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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레밸 Sep 04. 2022

직장에서 남일 도와주면 바보라고?

직장인 희로애락

동기보다 아주 조금 일찍 승진을 했다. 몇몇 후배들이 비결이 무엇이냐고 내게 물었다. 난 순전히 운이 좋았다고 대답했다. 정말 순수하게 내 역량과 노력만으로 승진한게 아님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진인사대천명'이다. 개인이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낼지라도, 하늘의 뜻이 없다면 승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뻔한 대답을 하고 난 뒤, 승진 비결... 아니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한 문장이 바로 떠올랐다.



"조직에 도움이 되는 관점에서 생각하기"



난 학창 시절부터 '조직문화' 전공과목을 좋아했다. '조직행동론'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할 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항상 예외는 존재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난 개인목표를 조직목표와 일체화하려 행동했던 편이다. 이것을 좀 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회사에서 나의 목표는 조직 목표의 달성이었다. 그래서 좀 더 조직과 회사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특히 업무시간만큼은 개인목표 달성보다, 조직목표 달성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내 업무'보다 '동료 업무'를 도와주느라 바쁜 경우다 더욱 많았다. 어찌보면 바보 같은 모습이었다. 특히 요즘 감수성에서는...


하지만 조직목표를 생각하며, 동료 업무들을 도와주는 '역할' 덕분에 승진할 수 있었다.






내 직무는 B2B/B2G산업의 기술영업 직무이다. 그러다보니 개인목표가 부여되고, 정해진 시간 안에 개인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즉, 남을 도와주느라 개인업무에 소홀해지면 성과창출이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달리했다.



B2B영업 특성상, 사회초년생인 내가 스스로 영업기회를 발굴하고 수주로 연결시키는 데는 한계가 명확했다. 현장영업을 처음 할 때는 내 업무에만 집중했었고, 나름의 성과를 냈었다. 그러나 정말 '나름의 성과'였다. 아무리 발로 뛰어 성과를 내어도, '조직관점'에서는 미비한 성과였다. 개인KPI는 충족시킬 수 있을지언정, 조직KPI관점에서는 미비한 매출규모였다. 이것은 경험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초년생인 스스로 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더욱 정확히는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규모였다.



그래서 난 조직KPI를 견인할 수 있는 조직 내 '대형 프로젝트' 참여에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발표역량 덕분에 제안발표자로 참여하게 되어 엄청난 부담감을 이겨내느라 힘들었다. 그 후에는 제안발표뿐만 아니라 컨설팅과 제안서 작업까지 폭넓게 참여하게 됐고, 때로는 '업무독박'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 참여가 가능했던 이유는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매출'과 '나의 성과'는 아니었지만, '조직 성과'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이것은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은 동기들보다 높은 업무지식과 커리어 레퍼런스를 만들어주었다. 또한 인사평가 시즌 업무실적서에 적을 내용이 풍부해졌다. 특히, 단 몇 줄로 1년의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업무실적서에 '대형 프로젝트'가 담기는 것은 정말 유용했다. 물론 참여비율과 기여도는 저조했을 수도 있지만, 초년생인 나에게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조직성과 기여'에 관한 긍정적 경험을 하고 난 뒤, '내 업무' 방식은 완전 달라졌다. '대형 프로젝트'참여가 아니더라도, 조직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했다. 단순하게는 사무실 옆 동료들이 어려워하거나 꺼려하는 일을 솔선수범 한다던가, 내가 경험한 업무라면 먼저 다가가서 도왔다. 그리고 '나의 성과'만을 고민하지 않고, 동료들의 성과에도 관심을 가졌다. 신사업 업무내용을 제일 먼저 숙지하고, 타겟팅부터 컨설팅, 계약까지 동료들을 지원했다. 이러다 보니 정작 '나의 성과'는 만들지 못한 채, 동료들의 성과만 올려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수년째 누적되니, '나의 역할'이 새롭게 정립되어 있었다.



'잘 도와주는 직원', '새로운 것을 리딩하는 직원' 등의 긍정적 표현으로 나를 바라봐주는 동료와 관리자들이 생겨났다. 이것은 내 평판이 되었고, 조직생활에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생각해보니 난 후배들에게 남일을 도와주라고, 조직목표에 기여하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었다. 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나의 경우, 보이지 않는 역할까지 관심 갖고 인정해주던 관리자를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음을 잘 알고 있다. 인정은 못 받으면서, 업무독박으로 퇴사까지 고민하는 친구가 있어서 더욱 이해한다.



무조건적으로 남일을 돕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조직에 희생되지 않게 중심을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조직에 속해있는 만큼 '나'라는 편협한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조직'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이것이 어렵다면 동료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관심 갖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보자.



PS. 혼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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