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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uchu Pie Nov 16. 2019

프롤로그

실패로 인해 더욱 특별해진다.

꿈을 좇다 보면 실망할 일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실망을 통해 스스로를 명료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며,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진정한 독창성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한국에도 꽤 알려진 유튜브 스타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중 한 명인 코넌 오브라이언(Conan O'brien)이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 축사 중에 한 말입니다.  그가 17년 동안 일했던 NBC에서 해고당한 이듬해에 했던 말이라, 듣는 사람 입장에서 더욱 와 닿았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축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브런치 북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한 축사이기도 합니다.  예, 애석하게도 그렇습니다.  장장 12화에 걸쳐 쓴 60분짜리 에세이보다 코넌의 농담 따먹기 90%인 축사가 더 낫습니다.  이를테면 제 에세이는 프롤로그부터 실패한 셈이죠.  


하지만 그렇게 실패한 글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성공한) 이야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저의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딜 이야기, 동대문 시장을 누비던 일,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서의 지속적인 삽질 등등, 이런 재미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음, 일단 그렇다고 하시죠.    


아무튼 그렇게 코넌의 입을 빌려 [오늘도 미끄러졌]의 프롤로그를 대신합니다.  코넌의 축사 끝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정말 들어볼 만한 이야기입니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1940년대에 잭 베니라고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엄청난 스타였고, 그 세대의 가장 성공한 코미디언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어렸던 조니 카슨이란 청년은 정말 간절히 바랐습니다.  잭 베니처럼 되기를.  

조니 카슨은 어떤 점에서는 잭 베니와 비슷했지만 많은 점에서 그와 달랐습니다.  그는 잭 베니를 따라 했지만, 그 자신의 특이한 점들과 버릇은 매체의 변화와 함께 그를 또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그 롤모델을 똑같이 따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카슨은 그 세대에서 가장 웃긴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데이비드 레터맨은 조니 카슨이 되고 싶어 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제 세대의 코미디언들은 데이비드 레터맨이 되고 싶어 했죠.  그렇지만 누구도 그렇게 되지 못했습니다.  제 동료들과 저는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무수한 다른 이유들로 말입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상향에 도달하는 것에 실패함으로써 우리는 결국 스스로가 누구인지 정의하게 되고 그 실패가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실패를 받아들이고 잘 다루기만 한다면 실패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미끄러졌]는 실패 종합 세트입니다.  그나마도 브런치 북 이벤트에 응모하느라 내용을 줄여야 했기 때문에, 사실은 제가 겪어야 했던 모든 실패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수많은 실패들을 돌이켜보면 그 이유와 사정도 정말 가지 각색이었습니다.  이쯤 되면, 어쩜 이렇게 하는 일마다 망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희망이 있다면, 정말로 실패는 항상 또 다른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생의 이야깃거리를 잉태해 왔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멋진 인생과는 좀 다른, 저만의 어이없지만 독특한 인생이 조금씩 그려졌습니다.  술자리에서 안주 삼던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강연 주제가 되고 토론 주제가 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모아 봤습니다.


가끔, 어떻게 하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항상 똑같이 두 부분으로 나눠집니다.  1) 왜 그게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시고 2) 누군가가 '이렇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면,


그 반대로 하세요.


그래야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실패는 너무나도 반가운 존재입니다.  코넌이 말했던 것처럼, 실패는 우리가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 특별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니까요.




코넌의 축사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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