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바람이 차가워진다. 코끝이 시려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레 생각나는 녀석이 있다. 바로 붕어빵이다. 집 앞 붕어빵집은 지나갈 때마다 사람을 미치게 한다. 고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솔솔 올라온다.
‘오늘은 퇴근하고 붕어빵 먹어야지’
출근하면서부터 생각했다. 오늘은 반드시 붕어빵을 사먹으리라. 퇴근하고 붕어빵 사먹을 생각에 출근길이 아주 조금 가벼워진다. 때론 단순하게 사는 것도 필요하다.
퇴근하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은 때로 소소한 즐거움이 되어준다. 오늘 출근길이 유독 무겁게 느껴질 때, 퇴근하고 사먹을 맛있는 음식을 생각해보곤 한다. 참 별거 아니지만, 뭐 어떤가.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즐거워지면 된거지.
“난 퇴근길에 피곤해서 눈도 잘 안 떠지는데 배민부터 켰잖아”
얼마 전에 친구y를 만나 직장인 신세 한탄 토크를 했다. 친구의 저 말이 슬프면서도 웃겼다. 친구는 야근을 한 날이면 나에게 주는 보상겸으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배달의 민족’을 킨다고 했다. 그리고 뭘 먹을지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고른다고 했다. 문득 퇴근길 버스, 지하철에서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열심히 탐색하는 사람들을 보았던 것이 떠올랐다. 음식만큼 즉각적인 보상이 되는 게 또 없으니까. 스트레스와 음식은 큰 상관관계가 있다. 괜히 한국인들이 음식에 집착하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