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미리 생각해 두었던 계획대로 삶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 강력한 좌절감을 느끼게 되곤 한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 아장아장 두 발로 외부 세계를 탐색해 나아가던 우리의 유년기를 떠올려보자. 그 당시에는 온 세상이 그저 호기심 어린 탐구의 대상일 뿐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어떠한 방식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건지에 대한 감(感)이 전혀 발달되어 있지 않았다.
생생하게 기억할 수야 없겠지만, 분명 당신의 유년기 모습은 그러했다.
그러하던 당신은 조금씩 성장하며 모국어를 습득한 후, '원인과 결과' 그리고 '순차적 논리 구조'에 관련한 지속적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러한 다양한 논리 학습을 통해 우리 인간은 좀 더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해지며 일어나지 않은 일도 특정 사건을 단서로 하여 논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수시로 자신의 머리 위에 '언어(모국어)'를 매개로 자유롭게 다양한 여러 가지 연관성이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고 각각의 관련성을 추론해 보는 것이다. 당신의 '논리적으로 학습된 뇌'는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진 삶의 장면이 아닐지라도 과거의 경험과 축적된 간접 경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충분히 무언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신의 '학습된 뇌'는 '가능성' 자체가 당신 자신에게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에 관해서도 무의식적 자동계산을 한다. '~한 계획이 실현되면, 나는 어떤 이득을 얻게 되고 그것은 내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이다.'와 같은 문장 처리 자동계산 말이다.
추상적인 기호와 상징, 언어를 통해 사고할 줄 모르는 개나 고양이는 위와 같이 자기 인생의 궁극적 의미 추구까지 할 줄 아는 '학습된 인간의 뇌'를 흉내 낼 수 없다.
이렇게 우리 인간의 '학습된 뇌'는 '순차적, 논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여 자기 삶에 일어나는 일들의 '개연성'을 파악한다. 이를 통해앞으로 자기 자신의 인생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좀 더 성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계획(전략)'을 만들어 실천하려고 하는 의지를 다질 수 있게 되는 거다.
이처럼 후천적 학습을 통해 단련된 우리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자기 삶에 계획과 전략을 짜며,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우리네 사람 사는 인생이 매번 마다 계획대로 순탄하게 흘러만 가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그리고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이 여러 번 반복되면, 사람들은 심히 큰 불안을 느끼게 되곤 한다.
왜일까?
계획을 짜는 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들고, 계획대로 살아가는 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된다. 계획이 아예 없었더라면 과도한 에너지 투입 없이 좀 더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스스로 자신의 강도 높은 에너지를 쏟아내면서까지 좀 더 성공적인 삶의 성취를 위해 노력을 쏟아부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대로 무언가 눈에 보이는 결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우리는 심히 불쾌하고 억울하고 서글퍼진다.
자신의 노력이 모두 헛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력'이란 결국, 자기 존재의 일부로서 내가 가진 잠재적 에너지를 뜻하기도 하다. 자기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과 에너지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공(空)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심경에 사로잡히게 되는 거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우리가 자기 삶을 더욱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며 노력한 것들이 내가 바라던 성취와 결과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고민하며 노력하고 애써온 모든 삶의 경험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서 그 나름대로 당신 영혼의 성장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야 말로 진정 축복받은 인생일 수 있다. 왜냐고?
첫째.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야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다.
모든 삶의 계획이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모두 다 술술 막힘없이 진행되기만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우리 인간은 분명 최대한 더 많은 계획들을 실현시키기 위해 욕심을 내며 온 힘을 다해 애쓸 거다. 그의 모든 삶의 장면들은 오직 분주하게 '계획과 전략의 실현'으로 가득 찰 뿐이다. 그 어떤 '우연과 휴식'이 개입될 여유가 없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우리 인간은 생물학적인 신체, 몸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라서 생체 리듬을 타는 순환적 에너지 구조 안에서 '삶의 균형'을 유지해야 그 삶이 영위된다는 것이다.
때로는 인생 계획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야, 우리는 그 자리에 잠시 멈춰서 비로소 '인생 계획'이 아닌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휴식과 위안'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누길 기회를 갖게 된다. 그러한 특별한 시간 안에서야 우리는 더 많은 자기와의 '내적 대화'를 시도하고, 자기 자신의 나약함마저 끌어안아 줄 용기를 내어줄 수도 있다.
이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야 말로 진정 축복받은 인생인 이유 두 번째를 함께 떠올려보자.
둘째,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야지만 진정한 삶의 경이로움을 맛볼 수가 있다.
당신은 언제 '경이로움'을 느끼는가? 낯선 장소를 여행하다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한 폭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껴보지않았는가? 인간의 뇌는 미리 예측 가능한 것보다 '예측하지 못한 특별하고 색 다른 것'에 훨씬 더 강력한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다.
당신 인생의 모든 장면이 미리 당신의 머릿속에 그려보았던 계획대로 펼쳐지기만 한다면, 심리적 안정감은 느낄 수 있을지언정 그 대신 결코 '특별함을 느끼는 경이로움'을 맛볼 기회는 포기해버려야만 하는 거다.
당신의 삶이 훨씬 더 경이롭고 인간다우려면, 당신의 계획이 뜻대로 실현되지 않음을 수용해야 한다. 당신의 삶은 당신이 스스로 그려놓은 계획보다 훨씬 더 큰 시야에서 훨씬 더 당신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당신은 자기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주저앉아 울며, 서글퍼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네 인생이란 '우연'과 '필연'이 '50 대 50의 법칙'으로 빚어내는 장대한 드라마일 뿐이다.
'우연과 필연의 조화가 빚어낸 그 어떤 경이로움'에 감탄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야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