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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영 Apr 28. 2024

그저 막연하게 좋은 사람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여자, 최은영의 개똥철학



우리는 살다가 한번 쯤 그 누군가 '그저 막연하게 좋은 사람'을 한번 쯤 만나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기분이 좋은 그런 사람 말이다.  


하루하루 해야 할 일상의 루틴에 부대껴 살아가며, 그동안 살아온 지난날의 추억을 곱씹어볼 여유따위는 갖기 힘든 당신일지라도 분명 어린시절 어느 한 순간에라도 누군가 그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었을 거다.


당신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어준 적이 없고, 딱히 대단한 권위나 부를 갖추지 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막연하게 끌리고 좋은 사람 말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의 삶이라야 주변에 늘 돈과 명예와 권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득해진 삶을 영위해나가야만 하기 때문에 잊고있었겠지만,


당신도 한때는 분명 누군가 나와 다른 낯선 타인에게서 '막연하게 좋은 감정'을 느낄 줄 아는 존재였다. 


물론 지금도 느낄 줄은 안다. 넋 놓고 막연하게 그런 감정을 충분히 누려볼 상황적 여유를 많이 잃었을 뿐!



눈을 감고 곰곰이 떠올려보자. 누가 당신에게 막연하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었던가?


어린 시절 교실 안에서 추억을 나누었던 친구들 중 누군가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었을 수 있다. 별로 웃기지 않은 상황인데도 당신이 하는 말에 깔깔대며 세상 행복한 웃음소리를 내 주던 친구나 당신을 교실 밖 교무실로 따로 불러내어 다정한 눈빛으로 상담을 해주셨던 선생님도 그런 사람이었을 수 있다.


막연하게 좋은 감정을 품게 해주던 그런 존재들은 당신 삶의 한 장면 속에서 여리고 작은 당신 손을 꼬옥 잡아준 이였고, 장난끼 넘치는 미소를 머금은 채 당신의 이마를 '톡' 하고 건드리며 당신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주었던 이들이다.


당신에게 그저 '막연하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 이들은 특별한 사심이 없어 보였고, 당신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아주 멀지도 아주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의 관계를 맺은채로 그렇게 당신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호의'를 보여주었던 이들이다.


당신의 삶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그렇게 잔잔하게 당신 주위를 스쳐지나갔던 '막연하게 좋은 사람들' 때문이다.


주인공이 당신 자신이 되는 이 인생이라는 영화의 각본 안에서 '주연'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며 당신 삶에 영향력을 미치려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들 외에도 당신에게 사심없는 호의를 베풀어 주는 무수히 많은 '소중한 조연'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는 한 당신의 삶은 아름답다.


그 뿐만일까?


당신도 누군가에게 분명 '살다가 우연히 어느 한 순간', 그저 막연하게 좋은 사람이었을 거다. 물론 당신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특별한 의도나 목적 혹은 강렬한 감정이 베어있지 않았던 순간 무심코 누군가를 미소짓게 만들었을 당신의 '작은 미소와 호의'는 그저 우연히 흘러나온 것이었다.


당신의 신체 컨디션 그리고 그날의 날씨 등이 모두 다 적당히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법한 어느 날 어떤 순간, 당신도 모르게 무심코 했던 말과 행동들이 어떤 이의 기억 속에는 '막연하게 좋은 사람'의 인상으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특별하게 누군가의 삶을 구제해주거나 큰 돈을 기부하지 않아도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어떤 이의 삶을 아름답게 해주었을 고마운 사람이다.


우리 모두가 '대단하게 성공한 삶'을 막연히 그리며 사느라고 잊고 있었지만 너무나 중요한 진실 한 가지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함께 무심코 서로에게 베풀었던 '대단하지 않은 막연한 친절들'이 우리 모두의 삶을 아름답게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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