance), 스라벨이라고 요즘 애들이 쓰는 단어가 있더라고... 학생과 사회초년생들이 공부에 치여사니까, 공부와 삶에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대... 요즘 애들이 너무 경쟁이 치열하니까 이런 신조어도 생기나 봐."


A선배: "난 생각이 좀 달라! 힘들긴 뭐가 힘들어! 요즘 애들은 노력 없이 바라기만 한다니까!!! 더 나은 삶을 얻으려면 치열하게 공부해야 하는 게 당연한거 아냐? 25년 전에 난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어! MZ세대들은 힘든 것은 싫어하면서 보상만 많이 바라고! 모순덩어리들이야! 그냥 공부 안 하고 편하게 살고 싶으면, 적당한 급여와 직장에 만족하며 살면되는거 아냐?"




두 분의 대화는 요즘 내 고민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현재 같은 부서에서 6년이 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부서이동 또는 직무 변경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옮기고 싶은데, 지금보다 업무환경이 나빠질까봐 섣불리 선택할 수가 없다. 커리어 디벨롭을 위해서라도 부서이동을 시도하고 싶지만, 최악의 관리자를 만날까봐, 승진이 늦어질까봐, 야근이 너무 심해질까봐 등의 후회를 하지 않을까란 핑계로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정말 모순적이다.'란 생각이 종종 들었다.


'힘들고 싶진 않지만, 충분한 보상은 얻고 싶어'


나는 젊은 꼰대에 가까웠다. No pain, no gain을 스스로 외치며 회사에서의 불합리함에 대해 끝까지 참아냈다. 동기들이 불만을 쏟아낼 때에도, 바꿀 수 없다면 참고 견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불만 갖지 않았다. 이랬던 나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 인상적인 댓글을 봤다.


'인생에는 좋은 것을 많이 하는 것보다,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참고 견디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 아님을 외치는 요즘 세대들의 가치관을 정통하는 문장 같았다. 이런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인지, 무언가 성취를 위해 도전하며 좌절과 실패를 겪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가정을 포기하고 회사에 올인했던 회사 선배들은 하나 같이 후회의 감정을 내게 알려주고 있고,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으며, 오로지 건강을 챙기고 젊었을 적 많이 노는 것이 중요함을 내게 설파한다. 안정적인 중년의 삶을 보내는 그들이 매우 부러워지면서도, 그들의 삶이 멋져 보이진 않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 더욱 노력하고 자신을 성장시켜나가야 할 '젊은이'임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결국에 건강한 몸과 화목한 가정만이 인생의 최종 목적지임을 다시 되뇌면서 어떤 방향과 선택을 해야 할지 목적 없는 고민만을 이어간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다.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고 싶은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얻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나는 빠른 시대변화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미라클 모닝, 워라벨,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MZ세대, 9 to 6, 재택근무... 최근 10년 동안 인상 깊었던 트렌드를 떠올리니, 한 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개념들이 쏟아져 나온 것 같다. 현재 양립하는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더 이상 워라밸이 아닌 워라초(Work or Life Choice)의 선택을 스스로에게 너무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반복되는 질문보다는, 내가 무엇을 얻고 싶은지부터 다시 생각하고 정리해볼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소위말하는 MZ세대들은 노력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명확한 목표의 부재로 노력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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